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결원대체·계절사업 빼곤 정규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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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결원대체·계절사업 빼곤 정규직으로"
  • 편집국
  • 승인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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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비정규 권리보장법안 어떤 내용인가 (1)임시직
▲ 3월8일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3.8세계 여성의 날 맞이 여성투쟁사업장 결의대회’에서 한원C.C부위원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비정규 고용 엄격제한…단시간 노동자 보호조치도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우려됐던 정부의 비정규 개악법안 통과는 저지됐다. 하지만 다가올 4월 임시국회에선 관련법안 처리(심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국회 환노위에는 정부 개악안과 함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이 마련해 단병호 의원 대표발의한 법안(단병호안)도 제출돼 있다. 따라서 '권리보장입법'이란 곧 단병호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뜻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입법취지가 무엇인지 조합원과 노조간부 사이에서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과 세계>는 이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이 법안내용을 살펴본다.

지난해말 발생한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김춘봉 씨 자살사건은 한국의 비정규직이 처한 현실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반강제 명예퇴직 당하고 다시 임시직(촉탁직)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가 외주화에 밀려 임시직 일자리마저 빼앗기는 등 비정규직의 운명을 그대로 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임시직의 실상은 비단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업무 분야가 주종을 이루던 대기업의 계약직 채용이 전문직이나 일반사무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과거 정규직이 맡던 분야를 (전문)계약직으로 채우고, 계약직에 맡기던 일은 대우가 훨씬 떨어지는 임시직이나 파견직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무엇보다 비정규직 확산의 문제다. 단병호안은 이에 따라 상시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토록' 제한했다.

이 가운데 임시직 관련 조항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영됐는데 이 법 제23조(계약기간)를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하되 출산, 육아 등에 따른 결원대체, 계절적 사업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계약기간을 1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임시직 고용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임시직 형태인 '단시간근로자'와 관련해서는 사용제한 이전에 개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개정했다. 우선 근기법 61조2(단시간근로자의 정의)를 현행 '소정근로시간(예,주40시간) 미만자 모두'에서 '소정근로시간보다 30% 이상 짧은 자'로 엄격히 제한했다. 이는 실제로는 단시간근로임에도 명목상 정규직으로 간주해 정규직 업무를 시키면 대우만 비정규직 처우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단시간 근로계약시 책정된 시간을 기준으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토록 명문화했다.

임시직 노동자를 위한 권리보장이법은 이렇듯 근기법 두 개 조항에 해당하는 단순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개악안과 견줘보면 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부 개악안에는 비정규직 억제, 또는 남용방지의 핵심인 임시직(기간제) 사용의 사유제한이 빠져있다. 사용자가 임시직 비정규 노동자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정규직 확산과 남용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볼 때, 비정규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임시직을 사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03년 초에 이러한 사유제한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노동부가 결국 이번 법안에서는 제외시켰다.

또한 정부는 3년의 기간제한 안, 즉 임시직을 3년까지 사용하도록 하고, 3년 초과된 경우 해고제한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안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안으로 입법이 된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3년 기간 이내의 임시계약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따라서 임시계약직이 예외적인 고용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압도적인 고용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정부안은 임시직의 남용을 규제하는 방안이 아니라, 3년 기한의 임시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일반화함으로써 고용시장을 비정규직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산파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또한 정부는 '3년이 지난 임시계약직에 대해서 해고를 제한하겠다'는 것을 남용규제 방안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조항에 대해 임시계약직을 3년 이상 고용할 사업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3년이 되기 전에 임시직을 계약해지 하거나, 다른 임시직으로 대체하게 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강상철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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