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 생명 두고 병협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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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국민 생명 두고 병협에 굴복"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2.07.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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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경애 전 건세넷 대표…"온콜(on call) 통한 병원 외 당직 허용 법개정 취지에 벗어나"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응급의료기금을 지원받아 응급실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병원들이 이제 와서 당직 의사인력 확보를 거부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오히려 병원 편을 들고 있다”
 
당직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아 한시가 급한 응급환자들이 응급의료시설을 전전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년 전 개정된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 개정됐지만 구체적인 시행규칙안을 내놓아야 할 보건복지부가 병원 및 의사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법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규칙안을 마련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 조경애 건세넷 전 대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전 대표는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할 복지부가 의료제공자인 병원과 의사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문제가 됐던 ‘온콜(on-call)’을 당직으로 인정했다”며 “이는 법률의 개정취지를 훼손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온콜(on-call) 당직은 응급환자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온콜, 응급환자 발생 시 인턴이 전공의를 호출하고, 다시 전공의가 전문의를 호출하는 방식의 당직 체계로, 응급환자가 의사 오기만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거나 기다리다 못해 타 응급의료 시설을 전전하게 만드는 대표적이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조경애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법 개정 전 대부분의 응급의료센터가 응급환자의 진료를 1, 2년차 전공의한테 일임한 채 온콜(on-call) 이라는 관행적인 당직행태를 운영하며 전문의에 의한 비상진료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며 “법 개정은 이와 같은 관행적인 당직제도를 개선하고 ‘살 수 있는 응급환자’를 꼭 살리고자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센터 지정 반납’ 병협 엄포에 ‘덜덜’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개정 이후 비상진료에 필수적인 과목의 전문의 등(전문의와 3,4년차 전공의)이 병원 내 상주하도록 하는 시행 규칙안을 6월 27일까지 입법예고했으며 이 당시 당직의사의 명단을 병원 내에 게시하고 병원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원협회가 현실을 무시한 규제라며 응급센터 지정을 반납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며 전공의들도 이미 과도한 업무가 더욱 가중된다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조경애 전 대표는 “그동안 응급의료기금을 지원받아 응급실 시설과 장비를 다 갖추게 된 병원들이 이제는 당직 의사인력 확보를 거부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대부분 상주할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변명인데 그런 병원이라면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게 맞지 않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복지부가 온콜 당직을 인정하려면 그동안 병원 밖에 있는 당직 전문의가 과연 제 시간에 응급실에 도착해 응급환자를 진료했는지 그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한 결과를 제시해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늬만 응급의료센터' 과감한 정비 필요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지역응급의료기관-지역응급의료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종별로 지정되며 지정된 이후에는 높은 응급의료수가와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응급의료기금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을 위한 안정적인 응급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함인데, 실제 전국 460여 개의 응급의료기관 중 과연 응급환자나 가족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응급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조경애 전 대표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응급의료센터만이라도 전문의에 의한 응급수술과 집중치료가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의의 숫자가 부족해 당직을 할 수 없는 병원 이라면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거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재지정함으로써 현 138개에 달하는 응급의료센터 중 '무늬만 응급의료센터'인 곳을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모든 과목의 전문의가 당직을 할 수 없다하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최소한의 과목만큼은 전문의가 병원 내에 상시 대기하도록 함으로써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지체 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응급센터에 어떤 과목의 당직 전문의가 있는지, 당직 전문의가 누구인지를 응급환자와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 시민이 언제든지 알 수 있도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조경애 전 대표는 “지금까지 법을 지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법을 지킬 수 없으니 법을 완화해 달라는 병원 측의 어이없는 요구를 복지부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는 현재까지의 위법에 면죄부를 내주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병원 봐주기에서 벗어나 국민이 '생존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추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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