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홍길동, 그들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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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홍길동, 그들을 아십니까?
  • 신순희
  • 승인 2012.06.20 12:1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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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신순희 논설위원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고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한다고 해서 일명 ‘홍길동’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학습지 교사, 골프장의 캐디, 지입차주, 보험모집인 등으로 대표되는 위장된 자영업자-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노동의 내용이나 형태에서는 사측이 고용한 노동자임이 분명하지만 형식상 근로계약서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계약되어있어 노동법의 보호 받지 못하는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여전히 노동계의 최대 화두이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평가받는 간접고용(사내하청 등)과 특수고용(사장으로 위장된 노동자) 문제의 해결 또한 중요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고 실제로 지난 7일엔 심상정 의원이 관련 내용이 포함된 노동자보호 4대 법안을 19대 국회 통합진보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는 입법 브리핑까지 마쳤다. 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는 7월 초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주요 요구로 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시대는 바야흐로 특수고용이라는 나쁜 노동형태를 없애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데 불행히도 치과계에 이러한 특수고용 문제가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숙련 기공사인 홍OO씨(가명)는 2007년 3월에 유디 직영인 보라매 기공소(현 드림기공소)에 입사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한 집안의 가장인 그는 일을 많이 하면 월급을 많이 주는 유디 기공소의 ‘인센티브 급여제도(일명 piece work 시스템)’을 매우 고마워하며 당연하게도 하루 18시간 이상, 때로는 20시간 넘게 일을 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분업화되어 돌아가는 업무구조 속에서 휴일이나 휴가는커녕 몸이 아파도,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도 쉬지 못했고 거의 매일 기공소 의자에 앉아 잠깐씩 눈을 붙이거나 근처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며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 그렇게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갑자기 도급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당연히 해고였다.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사장님이 되었다.

물론 일의 형태나 내용, 어느 하나 달라진 건 없었다. 새벽 3~4시까지 이어지는 노동도, 자리마다 매달린 cctv도, 심지어 여자 탈의실의 cctv도 여전히 돌아갔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회사에서 부담하던 4대 보험 혜택이 없어지는 등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주어지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들만이 모두 사라졌을 뿐이었다. 부당하고 불공정했지만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모든 걸 감수하고 계속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또 어느 날, 회사는 원가절감을 내세우며 임금의 40~50% 삭감을 통보했다. 평균적인 기공사 월급보다 많다는 게 이유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일한 건 고려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이 반발했지만 임금삭감은 이틀 뒤 바로 확정되었고, 분노한 그와 동료들은 그날 오후 항의성 업무중단을 했다. 바로 그날 2011년 7월 8일, 파업에 참여한 6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결국 삭감된 임금을 수용한 일부가 복직되었고, 복직마저 거부당한 그와 20여명의 동료들은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겠다는 회사의 협박에 굴복해 퇴직금은 물론 체불임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도급계약해지) 되었다.

그렇게 그는 쫓겨났고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회사는 심지어 쫓겨난 기공사들이 유디 외주 기공소에 근무하는 게 발견되면 해당 기공소에 기공료를 지불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취업까지 방해했다.

사지에 몰린 그는 깨달았다. 부당함은 받아들인다고,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결국 그는 해고 동료들과 함께 2011년 11월,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한 자신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주장하며 노동부에 진정했고 현재 이 사건은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의 조사를 거쳐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상태다.

위에 언급한 사례는 치과계와 보건의료계를 통틀어 거의 최초인 특수고용을 악용한 노동착취 사건이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 착취의 가혹함과 재취업 방해까지 자행한 탄압의 악랄함에 금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100년이 넘는 시간 속에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쟁취한 '아주 최소한'의 노동권마저 무참히 짓밟는 이 같은 특수고용 노동형태는 반드시 사라져야하며 유디 해고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투쟁’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치과계 한구석에서 소리 없이 자라 온 이런 악질기업의 파렴치행위를 바로 잡으려면 우선,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이 사건의 노동착취와 노동탄압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여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어느 날 갑자기 노동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장님이 되는 저급한 눈속임을 우리사회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이 단순히 퇴직금이 아까워서였는지 아니면 세금탈루를 위해서였는지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유디메디컬그룹은 해고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자성 인정은 물론 현재 직영하고 있는 독산, 드림, 작전 기공소의 편법적 특수고용 노동형태를 당장 종식하고 수백 명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정상적인 노무관계를 구축해야한다.

기공일의 특성상 산재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4대 보험보장이 특히 중요하다. 이를 외면하고 60년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나 볼법한 노동착취를 원가절감으로 포장해 서민치과를 외치는 것은 허구를 넘어 범죄에 가깝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정환석 유디 대표가 진정 유디를 합법의 틀 안에 올려놓고자 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체 치과계는 이 같은 특수고용 노동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의료계에 이 같은 나쁜 고용이 한번 허용되면 독버섯처럼 번질 우려가 크며 그것은 곧 의료계 전체의 건강과 국민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과잉진료가 허용되는 것을 방치하면 안 되듯,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착취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지켜야할 환자들의 구강건강과 사회 고용구조의 건강함이 결코 떨어져 있지 않음을 그동안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며칠 있으면 홍OO씨와 동료들이 해고된 지 1년이 된다. 그들이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져있지 않다는 걸 이제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때다. 더 이상 외롭게 투쟁하도록 방치하지 말자. 그들을 포함해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그 날까지 의료계의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신순희(본지 논설위원, 종로 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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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렵지.. 2012-06-22 08:11:06
개인 신순희씨가 인격적으로 훌륭할 수도 있고 인품이 존경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현실과 사실, 인과관계를 도외시한 글쓰기는 그저 본인의 훌륭한 품성을 깍아내리는
화려한 미사여구일 뿐.
그나저나..
소득세 3%만 내고 월 천만원씩 받던 그 기공사들을
1년 전에도 이용하셨고 최근까지 이용하신만큼
그 분들을 이용한 분들께서는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그분들을 책임지시길 바랍니다.

유디의 노동착취 2012-06-20 20:39:51
임금삭감, 부당해고..체불, 협박, 취업방해..60년대 청계천에서나 벌어지던
일들이 버젓이..과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어이없다 2012-06-20 16:35:58
유디 공격할 때는 기공사 엄청 위하는 척.

덴쳐 안 맞는다고 기공소장 병원에 부르지 말고
병원이 잘못해서 리메이크 하는 건 기공료 다시 주고
임프레션 대강 떠서 주고는 마진 안맞는다고 난리치지 말고
마진이나 보이게 프랩하구서 마진 타령하고
바이트 트레이 물려서 크라운 임프하구선 바이트 안맞는다고 기공사 탓하지 말고..

그러면서 기공사 위하는 척이나 하시지...

반유디 2012-06-20 15:42:36
유디가 저지르는 '비도덕적 작태'의 끝은 어디인가? 기공사들 틀니 분리고시 해달라고 서울역광장에서 아우성이던데...정말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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