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대안은 '목적별 신분등록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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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대안은 '목적별 신분등록제'로"
  • 편집국
  • 승인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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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등 제시…여성·가족형태 차별, 인권침해 방지해야

그 동안 '성차별·가족형태차별의 대명사'로 지탄받아온 호주제가 지난 3월2일 폐지(민법개정안 국회통과)됨에 따라 이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인 여성·인권단체들은 법무부가 내놓은 대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혀 개정민법 부칙에 명시된 '새 등록제도 마련을 위한 유예기간' 3년 동안 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여성·인권단체와 여성부 등에서는 그 동안 호주제의 대안으로 '1인1적제(개인별 신분등록제)', '가족부제(가족단위 편제-부부와 미성년자녀)', '목적별 공부(신분-혼인등록부제)' 등을 제시해왔다. 그러다가 법무부가 지난 1월26일 '본인을 기준으로 한 가족기록부안'을 내놓으며 올해 5월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키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무부안은 국민 개개인별로 신분등록부를 작성하되, 본인신분 변동사항(출생, 입양, 혼인, 이혼, 사망 등)과 가족사항(부모, 배우자 및 배우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인적사항과 사망사실)을 적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부부와 미혼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본적을 유지하고, 미혼의 자녀는 부(아버지)의 본적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발급은 증명 목적에 따라 제한토록'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참여하는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는 "여전히 본적을 유지하면서 그 기준인을 부(아버지)로 강제하는 등 호주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퇴보시키는 내용으로 사실상 개인별 편제라 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실현연대는 나아가 "'가족해체를 촉발한다는 국민정서'를 들어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 인적사항까지 기록토록 하는 것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부정하는 차별적인 안이며, 개인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실현연대는 새 대안을 만들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여성에 대한 차별반대'. 호주제에 들어있는 '부계계승제도', '부계거주의 결혼제도', '남성가장제도' 등 여성차별 요소를 없애고 양성평등 실현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사생활 보호와 개인 인권 보장'으로 주민등록제도와 관련이 깊다. 현재 주민등록제도는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모아놓고 있는 데다 성별, 나이가 표시된 번호를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신분과 혼인상태를 증명하는 신분등록제도에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실현연대는 아울러 출생, 국적, 혼인 등 본래 신분등록을 알리는 기능으로 제한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반대'다. '모든 사람이 부모와 자녀가 있고, 그것이 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문서의 기본이 된다'는 생각에 고아, 한부모 가족, 비혼모/부, 비혈연 공동체, 독신가구, 동성·이성간 동거 등의 형태를 '비정상 가족'으로 보는 차별이 싹튼다는 것. 그러나 이런 정보는 개인의 신분과 혼인상태를 증명하는데 아무 관련이 없다.

실현연대는 이에 따라 새 등록부에 들어갈 기본사항으로 '신분등록부', '혼인등록부'를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신분등록부에는 신분등록번호(예, 서울 영등포-신분-1111), 이름, 생년월일, 출생주소, 신고일, 부기번호(부모의 혼인등록번호)와 신분변동시 그 사유와 내용, 기록일 등을 적는 난을 둔다. 혼인등록부에는 혼인등록번호, 당사자 이름과 신분등록번호, 혼인연월일, 신고일, 혼인변동을 적는 난을 둔다. 혼인한 사람이 죽거나 국적을 잃은 경우 혼인변동번호, 변동사유 등을 기록하고, '혼인변동부'로 별도 관리하며 혼인등록부는 없앤다. 부모를 알지 못한 사람이 제3자에 의해 신분등록이 되었을 경우 그 사람의 신분등록부 부기번호란에 가혼등록번호가 적힌다. 이들 공부는 신분 또는 혼인등록번호로 검색이 가능하지만 상호검색과 연동을 금지함으로써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한편 실현연대는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연대'로 위상을 다시 세우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새 법안을 만드는 데 본격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승희(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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