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편]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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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편] 주홍글씨
  • 서대선
  • 승인 2005.03.2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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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문제작 "주홍글씨"를 봤다. 영화 자막 올라가고 느낀점 하나. 이것도 영화인가 싶었다.

시나리오도, 편집도 엉망이다. 뭐 두 단편 소설을 짬뽕시켰다고 하던데, 도대체 "우연히", 너무나 "우연히", 차 트렁크 뒤에 스스로 갇혀서 죽는 장면이 말이 되는가. 치밀히 계산된 듯한 영화 속에 "우연성"이 반전효과를 자극하다니, 상상력이 그렇게 없나. 내 생애 이토록 최악의 영화는 처음봤다.

시나리오, 감독의 편집기술, 자연스런 흐름이 전혀 없다. 나무 막대기 부러지듯 딱딱 부러진다. 무작정 구겨 넣은 듯한 감독만의 주관적 편집. 이것도 영화라고 만들었나? 이해할수 없는 한석규의 오바.

핵심은 마지막 부분 살인자가 누구인가에 맞춰지든, 두 여자의 동성애에 맞춰지든 확실한 반전을 호소해야하나(분명히 감독은 반전을 노리고 이 영화 만들었다),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미스테리는 사라지고 멜로쪽으로 너무 지나치게 나가버렸다. 상영 1시간 정도에 보여줄수 있는 미스테리 전개과정은 거의 없다. 관객은 어떤 대목을 봐야할지 정신이 없다.

관객은 한석규의 내면 연기에서 뭔가 인생의 실존적 고민을 느껴야 하나? 그러고 싶지 않은 미스테리 멜로라는 쟝르의 영화인데? 혹시 탈쟝르? 할말이 없다. 이 영화의 핵심은 동성애든, 마지막 살인사건의 반전이든, 좀 더 극적으로 몰아가야 하는데, 함량미달의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엽기나 애로쪽으로 몰고 갔다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한다. 결국 반전효과는 전혀 일어나지 않고, 텔미썸씽을 흉내내려다 털밑썸씽이 되고 말았다.

차 트렁크 속 "동성애"에 대한 고백이 반전 코드로 쓰여진 듯하나, 관객은 "사실은 동성애자였다"라는 반전 어법에 코웃음 치고 말 뿐이다. 관객은, 나중에 보고나니 "동성애"가 감독이 히든카드로 숨겨둔 반전코드였나? 동성애 코드가 요즘같은 시대에 반전코드로 적당한가? [아메리칸 뷰티]의 옆집 퇴역군인의 포옹정도면 몰라도...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얼마나 시간에 쫒겼으면 편집하나 제대로 못하나. 감독의 연출력 부재는 재능보다는 그의 치밀치 못한 철학에서 나온다. 아무래도 이 감독은 뭔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그 무엇, 어떤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소위 해체적 분위기의 프랑스 포스트모던 함의 모호함과 탈중심성 등. 이런 것만 적당히 섞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포스트 모던이란 위험한 거다.

혹시나 탈쟝르? 쟝르영화나 제대로 찍어보라. 소위 근대적(모던한) 리얼리즘과 내러티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발 장선우 감독처럼 헤메지 말라.

일부 페니미니스트들의 성담론의 해방, 그래서 여성주의 입장에서 잘된 작품이라는 평가 또한 우습다. 이 영화는 철저히 한석규의 남근중심주의에 빠져 있다. 여성주의 입장에서 보이코트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찬사를 보내는 그 무식함은 무엇인가.

흉내내지 말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남들도 다 같이 모를 거라는 어떤 막연한 우월적 감성에 호소하지말고, 더 공부한뒤 영화를 만들라. 공부 안하는 영화감독의 작품의 말로가 무엇인지 이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철학적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감독의 힘의 역량이 애처로울 정도로 짜집기 되어 나온 영화,주.홍.글.씨.

이 영화에서 건질게 있다면 배우들과 이은주의 훌륭한 연기력 뿐이다. 고 이은주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불필요하고 무리한 노출 뿐만 아니라, 설계도를 잃어버린듯 조잡하게 편집된 이 영화 시사회를 보고 엄청 쇼크에 빠졌을 것이다. 내가 출현 배우라도 그랬을 것 같다.

이 영화에 출현한 한석규, 성현아, 엄지원에게 현재의 심정을 인터뷰 해보라. 시사회 끝나고 느낌이 어땠는지. 이것도 영화라고, 죽고 싶었을 것이다. "주홍글씨"를 뒤늦게 빌려다 본 이유는 이은주의 우울증과 그녀의 죽음을 주변 환경적 요인을 배제한 채 "주홍글씨"라는 영화만을 통해 탐색해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함량미달의 감독에 의해 잘못 만들어진 영화 한편은 한 배우를 죽일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서대선(서울시립동부병원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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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군 2005-03-30 01:11:13
그렇게 핏대를 세우면서까지 비난을 하시다니.....리얼한 비판 뒤에 놓여진 샘의 생각들을 읽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저도 영화를 못봤기에) 주홍글씨를 보게 되면, 샘의 생각에 동의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꼭 봐야겠네...비됴 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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