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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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람
  • 고병수
  • 승인 2012.12.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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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가슴앓이

 

대통령 선거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각 후보들이 내놓는 여러 공약 중에 내가 제일 관심 가지고 보는 것은 보건의료 공약이고, 그 중에서도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에 관한 것이다.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크게 가는 분야이고, 또한 우리나라 의료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네의원 수입 늘어나는 게 일차의료 활성화?

 

3년마다 돌아오는 의사협회장 선거 때 보면 일차의료 강화니, 일차의료 활성화니 얘기가 꼭 나온다. 그만큼 동네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에서나 의사협회 회장, 혹은 임원들 중에서도 일차의료란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흔히 일차의료 활성화를 얘기할 때는 동네의원의 수입을 적절히 보상하도록 하는 것과 소신 진료를 하게끔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사실 일차의료란 개념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 그리고 우리나라 관련 학자들이 내린 개념은 “지역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의사가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해 건강상의 대부분의 문제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 말들은 ‘지역사회’, ‘친밀성’, ‘건강상의 대부분의 문제’, ‘포괄적’, ‘지속적’이라는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차의료를 말할 때 이러한 중요 내용들에 대한 개선책이나 정책 방향들을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가 정상화가 중요하다거나 진료에 간섭받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의사들의 속성이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 중 심각한 것이 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해결된다고 의료 환경이 나아질까? 불어나는 의료재정에 대한 압박과 경쟁의 심화 속에서 계속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습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수가가 많이 오른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동네의원들은 끝없는 경쟁으로 살벌해질 것이 뻔하다. 재정 문제의 해결 방법과 효율적인 의료 환경,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가 문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일차의료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의원, 동네의원, 일차의료기관?

 

일차의료를 생각하면서 또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동네의원들이 모두 일차의료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의로 볼 때 일차의료기관이라고 하면 동네의원 중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리고 질병의 구분 없이 진료를 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곳을 말한다. 그러자면 내과 일부, 소아과 일부, 가정의학과 정도밖에 없게 된다. 동네에 있는 안과나 피부과, 성형외과는 일차의료기관이 아니다.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나 이비인후과도 일차의료기관이 아니다. (사실 제대로라면 그들은 전문의로서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병원에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면허 의사 수는 10만 명이 넘어가지만 실제 활동의사는 8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엄밀한 의미의 일차의료 종사 의사는 2만 명도 안 될 것이고,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수는 더 적어서 1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은 일차의료 전담의가 있어서 나라별로 GP(General physician)나 Family doctor로 불리고 있고, 수도 많으면서 그들의 역할과 활동이 정형화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일차의료에 맞는 표준이 없기 때문에 그 수를 헤아리는 방법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추정할 수박에 없다.

 

의료기관 구분에서 의원이란 소규모 의료기관을 말하며, 동네의원은 그러한 의료기관의 통칭이지만, 그들이 곧 일차의료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긴 안목이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도 분명히 일차의료기관과 그 외 전문의료기관을 구분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일차의료 공약에 바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일차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인력 부분이나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한 정책 수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보면 단순히 동네의원의 진료 환경 개선과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올바른 일차의료를 수립하겠다는 말은 없다. 그것은 또한 수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당근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일차의료 전담 의사를 늘려나가고, 그들이 지역에서 안정되게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핵심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각 캠프에서 의료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공약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서 내놔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누가 당선 되더라도 정책 수립 단계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일차의료의 구조를 정착시켜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전문 진료 영역도 있지만 그것들에 앞서 흔히 가지고 있는 질환들에 대해 동네의원에서 설명 잘해주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살펴 주면서 가족들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의료서비스들이 잘 수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의료 재정의 급속한 상승을 막으면서도 국민들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고병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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