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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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우려..
  • 박한종 논설위원
  • 승인 2012.05.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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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한종 논설위원

 

통합진보당 사태가 점점 더 복잡해 진다. 혼란은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촉발한 부정 경선에서 출발하였으나, 당권파의 실력(?)을 기반한 버티기로 인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와의 다툼의 양상마져 보이더니 이제는 외부세력이라면 외부 세력일 검.경까지 등장하는 형국이다.  한치 앞이 어떻게 전개될까 예측하기 힘든 얽히고 설킨 삼뿌리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진탕을 거치면서 이미 진보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상당 정도 훼손되었고, 시간을 끌수록 더 심화될 것이며, 잘못된 선택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권파의 주장에서 그래도 공감이 가는 것은 부실은 있으니 부정은 없다는 자신의 무죄함이나 당원의 명예라는 핑계보다는 왜 우리만이냐는 억울함이다. 그러나 그 억울함은 공적 권한을 더 많이 갖기에 그 책임마저도 더 막중하여야 한다는 간단한 상식에 배치된다. 위장 전입이나 투기와 같은 사소한 부정이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되는 데에는 문제가 안될 수도 있으나, 총리와 같은 공직을 갖기에는 큰 결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과에서 더 심각한 것은 부정이 저질러진 배경보다는 부정이 폭로되고 난 이후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에 대해 반성적이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그 방법의 잘못이 드러나고 책임을 요구할 때 보여주는 태도는 그들의 주장 자체가 과연 어떠한 것이냐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사실 민주주의는 절차이기도 하기만 목적이기도 하다. 만약 절차적 민주주의만이 어떤 경우라도 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나찌와 같은 대중적 독재의 성립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가?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훨씬 많은 경우 목적을 앞세운 민주주의가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결국은 민주주의가 아닌 일부 세력의 독재로 귀결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대다수 진보 진영의 부분들과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원로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건전한 상식적 판단보다 당원의 명예를 핑계로 자신의 지키려는 집단이 있다면 누가 보던지 그 집단이 수호하려는 가치는 인간의 권리와 사회의 진보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일뿐이다.

자신을 혁신하지 못하고 사회적 외면을 자초하는 진보운동의 말로는 자신이 바꾸려는 사회로 서서히 사그라져 버리거나 혹은 패거리가 되어 패악질을 하든지 사회의 주변을 배회할 뿐이다. 그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사회적으로는 다행일 수 있는 측면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존재 근거로 삼고 있는 삼고 있는 대상(그들보다 더 파렴치하고 악독한기득권 세력)과 절묘한 양립을 지속시키는 상황이다. 이미 검.경의 수사는 이를 시사한다. 많은 예상이 있는 상태이지만, 정치 세력들에게 이번 사태가 주는 의미는 단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연말 대선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대립구도다.

검.경이 이번 수사의 목적은 부정경선과 폭력사태의 배후를 밝혀 잘못을 처벌하는 것이라고도, 또는 주사파라 일컷는 경부동부연합의 해체라기도 선뜻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이를 통해 목줄을 잡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미 수십년 저항을 통해 나름의 힘을 비축한 이들이 그리 쉽게 물러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기득권과의 전선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수를 가지게 된다.     

만일 아러한 사태가 초래된다면 이야말로 진보진영에게는 참으로 암담한 상태가 될것 같다.

박한종(본지 논설위원,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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