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와 배타적 독점권
상태바
의료윤리와 배타적 독점권
  • 안재현
  • 승인 2012.07.30 10:2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안재현 논설위원

 

일전에 울산에서 치과의사 보수교육에 치과의사윤리 교육을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어떤 이가 “윤리적으로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윤리 교육을 하나?” 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치과의사들 다수가 보는 의료윤리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전문직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정작 의료윤리규범과 도덕, 인술 등에 대한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회에는 여러 직업군들이 있지만 전문직에 한해 높은 수준의 윤리규범이 요구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직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윤리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사회적으로 해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르조아 혁명 이후 전문직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직업이 만들어져 온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비전문가들 보다 더 공중의 이익에 부합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리려 했다.

이를 위해 스스로 전문직 윤리규범을 만들어 실천했으며 이 규범을 벗어나는 전문가는 징계 및 제명을 시켜가면서 스스로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런 과정에 전문직은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되었고 결국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문직에 자율통제권과 배타적 독점권을 부여했다.

의료윤리는 이런 점에서 의료 전문직이 사회 속에서 존경받고 의료인이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은 의료윤리에 대해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지도 않고, 의료윤리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치과의사들은 윤리규범이 가지는 의미와 왜 준수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의료윤리 규범의 내용조차도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불법네트워크 치과와 이와 유사한 치과들이 미끼 상품을 이용하여 환자를 유인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치위생사 조무사 혹은 무자격자에게 진료를 시키고 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이런 행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고 자신들은 가장 선진적인 상업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치아를 치료하고,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권하면서 치과의사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돈 벌이는 실력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치료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줄 필요가 있는가?

사실 이들에게는 치과의사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하고 실제로 서구의 경우 치과의사회에 자율통치권이 있어서 이런 행위를 징벌하고 자격을 박탈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4월 29일부터 치과의사 윤리규범을 위반 하면 징계를 요청할 권한이 부여됐다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고 내용도 빈약하다. 한국 의료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의 공중과 정부는 의료인 단체에 자율통제권 부여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대중은 한국 의료인들이 의료윤리규범을 세워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자율통제권을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를 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자율통제권이 집단의 이익에 사용될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한국 치과의사들은 그 동안 온실에서 보호받아 왔다.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치과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하면 국가는 배타적 진료권을 부여했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 권한으로 개인의 양심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면서 살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것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의료를 완전히 상업화하여 자본가로 탈바꿈하려는 의료인이 영리의료법인 제도 도입을 시도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대중들이 의료인의 도덕성에 대해 의심하고 심지어는 일반인에게도 의료기관 개설권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공중으로부터 전문직으로서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의료윤리규범을 명확히 세우고 공중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정화하면서 그 결과를 공중에 공개해야 한다. 공중은 치과의사들이 단지 돈을 많이 벌이는 전문직이 아니라 뚜렷한 직업 윤리의식을 갖추고 환자를 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신뢰를 가져야 존경을 하게 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윤리규범은 공공의 이익을 어떻게 옹호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규범으로 잘 정립되어 있다. 치협은 이 윤리규범을 공중에 공개하고 윤리규범을 어긴 회원들을 강력하게 징계하고 대대적인 윤리의식 고취에 나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윤리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바로 공중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공중은 다시 치과전문직에 대한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공중의 지지를 받지 않는 전문직은 존재 기반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의 치과의사도 국가가 부여한 배타적 진료권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의료윤리 규범을 중심으로 공중의 지지를 다시 획득해야 한다. 이런 힘이 있어야 치과의사는 치과관련 국가정책에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으며 직업의 소명감이 더 높아질 것이다.

안재현(현대치과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재현 2012-08-02 12:59:25
윤리규범이 친근한 벗이라는 표현 마음에 드네요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셔요.

전민용 2012-08-01 11:44:57
잘 읽었어요. 윤리나 규범 같은 것이 친근한 벗이 될 수는 없을까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