한미 FTA 어떻게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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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어떻게 막을 것인가?
  • 남희섭
  • 승인 2011.12.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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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남희섭 정책위원장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었지만, 날치기를 감행한 한나라당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적 저항이라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보수성향의 판사들까지 사법주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대법원장에게 청원문을 제출하고, 촛불은 전국적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내년 총선, 대선과 같은 정치일정은 한미 fta 무효를 위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야권통합을 통해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면,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에도 이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국민적 저항 운동을 지금처럼 계속 이어간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그렇지만 한 번 발효된 조약을 없던 일로 되돌리는 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더구나 상대가 미국이지 않은가? 정치적‧외교적 부담은 물론 남북대치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과 미국의 경제적 압력을 뚫고 일방적으로 한미 fta 종료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한미 fta가 일단 발효되고 나면 이를 기초로 하여 국내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내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가 발효되지 못하도록 막을 단기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협정 발효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각자 필요한 국내절차를 완료하였다는 서면통보를 교환해야 하는데, 필자가 제시하는 단기 전략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우선 한국의 국내 절차부터 살펴보자. 한미 fta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정부 또는 정부의 청탁을 받아 여당 의원이 발의하여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모두 25개다. 그런데 이 법률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때 덩달아 통과된 14개 법률 가운데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에 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소멸하기 시작한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되살리는 규정 때문이다. 그 동안 자유롭게 이용되던 수천 개의 음반이 한미 fta가 발효되는 순간 저작권이라는 울타리에 다시 갇히게 된다. 약사법 개정안에도 문제가 있다.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도입한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정작 담아야 할 내용은 빼먹은, 그래서 국회의 조약심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최소한 이 2개 법률을 문제삼기만 해도 한미 fta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

법률 이외에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과 같은 행정규칙이 변경되어야 하는 것도 많은데, 도대체 어떤 하위 법령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내용은 고사하고 전체 현황조차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한 번도 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보는 언제나 ‘잠정’이었다. 하나만 예를 들자. 협정문에 따르면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에 대해 순수한 민간기구에서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독립검토기구에 대한 시행령과 보건복지부 예규는 11월이 되어서야 입법예고되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국내 절차가 완료되었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절차는 어떤가? 필자가 파악하기로, 미국은 필요한 국내법 개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최소한 3개 법률에서 4개 조항은 바꾸어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한미 fta 그 자체가 미국내에 직접 적용되지는 못하도록 했다.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미국 내에서는 누구도 한미 fta를 원용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협정 대신 미국 의회가 제정한 한미 fta 이행법을 통해서만 권리 주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의 이행법이 협정상의 의무를 제대로 다 반영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자료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버티며, 미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협정 의무를 이행법에 반영한다고 했으니 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미국이 어떤 국내법 개정을 소홀히 했는지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여기서는 생략하겠지만, 이것도 미국의 fta 전략 중 하나다. 미국법보다 더 강화된 의무를 상대국에게 부과하고 정작 자기는 법을 고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이 전략은 미국내 특정 이해집단이 외부(한미 fta와 같은)를 통해 미국법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뜯어고치는 데에도 이용된다.

필자가 제시한 단기 전략이 너무 ‘디테일’하고 미시적으로 보일지 몰라고 미시와 거시가 연계되지 않으면 한미 fta 무효화 싸움은 이길 수 없다. 한미 fta 발효를 위한 마지막 작업을 행정부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국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사실 이는 날치기 통과를 감행한 한나라당이 자초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미 fta를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하는 99%가 나서야 한다.

남희섭(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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