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선거와 이종격투기
상태바
치과계 선거와 이종격투기
  • 이재봉
  • 승인 2005.03.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과열된 치협 회장 선거의 단상

평소에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던 후배 교수들에게 한 표를 얻기 위해 각종 선심공세를 퍼부으면서까지 벌어졌던 일부 치과대학의 학장 선거에서 패배한 측의 선거 관련자들이 여지없이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적이 있다.

또한 평소 선거가 없었던 지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과열되었던 지부장 선거는 낙선한 입후보자가 법정 투쟁까지 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며, 관습법에 의해 회장이 선임되는 것이 대부분인 학회에서 갑자기 많은 회원들을 동원하여 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투표로 회장을 선출한 다음 회무를 장악한 후부터 발전이 크게 지연된 모습을 보이는 학회도 간혹 있었다.

치과 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금년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는 3파전으로 현 회장, 제1부회장, 제2부회장 세 분이 나섰다 하니 그 후유증은 치과계에 쯔나미 이상으로 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년전 선거에서는 3분이 힘을 합쳐 치과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하더니, 그 동안 치과계의 미래보다는 오로지 차기 회장 출마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셨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 당시에도 낙선한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을 하신 분들은 현 집행부 임원에 한 분도 포함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선거가 끝나면 반대편의 참모들은 치과계를 위해 꼭 필요한 분이라 할지라도 임원에서 제외될 터, 그 후유증은 다른 때의 협회장 선거보다 훨씬 더 부작용이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지 30여 년이 돼 가는 요즈음,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이종격투기를 시청하다 문득 우리 치과계가 그동안 이룩한 발전보다 그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아 그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다.

주먹으로 뒷머리까지 강타하고, 팔이나 발을 꺾고, 목을 조르고, 넘어진 사람 발로 짓누르거나, 배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강타하는 등 차마 인간의 탈을 쓰고는 못할 짓을 하지만, 일단 상대 선수가 항복을 선언하면, 부상당한 곳을 어루만져 주고, 승리를 함께 나누고자 패자에게 트로피를 안겨 주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이 다 지나 판정으로 가는 경우 억울해도 판정에 승복하면서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 주고 자신의 부족함을 링 밖에서 보완해 다음 경기에 승리를 다짐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운 면이 많은 팬들을 사로잡아 크게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치과계 선거 중 과열된 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협회, 지부, 학회, 학교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링 안에서보다 링 바깥에서, 선거하기 전부터 암암리에 이종 격투기보다 더한 경기를 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선거 후까지, 아니 당선자가 임기를 마친 후 죽을 때까지 호시 탐탐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경제부총리나 교육부총리가 만들어준 사각의 링에서 외교, 국방, 내무, 교육, 정보통신, 건설 등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과 싸워 보건복지, 치의학 교육 분야에 승리를 안겨줘야 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들어준 사각의 링에서 의협, 한의협, 간호협, 치위생, 치기공협회 대표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꺾고, 비틀고, 목 조르는 치열한 이종격투기를 벌여 승리를 쟁취하여야만 치과의사들의 파이를 키워줄 수 있는 대표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상대와 싸우느니 내부의 쉬운 상대를 뒤에서 머리를 치고, 배에 올라타 짓밟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보편화 될 경우 그 조직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겠는가?

그것도 선거기간 뿐 아니라 2년 혹은 3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그렇다고 하면 끔찍한 일이다.

관습법에 의해 무리가 없이 선출될 신임 공직치과의사회 회장과 전통적으로 과열되었던 지부에서 오래간만에 단독출마해 선출될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회장은 임금이 되어 달라고 요임금이 부탁한 것을 거절한 허유나 불결한 소리를 들었다고 산속에 들어가 세상을 마친 소부 같은 존경받을 만한 분들을 모신 것 같다.

또한 선거 공신들에게 요직을 나누어 주는 선거 후유증이 없어 회무에 적절할 인재가 등용되어 치과계의 귀감이 될 것 같아 지난 3년간 맡아온 공직치과의사회 총무를 마치는 오늘 큰 위안을 갖는다.

이재봉(서울 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