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스케일링 급여화 ‘국민·치과계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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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스케일링 급여화 ‘국민·치과계 우롱’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2.10.14 22: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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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겐 ‘전면 확대’ 약속 어기고 치과계엔 수가 인하 요구…연령·횟수 제한·본인부담률 40% 복지부 제안 ‘치협 거부’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 이하 복지부)가 2013년부터 치석제거(스케일링) 급여화를 치료목적 뿐 아니라 예방목적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쳤다.

거기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이하 치협)에는 ▲수가 대폭 인하 ▲본인부담금 40% ▲년 1회로 횟수 제한 ▲연령 30세 이상으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전례 없는 황당한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치협은 지난 13일 열린 긴급 지부장협의회에서 복지부의 제안을 거부키로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2013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5개년 계획에 포함됐던 치석제거 전면 급여화는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커졌다.

▲ 마경화 보험부회장
복지부, 애초에 급여화 생각 없었다

치협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9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치석제거를 아예 삭제한 2013년 보장성 강화 계획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입자 단체들과 치협의 강한 항의에 부딪치자, 애초 약속과는 달리 부분적인 급여확대 방안을 강구했으며, 지부장협의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11일 치협에 구두로 ‘정부측 비공식 의견’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수가를 2/3 정도로 인하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가 치협이 공식 거부한 바 있으며, 지난 9일에는 대한치주과학회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거부당한 바 있다.

이날 지부장협의회에서 치협이 정부 측의 비공식 수정제안을 최종 거부키로 결의함에 따라 2013년 보장성 강화 방안에서 치석제거는 아예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치협 마경화 보험부회장은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부처 차원에서는 (전면급여화가) 부정적이다. 부분적 급여 확대도 담당과장이 간신히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치협이 (부분적 확대안을) 안받아들이면 2013년 뿐 아니라 2014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5개년 보장성 확대 계획에도 빠지게 될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마 부회장에 따르면,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급한 것도 많은데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반응을 나타내는 등 치석제거 급여 확대 자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건정심 12차 회의에서 치석제거가 아예 삭제된 ‘2013년 보장성 확대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마경화 부회장은 “복지부는 오는 25일까지 2013년 보장성 강화계획안을 확정지으려 하고 있다”면서 “17일까지가 수가협상 시한인데, (치석제거 급여화 갈등 등으로) 합의가 안되면 25일 건정심에서 강제로 정해질 것같다”고 말했다.

‘예방·치료 목적’ 구분 가능한가?

치석제거는 2000년 전면 급여화 됐다가 2001년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하자 치료 목적만 보험급여가 인정되는 등 급여 범위가 대폭 축소된 바 있다.

치석제거 이후 치근활택술이나 치주소파술 등 치주치료가 연결되는 경우에만 급여가 인정돼 왔던 것이다.

복지부는 11차 건정심에서 “예방목적을 제외한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치석제거 보험적용을 추진할 것이고, 2,3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번에 치협에 제안한 내용도 예방목적은 아예 제외하고, 전악 치석제거로만 치료가 종료되는 경우 ‘본인부담 40% 적용’을 전제로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거기다 보험공단 등록 등을 통한 횟수 년 1회 제한과 연령 제한도 전제로 깔고 있다.

단, 기존에 급여가 인정됐던 치주치료가 연결되는 경우는 예전과 동일하게 본인부담금을 30%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부장협의회에서 스케일링 급여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가 예방목적을 제외하겠다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구취 제거, 치아착색물제거, 치아교정 및 보철을 위한 치석제거 및 구강보건증진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치석제거”를 비급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지부장협의회에서 박태근 울산지부장은 “규칙에 명시된 내용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규정이냐”면서 “복지부가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우리를 갖고 놀고 있는데 가만 둬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유사영리치과 ‘삐끼상품 전락’ 활개(?)

문제는 치석제거의 목적이 예방이냐, 치료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 이다. 대한치주과학회는 예방 목적이냐, 치료 목적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복지부도 마찬가지다. 치주과학회 측이 “예방과 치료 목적 구분 방법이 뭐냐”고 묻자 복지부도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스케일링 공짜’, ‘스케일링 1만원’ 등 삐끼상품으로 활용하는 유사영리치과들의 행태는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급여로 하면 40%나 되는 본인부담금을 무조건 100% 다 받아야 하지만, 비급여로 하면 얼마를 받던 치과 마음대로기 때문이다.

유사영리치과들의 삐끼상품 활용 뿐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삭감 등에 불만이 많고 보험진료에 익숙치 않은 치과들의 특성상 치료목적임에도 예방 목적으로 기록하고 비급여로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게다가 복지부는 관행수가를 떠나 법적으로 규정된 상대가치점수 조차 대폭 인하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에서, 똑같이 진료하고 귀찮은 보험청구 절차를 밟아가면서까지 진료기록부에 ‘치료 목적’으로 기재해 적은 돈을 받을 치과의사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단지 ‘빈도수 는다’고 수가 인하

치협이 거부한 복지부의 ‘비공식 제안’에는 치석제거 수가 인하가 포함돼 있다. 치협은 복지부가 구체적으로 몇% 인하를 요구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내세운 수가인하의 이유가 단지 “빈도가 늘어난다”라는 것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마경화 부회장은 “복지부는 치석제거 수가를 인하하는 대신, 치석제거 빈도를 감안한 인하분을 치근활택술이나 치주소파술에 반영해 수가를 인상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법적으로 규정된 상대가치점수가 있는데 단지 빈도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수가를 인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논리대로라면 감기환자 진찰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가 정해져 있음에도 환자들이 많으니까 수가를 인하하자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심지어 심평원조차 단지 빈도수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상대가치점수를 무시하고 수가를 인하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강력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치협은 이날 지부장협의회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지부장들은 “국민들을 위해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부장들은 재정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년 1회 횟수 제한 ▲연령 30세 이상으로 제한 ▲본인부담금 40% 등의 전제까지 단 것은 20세 이상 국민들의 치주질환 예방이라는 ‘치석제거 전면 급여화’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영찬 경기지부장은 “모든 의료행위는 본인부담금이 30%인데, 왜 치과만 틀니 50%, 스케일링 40%냐”면서 “치아홈메우기나 레진상 완전틀니에서 복지부가 예측한 소요재정에 훨씬 못미쳤다. 복지부의 소요재정 예측을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뻥튀기 재정추계’로 국민·치과계 우롱

최근 치과분야에서 보험급여화된 항목은 치아홈메우기와 레진상 완전틀니인데, 2개 다 복지부의 재정추계가 어처구니 없이 과장됐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2009년 12월부터 급여화된 치아홈메우기의 경우 정부는 급여화 당시 대상자 489만명, 건보 부담금 1,300억 원으로 추계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까지 ‘년 평균 실 수진자’는 54만4969명, ‘년 평균 총 진료비’는 330억9010만5407원, ‘년 평균 공단부담금’은 230억5129만7837원에 불과했다.

실제 집행된 것은 복지부 추계에 비해 대상자는 약 11%, 공단부담금은 약 17.7%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복지부는 이렇듯 과도한 재정추계를 전제로 급여화 대상을 ‘6~14세의 어린이 중 충치가 발생치 않은 제1대구치’로 제한했었다. 그러나 실상이 이렇게 나타나자 이번달부터 대상자 하향연령 제한을 없애고, 대상치아도 제2대구치까지 확대한 바 있다.

올해 7월 1일부터 급여화된 75세 이상 레진상 완전틀니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올해 수요량이 658,559개(악)에 이르러 2,308억원~3,212억 원의 건보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 김세영 협회장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논리로 ▲연령 75세 이상으로 제한 ▲본인부담금 50% 등을 전제로 깔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국정감사 결과 복지부의 예상과는 달리 연말까지 수요량은 정부 추계의 11%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렇듯 복지부는 두차례나 과다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제한을 뒀다 비판을 당했음에도 또 다시 그러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마경화 부회장은 “펑크가 나면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재정추계를 보수적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 “하지만 빈도가 는다는 이유로 수가를 인하하고, 본인부담율을 40%로 하는 등 지금까지 적용되던 건강보험 원리에 위배되는 근거 없는 시도를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치협 김세영 회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 실리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기회로 복지부의 속내를 알게 됐다. 그들이 우리에게 떠보기를 하고 있는데, 본인부담금 등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이번 제안은 거부하지만 스케일링 전면 급여화에 대한 치협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국민이나 치과계나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수정안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스케일링 급여화를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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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2012-10-15 10:00:57
연1회 횟수 제한은 현재 치주치료시의 치석제거도 6개월이 지나면 100%인정되는 지침과 어긋나고 합리성도 결여되기 때문에 한다면 6개월에 1회정도가 받아들일만한 정도라고 봅니다. 연령제한도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예방목적의 치석제거라고 굳이 한다면 '치아세정술'로 새로운 급여항목으로 추가로 넣어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본인부담은 당연히 30%로 하구요...

전민용 2012-10-15 09:45:51
정도가 심하네요. 유독 치과 분야에 대해서는 이렇게 원칙을 쉽게 흔드는지... 구강분야 전문 행정공무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잘 모르니까... 연 1회 횟수 제한은 일단은 받을만 하네요. 나이 제한은 20세 정도라면 받을 수 있을 거 같고요... 본인부담은 원칙대로 30%가 정당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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