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구강보건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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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구강보건행정
  • 박덕영
  • 승인 2012.03.30 14:5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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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박덕영 논설위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구강보건을 전담하던 부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 하에 구강보건 이외의 업무와 통합되고, 지금까지 구강생활건강과, 구강가족건강과 등의 명칭을 가진 부서로 변천을 거듭해 오고 있다.

전담성이 없어지고 타 기능과 통합되는 것은, 구강보건업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공무원의 직급이 낮아짐을 의미하며, 직급이 낮아짐은 그만큼 구강보건의 우선순위가 낮아짐을 의미하고, 구강보건의 우선순위가 낮아짐은 그만큼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악화됨을 의미하는 바, 부서 통합 후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이러한 예측은 여실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구강보건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을 때에도, 구강보건과장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구강보건의 전공성을 갖고 있던 사무관이 재직하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이 부서에 부임하는 공무원들에게 구강보건은 생소한 분야이었다. 이에 따라, 치협이건 학회건 늘 새롭게 부임하는 공무원들에게 구강보건의 특성과 현황을 설명하느라 많은 힘을 소진하여야 했었다. 이해할만 하면 타 부서로 이동․발령되고, 다시금 설명과 설득은 연중무휴로 계속되어야 했었다.

그나마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있을 때에도 이부서는 늘 실질적인 일손의 부족에 허덕였다.  정책과 사업을 기획할 전문성이 부족하였기에 이러한 부분을 채우는 몫은 늘 시도 때도 없이 교수에게 던져지곤 했다. 어떤 과장은 교수가 과장의 부하라도 되는 양 일을 하라고 던지고 그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고 호통을 치기도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었다.

다행스럽게도 구강보건사업지원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이러한 지원행위를 다소나마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적이 있었었다. 구강보건사업지원단은 중앙부처의 행정을 자문하는 조직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몸으로도 뛰어가며 사업을 벌이고 행정을 뒷받침하는 실무까지를 맡아 해내기도 하는 매우 특이한 조직이었다.

지원단의 인사들의 대다수는 구강보건학 전공교수로서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공무원도 아니었고, 이러한 일을 함에 따른 급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구강보건의 열악한 여건을 안타까워하며 묵묵히 국민의 구강건강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대명제 하나에 헌신하였다.

2011년도에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구강보건사업지원단마저 해체하여 버렸고, 이 조직에서 일하던 그나마 한두 명밖에 안 되던 연구원들을 건강증진재단에 복속시켰다.  지원단에서 헌신하던 교수들에게는 그마저 기회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구강보건사업지원단의 여파는 2012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구강보건법에 따라 매 3년마다 ‘국민구강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2000년도에 조사가 시작되었으니 2012년으로써 다섯 번째 조사를 수행하여야 하는 때이다. 10년이 넘는 기간이 지났지만 국민구강건강 실태조사의 예산은 10년 전과 다름이 없다.

정부의 조사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는 10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하였고, 국민의 눈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매 3년마다 이 조사를 수행하여야 하는 주체는 보건복지부다. 

그러나, 1년이 멀다하고 공무원의 인사이동이 벌어지는 동안, 3년 후의 조사를 위해 2년의 준비기간 동안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야 할 조사의 준비는 기대할 수 없었다. 수년에 걸친 준비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진행시킬 자문 아닌 자문조직, 실제로는 실행조직인 구강보건사업지원단을 공중분해 시켜버린 바, 지원단 내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 실태조사위원회 역시 해체됐고, 보건복지부와의 공식적 채널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2012년의 실태조사 준비는 착실히 이루어질 기회를 잃어 허공을 헤매었고, 연말까지 완료해야 하고 전반기에 실제로 조사할 수 있는 시기가 두 달 밖에 안 남은 지금까지도 계약은 체결되지 않아서, 올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심지어 통계청은 국민구강건강 실태조사의 폐지가능성을 논하기에 이르렀다.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고, 부실하니까 폐지한다는 논리로 이제 전담부서의 실종에 이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이 벼랑 끝에 엄지발가락만을 걸친 채 버티고 있다.  선의와 사명감에 기인한 헌신으로 버텨야 하는 구강보건.  분명한 것은 언제까지 이렇게 유지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제 또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그 무엇이 벼랑 끝에 몰릴 것인가.

총선과 대선을 맞이하여, 치과계가 이루어 내어야 하는 소망이 어찌 개원가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관련된 소망뿐이겠는가. 마땅히 있어야 함에도 없는 조직, 마땅히 있어야 함에도 채용하지 않고 있는 인력, 마땅히 있어야 함에도 흔적을 찾기 어려운 정책, 마땅히 자리 잡아야 함에도 실종된 위상. 우리가 전문가집단이라면 이들 모두를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일을 위해 쓸개를 씹는 듯 입맛을 가다듬는다.

박덕영(본지 논설위원, 강릉원주대 치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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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2012-04-03 05:48:06
'구강보건전담부서 부활', 대한민국 치과의사가 해야 할 '최우선' 사안입니다.
'건치'가 앞장서고 '예방치과학교수님'들과 함께
'치협임원'들을 설득하여 총력을 기우리기를 소망합니다.

양정강 2012-04-03 05:48:06
'구강보건전담부서 부활', 대한민국 치과의사가 해야 할 '최우선' 사안입니다.
'건치'가 앞장서고 '예방치과학교수님'들과 함께
'치협임원'들을 설득하여 총력을 기우리기를 소망합니다.

양정강 2012-04-03 05:47:50
'구강보건전담부서 부활', 대한민국 치과의사가 해야 할 '최우선' 사안입니다.
'건치'가 앞장서고 '예방치과학교수님'들과 함께
'치협임원'들을 설득하여 총력을 기우리기를 소망합니다.

전민용 2012-04-02 10:02:43
은 어느 분야보다 건강증진사업 차원에서 접근 가능하고 결과 또한 효율적인 분야입니다. 범정부, 민간, 학계 차원의 거버넌스가 어느정도 예산과 행정 지원이 있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비용 대비 효과면에에서도 탁월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부 조직의 전문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뜻이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ㅠㅠㅠ

김용진 2012-03-30 15:49:34
구강보건전담부서가 부활하고, 치과분야 건강보험등 관련된 사안을 모두 갖고와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과'정도가 아닌 더 큰 부서가 되어야 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범 치과계 TF 라도 구성해야할 텐데... 그리고 이번 총선과 다가올 대선에 잘 준비하고 활동도 해야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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