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지경부 “돈 받고 환자 보면 다 '영리'”
상태바
무지한 지경부 “돈 받고 환자 보면 다 '영리'”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2.07.13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11일 공청회서 대놓고 ‘영리병원 찬양’ 등 망언 종결…지경부 ‘막가파’‧복지부 ‘앵무새’에 “기가 막혀”

 

“‘공공병원, 비영리병원, 영리병원’ 자꾸 헷갈리시나 본데, 저희 와이프도 치과의사지만 치과에서 벌어 온 수익으로 생활비합니다. 그럼 그게 영리죠?”-지식경제부 지식서비스투자 이종석 팀장의 발언-

정권 말기를 맞아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정부의 몸부림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의료민영화에 대한 치열한 찬반 논쟁이 펼쳐진 공청회에서 기본적인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한 정부당국자의 망언이 쏟아져 빈축을 샀다.

▲ 11일 '영리병원'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
『‘영리병원’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고문,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유숙경 본부장, 송도국제도시발전협의회 문흥기 사무처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아울러 영리병원 도입에 가장 직접적인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패널석에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패널로 참석한 지식경제부 지식서비스투자팀 이종석 팀장은 정부가 주장하는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은 영리병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영리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해서 진료비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국내 의료계는 모두 영리”라며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재분배 한다는 점에서도 송도영리병원을 포함한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은 더욱 분명히 영리성을 가진다”고 답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이름만 바꿨을 뿐 ‘당당한 영리병원’임을 대놓고 인정한 것.

이외에도 이날 지식경제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종석 팀장의 막가파 발언은 공청회 내도록 이어져 참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더불어 이날 참석한 보건복지부 역시 패널 및 참관객들의 어떤 질문에도 “영리병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만을 피력할 뿐이라, 정부 측의 속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영리병원 하나쯤이야 큰일날거 없잖아요~”

▲ 이종석 팀장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위해 국민과 10년째 대립각을 세워오면서도 한결같은 주장을 고수하는 모습이었다.

이종석 팀장은 “우리나라 병상공급량이 OECD 국가 평균 1.7배”라며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영리병원 한 두 곳 생긴다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은 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잉공급의 문제를 영리병원을 세우는데 있어 도리어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한 것이다.

또 이 팀장은 “송도영리병원 등은 경자구역 외국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과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원정의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국내의료체계와는 무관하다”며 “의료보험이 되는 내국인 병원을 두고 비싼 진료비를 내면서 영리병원을 찾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 같으면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인도 가지 않을 병원을 어째서 만드느냐”는 질문에는 횡설수설과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특히 송도영리병원이 신호탄이 되어 우리나라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선은 송도만 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앵무새 같은 복지부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지식경제부 이종석 팀장은 복지부를 믿지 못하겠다면 지경부를 믿어달라는 식의 웃지 못 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팀장은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외국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지경부 경제자유구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지경부가 전체 0.1% 수준의 심의기준을 지킬 것이며 정부정책은 정권이 바뀐다고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간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끊임없는 꼼수를 구상해온 정부 측의 이러한 허술한 답변도 더는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

돈 받고 진료하면 다 ‘영리병원’(?)…‘어이상실’

이처럼 정부가 이날 공청회에서도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검은 속내를 훤히 드러내자 시민사회단체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 유숙경 본부장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유숙경 본부장은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환자가 36%로 전국 1위, 시내 공공병원은 단 두 곳뿐인 인천지역에 진정 영리병원을 세우는 것 말고는 정부가 할 일이 없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이종석 팀장은 “공공의료기관과 비영리의료기관, 영리병원이라는 세 가지 용어를 계속해서 혼동하지 말라”면서 “인천에 2개의 공공병원이 있다면 나머지 상급종합병원은 그럼 영리병원이냐”고 되물어 실소를 자아냈다.

이어 이 팀장은 “자꾸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 국내의 많은 개인병원들이 영리병원”이라며 “개인적으로 와이프도 치과의원을 하고 있지만 그 수익은 우리 생활비로 쓰고 있으니 그건 영리가 아니냐고 뭐냐”고 말해 어이를 상실케 했다.

이에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미 영리병원을 하고 있다면서 굳이 법까지 제정해 영리병원을 세우려는 저의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 말장난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이미 영리화는 됐으니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은 정부당국자로서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참관석에 있던 김세영 협회장도 “영리성과 영리추구는 엄연히 다르다. 시민단체가 아닌 공급자단체로서 치협이 영리병원 반대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영리추구의 폐해를 피부로 겪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의료계가 영리추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삐끼’까지 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이 지경부에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영리병원, 국가경쟁력 상승 효과 ‘제로’

그럼에도 정부가 마지막까지 영리병원 도입의 긍정적 효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국가경쟁력 상승.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영리병원의 추진 현황과 쟁점’ 발제에 나선 가천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임준 교수는 “돈벌이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리병원에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임상연구역량을 강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오히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생명공학을 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리병원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는 “공공성이 강한 OECD 국가들이 보통 GDP의 8~10%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반면, 미국은 15%나 지출함에도 비용 대비 의료인력의 규모는 오히려 더 적다”면서 “원무 등 행정관리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료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향후 부족한 보건의료 인력을 확대하는 데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보건을 배제하고 순전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더라도 타당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

임 교수는 “의료는 환자의 질 판단이 어렵다는 특성 상 환경적인 요소만으로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쉬운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특정적 공급자가 독점할 수 없도록 공공의 개입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지금도 많은 병원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는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면서 “더구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주주가 없기 때문에 돈벌이 추구에도 한계가 있지만 영리병원이 등장하게 된다면 마음 놓고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들이 만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임 교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료민영화 측면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까지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초기부터 쉽게 무너지진 않겠지만 민간보험 시장이 더 성숙하게 되면 건강보험 제도 밖으로 빠져나갈 의료기관이 늘어나 건강보험의 유지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개최한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민주당은 당론에 따라 영리병원을 추진하거나 지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민주당의 사전에는 영리병원 없다”며 “경자구역 내의 외국인 병원 설립까지는 문제가 없다 해도 내국인 진료 허용의 논리는 현저히 떨어진다. 편법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