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제도의 개선과 정부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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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제도의 개선과 정부역할
  • 박덕영
  • 승인 2012.06.25 1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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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박덕영 논설위원

 

의료법 제77조 ‘전문의’에 관한 조항은, 병상이 300개 이상인 종합병원 또는 수련치과병원만 치과와 관련된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한시규정으로서 2014년 1월 1일부터는 제한조건이 해제되도록 입법된 조항이었기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뒤에는 치과의원에서의 전문과목 표시 및 전문치과의원 표방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전문의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6월 15일에 이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주요한 논란의 초점은 2004년 이전에, 복지부장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로 전공과정을 거친 소위 ‘임의수련자’들에 대한 전문의 응시자격 부여여부였다.

이 과정에 일각에서 ‘가정치의전문의’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었던 바, 그 주장의 이유가 전공의 과정을 이수받지 못한 자에게 전문의 자격을 획득할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어서, 한 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치과의사의 전문의화”를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의수련자측에서는 임의수련자의 응시자격 부여에 치협대의원들이 반발할 것임을 염려해서인지, 가정치의전문의 제도의 도입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은 듯하다. 어차피 기성 치과의사 중 30% 가량에게 응시자격을 주자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면 모두에게 응시자격을 주는 쪽으로 함으로써 치협대의원회를 통과하고자 함일까.

소수배출 실패와 표방금지의 해제 등, 정황이 바뀌었으므로 제도의 적절성에 대해 다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해 보인다. 그간의 전문의 관련 제도는 누더기식 처방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두 겹 세 겹 누더기를 붙여 놓은 것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감으로서 새로운 어려움들을 맞이하고 있다. 표방금지라는 누더기가 이제 벗겨져 나가고, 다음번에는 표방치과의원은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진료만 해야 한다는 의료법 제77조의 규정이 필경 벗겨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결국 임시방편의 방법은 발생할 사태를 단지 늦출 뿐 해결책이 아니며, 그 뜻이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법규정에 위헌성이나 영업의 자유나 기대이익에 대한 일반론, 형평성 등에 시비의 소지가 있을 때에는 매우 취약한 규정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취약한 규정에 의존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규정이 폐기될 때 더 큰 혼란에 처하게 된다.

졸속적 입법의 또 한 예로,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의 2008년도 부칙 제2조가 있다. 이 규정의 “7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치과의사가 수련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면 전속지도전문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한 특례 역시 2014년 1월 1일부로 폐기되게 된다. 전문의를 일반의가 키워내는 경과규정이 종료되는 것이다.

불과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지만, 2014년부터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양상이 어찌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소용이 없다지만, 1962년 10월 최초의 전문의 자격시험이 예정대로 시행되었다면 오늘의 이 상황보다는 덜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전공의 수련과정에 파행이 없기 위해서는 전공의를 가르치는 자는 전문의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치과대학이나 치전원 교수이기만 하면 전문의 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양의사 전문의들의 최초 시행사례가 전해지기로는, 교수들이 전문의시험과 관련한 준비위원이 되어 1호 전문의를 배출한 뒤, 이들 전문의들이 준비위원이 되어 교수들이 전문의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교수가 어떻게 제자보다 전문의를 늦게 딸 수 있냐”며 반발하거나 “내가 어떻게 내 제자가 출제한 시험문제로 시험을 치르느냐”는 자존심을 세울 일이 아닐 것이며, 시험을 치르지 않고 전문의 자격을 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례의 시한종료는 신임교수의 임용과 관련하여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전속지도전문의의 자격을 가져야 전공의를 지도할 수 있는 바,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자는 전속지도전문의가 되지 못하니 이들을 교수로 임용하기 어렵다. 간혹 나이가 많은 치과의사가 교수로 신규임용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30대에 신임교수로 임용되는데, 특례기간의 만료는 전문의제도 시행 이전에 전공을 마치고 교수임용의 적령기가 된 특정 연령대가 교수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언제까지 전속지도전문의 특례를 마음 졸이며 연장해 갈 것인가? 2003년도에 5년의 기한을 두고 일몰을 예고하는 특례를 만든 것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총 10년의 특례기한을 소비하고 이제 또 다시 이 기한을 연장할 것인가?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기한을 연장해야 할 것인가? 2003년도 이후에 단 한발짝이라도 전속지도전문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진전이 있었던가? 50년전 최초의 전문의 시험이 무산된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듯, 오늘날 우리의 이 상황을 50년 후의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전문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신중한 연구노력 및 개선방향에 대한 치과계와 국민의 공감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전문의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정책의지는 무엇이었던가? 복잡다단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반 상황을 감안한 개선안의 연구가 필요하고, 그 개선안에 대한 논의와 공감형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치과의사협회가 진행하여야 하는 일이 아니라 공권력과 공신력을 가진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민간이 치협에게 “답을 가져와라”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치협이 아무리 개선안을 도출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는 이상, 문제해결에 현재보다 훨씬 큰 정부의 관심과 노력 및 투자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전문의 문제의 해결. 구강보건정책관이 필요한 수십 가지 이유 중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박덕영(본지 논설위원,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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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2-06-25 14:23:48
잘 읽었습니다. 치과계, 복지부,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졸속적인 땜질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나와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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