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비정규직 몫 뺏어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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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 비정규직 몫 뺏어갔다고?
  • 편집국
  • 승인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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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양보론' 또 제기…<한겨레21>도 공격 가세

노동소득분배율 갈수록 떨어지니 범인은 다름아닌 자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취임2주년 국정연설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정규직 양보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보호를 양보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보호만 높여달라고 하면 해결할 길이 없다"며 "연대임금제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제안 없이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새해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양호한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이 절실하다. 소수에 대한 두터운 보호보다는 다소 수준이 낮더라도 다수가 폭넓게 보호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럴까.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이에 대해 "양보론은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정규직의 고임금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건데,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분석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비정규직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쉽게 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보장하는 현행법과 제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규직은 최소한 노조가 있기 때문에 임금 삭감이나 노동조건 하락 등을 방어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법·제도 장치가 미비하고 이해를 대변할 노조를 만들기조차 힘든 상황 때문이라는 것.

노 대통령 주장대로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만큼 정규직이 더 가져갔기 때문이라면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취업자 중 임금노동자 비중은 1998년 61.7%에서 2003년 65.1%로 늘었음에도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를 정점으로 2003년 59.7%로 떨어졌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몫을 떼어간 게 아니라 기업주가 떼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은 "해법은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남용할 수 있게 돼 있는 법·제도를 정비해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정규직과 균등처우를 하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연대회의(준) 구권서 의장은 "이미 자본의 하수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은 한 마디로 웃기는 얘기"라고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일갈했다.

한편 그 동안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여주건 주간 <한겨레21>이 지난 547호(2월15일)에서 '대기업노조 진보 맞나?'를 표제로 △회사보다 정규직 노조가 더 밉다?-비정규직 노동자들 울리는 대기업·정규직·남성 중심 '주류 노동운동'의 패권적 행태 △그대, 멸망으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졸고 있는가-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한국의 대공장 노동조합운동, 그들은 '진짜 진보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등을 다루면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노동운동 내부에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나 원인과 해결책을 같이 바라봐야 한다"며 "노동운동이 기업별노조체제, 정규직 이기주의 등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해왔음에도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기보다 한계만 부각해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구권서 의장 또한 "정규직노조에 부정적 모습이 있는 건 사실이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건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제한 뒤 "노동운동 내부의 부정적 모습은 내부에서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 의장은 그 사례로 지난 2월28일 현대차 원하청 연대회의가 결정해 진행한 공동잔업거부 투쟁을 꼽으며 "이런 게 바로 노동운동의 원래 모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은희(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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