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오존살균’ 치과전용 워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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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오존살균’ 치과전용 워터시스템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5.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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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간다, (주)덴토존 구자형 대표: 국산치기재산업, 그 현장을 가다 2

치과전용 워터시스템의 탄생

(주)덴토존(이하 덴토존)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오존살균 워터시스템(DO, DX)은 국내치과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니 거의 유일하게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다. 지난 1993년 회사를 창립해 1994년 의료용 워터시스템과 1995년 병원용 급수시스템을 개발해 한의원을 중심으로 공급해 오던 구자형 대표는 1997년 우연한 기회에 한 치과의사를 만나 본격적으로 치과병원용 워터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 (주)덴토존 구자형 대표
“당시에는 그저 한의원에 탕전용 정수기를 공급해주던 아주 작은 회사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래하던 한의원에 들렀다가 옆에 개원하고 있던 치과의사에게 치과에서도 쓸 수 있는 정수기가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죠.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더라고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LG금속에 취직해 약 5년 동안 근무해본 그에게 기존의 정수시스템을 변형해 치과전용 정수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치과에 공급되는 용수의 압력조건과 배관연결 상황만 정확히 체크해온 후 그는 겨우 2달 만에 치과용 정수시스템을 개발해 낸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 이듬해인 1998년 3월 특허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가 그해 10월에는 동업으로 시작한 소규모 사업을 직원 10여 명에 100여 평의 공장을 가진 어엿한 중소기업체로 키워낸다. 그러나 너무 빠른 성공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을까? 이후부터 약 2년여에 걸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시련이 닥쳐오고 만다. 동업자와의 갈등. 남의 일로만 알았던 그 일이 성공이 눈앞에 보이던 그 시기에 그만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1999년 가을, 그는 빈손으로 동업으로 시작한 그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다. 자신의 손으로 치과용 정수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내었음에도. 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람을 너무 믿었고, 또 법조문에 둔감했던 자신의 아둔함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세균 역감염’

“참 허망했어요. 거의 두 달간 아무 일도 못하고, 방구석에 누워만 있었지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미 그의 나이는 불혹인 40줄을 훌쩍 넘기고 있었고, 그런 자신을 또다시 받아줄만한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IMF 사태로 회사에 잘 다니고 있던 사람들도 우후죽순처럼 잘려 나오는 판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지요. 1999년 여름 당시 정수시스템을 납품했던 원진녹색병원 치과에서 수질검사 결과 세균수가 엄청나게 나와 버렸거든요. 일반 환자들 용으로 공급한 다른 회사의 가정용 정수기에서는 전혀 세균이 검출되지 않는데, 같은 시스템 방식인 치과전용 정수시스템에서만 유독 세균수가 무지막지하게 검출된 거예요.”

▲ 일반 정수기 사용시 배관에서 나온 바이오필름
개발 직후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갔던 치과내 세균감염의 권위자인 모원장의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히려 수돗물을 정수하면 염소도 제거돼 세균에 의한 역감염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당시에는 공연히 시샘을 내는 것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고 말았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미 개발한 치과전용 정수시스템이 전혀 소용이 없는 거예요.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동업자와의 갈등 문제가 발생한 거죠. 그 회사를 정리하고 나서 2달 후부터 지금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어요.”

해답은 ‘오존 살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법. 치과용수로 쓰는 물에 세균을 잡자고 약품을 첨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 전기를 이용해 정수한 물을 오존수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이미 대학원 시절 세균과 관련된 논문을 쓴 바 있던 그에게 떠오른 해결방법은 바로 물자체를 살균력을 가진 물로 바꾸어 주는 ‘오존 살균’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2000년 초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전세 100만원, 월세 12만원에 조그만 가게(3평)를 하나 세내어 혼자서 다시 제품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12월 모진 고생 끝에 제품 개발에 성공, 덴토존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실험결과 사용 2년 후에도 세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덴토존은 현재 연간 매출 13-4억대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판매된 제품만 약 2천여 대. 한 해 평균 500여 대씩 판매한 놀라운 수치다. 그러나 이것보다 그가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특허를 획득한 치과용 오존살균 워터시스템에서 지금까지 수질검사 결과 세균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 국내의 타 정수시스템에서 세균 역감염 문제 때문에 물떼가 엄청 끼게 되는 것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치과의사 분들은 세균 역감염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환자의 건강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에요. 사실 치과용수는 역감염된 세균수가 1cc당 최소 10만에서 천만 마리까지 검출되고 있거든요. 작년부터 타 회사의 정수시스템에서 물떼가 발생해 역으로 핸드피스 구멍이 막혀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금씩 세균문제에 대해 인식들을 해나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일반 정수시스템과 오존살균 정수시스템의 차이에 관해 둔감한 형편이죠.”

선진 유럽으로 간다

이에는 일반 정수시스템과 오존살균 정수시스템과의 가격 차이가 이유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균 역감염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상대적 고가일 수밖에 없는 덴토존의 오존살균 정수시스템의 진가는 세월이 가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구자형 대표는 낙관하고 있다.

오히려 그가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덴토존 제품의 유럽 진출이다. 지난 2002년부터 이태리 밀라노와 독일의 쾰른 전시회 등에 참여하면서 영국과 이태리 등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 DX-781i(왼쪽)와 DX-741i
“아직은 10여 대 정도가 샘플로 들어가 있는 상태에요. 하지만 반응은 괜찮습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세계 최초의 신기술이다 보니 이게 어디에 쓰는 제품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기만 했는데, 작년부터는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덴마크의 한 체어업체에서는 업무제휴를 제안해 오기도 했고요. 한국에서 이러한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어요. 세균감염 문제는 우리보다 인식수준이 더 높은 편이고요.”

덴토존은 이미 지난 2003년 유럽인증인 CE마크를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 12월부터는 유럽진출을 위해 영국 런던대학 병원 내 이스트만 연구소에서 덴토존의 세균 역감염 방식 및 오존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한다. 2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오로지 선진 유럽 진출을 위한 것. 오는 5월말 결과가 나오면 유럽진출 길은 자연스럽게 열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장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덴토존은 미국 진출을 위해 FDA 인증도 신청 중에 있으며, 또한 정부지원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도 제품 실험을 신청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홍보비용이 참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회사 형편이 아직은 홍보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에요. 시간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야죠.”

세계 속의 일류 기업으로

그는 현재 덴토존이 이태리의 ALTWIG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또 영국의 CMA사 등과는 제품 샘플을 보내 공급계약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국제전시회 참가 2년만에 올린 성과로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그는 덧붙이고 있다.

“사실 덴토존의 오존살균 정수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 치과의사 선생님의 아이디어 제공이 결정적이었다 할 수 있지요. 그뿐인가요? 제품을 개선하는 데도 실제 사용 중인 치과의사 분들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아요. 우리는 그 아이디어를 실용화시키는 기술자들인 셈이죠. 앞으로도 국내 판매는 반드시 직접 해나갈 생각입니다. 제품을 더욱 새롭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한 치과의사들의 조언이 필수적이거든요.”

▲ 2003년 이태리 Altwig사와 단독 수출계약을 마치고
덴토존의 구자형 대표는 국내치과산업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많은 애정과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치과의사들의 관심과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국내 치과기자재 산업이 발전할 수가 없다는 것. 처음에는 좀 어설프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제품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 주는 것. 이것이 국내 치과산업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전언이다.

이미 지난 2003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된 덴토존이 홍보 등 자본의 부족이라는 악조건을 뚫고 국내는 물론 세계 속의 일류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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