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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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
  • 신순희
  • 승인 2012.02.06 15: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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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순희 논설위원

 

‘왜 다윈인가’ 라는 강의가 요즘 참 좋다. 40분 남짓 한 꼭지마다 웬만한 인문학 서적 한권을 독파한 것 마냥 지적 즐거움이 넘치는 이 강의는 통섭 지식인으로도 불리는 세계적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EBS에서 하고 있다. 핏대를 올리던 열정적 음이탈(?)의 도올 선생 강의를 뒤이은 수줍은 듯 다감한 목소리의 최교수 강의는 예상보다 매력적이다.

19세기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이 21세기의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가. 왜 지금 다윈인가. 참으로 들어볼만한 이야기다.

모든 생명현상이 신의 창조론으로 설명되던 150년 전, 다윈은 ‘정형으로부터의 일탈’이라 무시 받던 “변이(변화)”가 사실은 생명활동의 본질이며 이런 변이 중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고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을 발표했다. 이 혁명적인 이론은 이후 1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탄압을 받았고 그럼에도 살아남아서 이제는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류 문명과 다른 학문세계로 빠르게 퍼졌다고 최교수는 설명한다.

일부에선 자연선택설을 당시 산업자본주의와 자유경쟁 이념을 생물학에 도입한 것으로 간주해 약육강식, 생존경쟁 등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최교수는 “공생과 공감의 개념이 깔려있는 굉장히 따뜻한 이론”이라고 강조한다.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 오해를 강의한 제 5강 “진화의 현장, 나가수”에서 그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문구가 최상급 표현을 쓰는 바람에 적응을 가장 잘한 최상위 개체만이 살아남는 것이라 오해를 받는데 사실은 fitter가 더 적합한 표현으로서 ‘나가수’처럼 환경에 적응(!)을 잘하지 못한 최하위 소수의 개체가 소멸해 나가는 것이 진화과정이라 말한다.

아, 그렇군. 늘 알고 있는 이론이라 여겼는데 새삼 새롭다.
“1등만 살아남는 것, 혹은 최상위 1%만이 번성하는 것,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의 법칙에도 지구의 역사에도 어긋난다. 1%의 번영이 아니라 99%의 공생, 그것이 ‘진화’이며 인류의 길이다.”
이건 마치 다윈이 150년의 시간을 뚫고 나와 “OCCUPY EARTH!!!"를 외치는 듯하다.

최교수 말대로 진화가 곧 진보는 아니다. 하지만 진화의 목적이 생존이라면 진보의 목적은 사람다운 생존이다. 그렇기에 부의 집중이 야만에 가까운 이 시대에 99%의 생존, 그것은 곧 진화이자 진보가 아닐까.

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아 이 절박한 시대적 요구가 정치권에 변이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에 부응하듯 소용돌이치며 기존의 조직이, 서로 다른 가치가, 따로국밥만 같던 사람들이 서로 모여 합쳐지고 있다. 그 결과 야권은 ‘통합’이라는 두 글자를 당명에 건 양대 정당으로 정비되어 이제 우리는 심상정과 나란히 앉은 유시민, 박지원과 최고위원회의를 하는 문성근을 보고 있다.

새롭다. 일견 신선하다. 그러나 합친다고 능사던가, 언제는 안 섞였나.
정확히 5년 전, 그 이름도 장황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현장과 이후 대선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나로서는 지금의 통합만능이 뭔가 불안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도 아니고 때만 되면 이루어지는 통합이 그 자체로 무슨 저력과 가치가 있을까.
역시나 우려대로 유시민의 당무거부, 문성근의 공심위 반발 등 불협화음들이 들려온다.

시대의 여망은 절박한데 여전히 빛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절망의 공간너머 들려오는 다윈의 메시지에서 나는 희망을 품으려 한다.
생명활동의 본질인 변이는 단순한 통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이질적 존재의 물리적 결합인 ‘통합’을 넘어, 화학적 재창조인 ‘융합’을 넘어, 서로 합쳐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잉태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통섭’의 과정이래야 비소로 새로운 생명체인 변이가 탄생하며 생명은 진화한다고, 그것이 바로 공존과 공생이라고 19세기의 다윈이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 수 만년 진화의 결과물인 우리는 분명 진보를 꿈꾼 자들의 자손일터이니 99%의 생존, 그것이 바로 진보인 이 시대의 여망에, 그 진화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모든 불협화음을 딛고 결국에는 통합을 넘어선 통섭의 멋진 진화 SHOW를 보여주리라 믿는다.

인간진화의 그 긴 시간동안 다수의 생존을 위협하는 특성들은 우리조상들 스스로 밀어내 버리지 않았던가. 99%의 생존, 그것은 뉴욕의 월가뿐 아니라 수백만 년 동안 벌판을 내달리던 모든 인간의 유전자에 똑똑히 박혀있는 것이니 결국 우리 정치권도 진화하리라, 아마도 그러하리라 상상하며 추정해 본다.

아니, 사실은 제발!

신순희(종로 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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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2-02-07 12:44:16
사장님 제발 다른데서는 하지 마시라니까요...

전민용 2012-02-07 12:04:05
다윈의 주장이 공생과 공감의 개념을 가지고 있고, 99%의 생존이라는 것도 1%뿐아니라 99%도 더불어 생존하자는 의미이므로 결국 100%가 다 공존 공생하자는 의미~~~ 왜 다윈인가? 에 대한 답은 (모두)다 윈윈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다윈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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