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바람난 남자들, 바람꽃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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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바람난 남자들, 바람꽃을 만나다
  • 이채택
  • 승인 2005.04.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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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꿩의바람꽃. 낮에 햇빛이 있어야 꽃잎을 펼친다. 밤이나 흐린날에는 꽃잎을 접는다
봄이 되면 바쁘다. 야생화를 찿아 들로 산으로 헤메다녀야 하고, 작년에 마련한 텃밭에 채소 심을 준비도 하여야 한다. 일요일 아침, 선배와 텃밭에서 만나 감자 심을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삽질을 하니 힘들다. 겨우내 단단해진 흙을 뒤집고 거름을 넣었다

밭일을 마친 두 사람은 카메라를 메고 인근의 산을 뒤져 보기로 했다. 이른 봄이라 꽃이 피는 야생화는 노루귀, 바람꽃, 현호색 정도이다. 그 중에서 바람꽃 종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바람꽃 종류를 찿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자주 들려본 산으로 올라갔다. 야생화들은 계곡을 따라 오전에 햇살을 받는 경사면에 많이 분포한다. 반대쪽 경사면에는 나무만 무성하고 봄에 피는 야생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푸른 잎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덩굴성 식물이 많이 자라는 환경이라 키 작은 풀들이 자라기에는 부적절한 환경이다.

▲ 흰색의 꽃잎은 사실은 꽃받침이다
겨우 찾은 것이 현호색 새순이다. 꽃이 필려면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할 개체들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도 별다른 소득 없이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다 보니 좌측으로 계곡이 보인다. 자주 들리면서도 그쪽으로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름철 무성한 숲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을 못한 것이다. 아쉬움에 그쪽도 들려보기로 했다. 조금 들어가니 확 트인 풍경과 맑은 계곡물이 우리를 반긴다. 주변을 둘러보니 활엽수가 많이 자라고 덩굴성 식물이 적은 넓은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는 분명히 무언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쉽게 알 수 있다. 멀리서 흰색. 분홍색 꽃들이 보인다. 지금 피는 것은 노루귀뿐이니 가까이 가보지 않아도 분명 노루귀이다. 올 봄에도 노루귀는 많이 보았지만 더 좋은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두 사람은 촬영에 몰두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현호색이 벌써 꽃을 피웠다. 다른 지역은 이제 새순이 올라오는데 이곳은 일조량이 풍부해 일찍 꽃이 피었나 보다.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현호색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하기에 적당한 대상을 찿아 계곡 쪽으로 조금 이동하는 순간 큰 나무 뒤에서 뭔가 다른 개체가 보인다.

▲ 아래의 잎처럼 보이는 것은 총포이다. 꽃이 질 때쯤 한장의 뿌리잎이 돋아난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기에 단번에 바람꽃 종류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바람꽃이다” 고 외치며 선배에게 알려주고 가까이 가서 보니 꿩의바람꽃이다. 꿩의바람꽃은 울 장남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녀석에게 보여 주면 좋아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더 이상의 꿩의바람꽃은 보이지 않는다. 한 무더기의 군락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잘 보존되기를 바라며 카메라에 가득 담아 하산했다.

야생화에 바람난 두 남자는 이렇게 바람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첫 대면은 항상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아직 만나지 못한 야생화를 찿아 계속 산을 뒤지고 다니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와 바람꽃을 보여주니 큰아이는 바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 달라고 한다.

일주일 후, 다시 그 계곡을 찿았다. 더 깊은 곳까지 탐사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노루귀 군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노루귀가 이렇게 많이 분포하는 지역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군데군데 꿩의바람꽃이 보인다. 지난주에는 아직 돋아나지 않아 발견을 못한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종류의 바람꽃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곳이 꿩의바람꽃이 대규모로 자생하는 곳이라는 것은 확인하였다. 아직도 이른 봄이니 올 봄에는 바람꽃을 찿는 탐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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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2005-04-12 18:25:37
바람, 바람 하시더만, 정말 바람들었네요...

옥에 티 찾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전 부터 계속 "찿기">>"찾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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