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과목 신설(?) 비수련의만 ‘낙동강 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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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과목 신설(?) 비수련의만 ‘낙동강 오리알’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01.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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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4년 전 한의계서 낭패 본 전문의개선안 치과계에 재탕…비수련자 대상 ‘신규 전문과목’ 현실성 우려

 

의료 환경이 급속도로 선진화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마다 ‘전문의’ 타이틀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이미 수년째 치과의사전문의(이하 치과전문의)제도 개선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치과통합임상전문의’라는 전문과목을 신설하고 전문의를 전면 개방하는 안을 예고하고 나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의 치과전문의 개선안은 비수련자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별도 전문과목을 신설하고, 일선 치과의사들에게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득권을 포기했던 임의수련자들에게는 ‘역차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분노의 시발점이 됐고, 일각에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

반면 대상에서 제외됐던 비수련자들에게는 얼핏 파격적인 혜택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현실성이다.

전문과목 신설을 위한 대학 내 커리큘럼이나 전속지도전문의도 없이 전문과목을 신설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각에서 복지부 개선안의 현실성을 불안해하는 이유는 ‘졸속행정’에 대한 전례에서 비롯됐다.

이런 방식의 전문의개선안이 이번 치과계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개선안은 이미 4년 전인 2009년 한의계가 어렵게 합의했다가 지금껏 실행되지 못한 전문의제도개선안과도 매우 흡사한 밑그림을 나타내고 있다.

2009년 5월 한의계는 신규 전문과목을 개설하고 전문의제도 경과조치를 일선 개원가는 물론 한의대생에게까지 적용할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내놓았고, 곧바로 11월 대한한의사협회가 “전문의제도 1개과만 신설시키겠다”는 복지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해당 과의 명칭을 ‘한방가정의학과(가칭)’로 정하고 전문의를 전면 개방한 바 있는데, 이를 지금 치과계가 '데자뷰'마냥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의계의 내분으로 이어졌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8개 전문과목이 아닌 오로지 ‘한방가정의학과(가칭)’에만 전문의 자격 응시가 허용되는 것에 딱히 달가워하지 않았고, 졸속행정이라는 내부 비난에 더해 학계의 반대까지 부딪히면서 신규 전문과목 개설은 결국 흐지부지 됐다.

 

'줘도 안하는 전문의' 한의계 실패작 되풀이 되나

이에 한의협 측은 "그 후 진척된 바는 없지만 전문의제도는 현재까지도 유보상태일 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라고 밝혔지만, 복지부에서는 완전히 물 건너 간 이야기이다.  

사실 상 지금의 복지부는 2009년 당시 한의계 내부를 뜨겁게 달궜던 전문의제도 개선안은 고사하고, 전문의제도를 담당하는 한의약정책과 관계자조차도 "한의사도 전문의가 있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무관심한 실정. 그나마 배출된 한의사 전문의의 입지도 그만큼 무력화된 것이다.

당시 상황에 관여했던 한의계 관계자는 “한의협 집행부가 바뀌면서 전문의제도에 대한 모든 논의가 중단됐고, 복지부 또한 협회가 놓아버린 제도에 조율을 거듭할 이유가 없었다”며 “2011년 로컬 표방도 풀렸고 2천명이 넘는 전문의가 배출됐지만 정작 파급력이 없는 전문의를 쓰는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개원가에서도 긴장이 풀리면서 지금은 전문의제도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처럼 이미 수년 전 낭패를 본 한의계의 전처를 치과계에 다시금 반복한다면, 그 후폭풍의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이 거셀 전망이다. 한의계와 달리 전문과목별 전문성이 더 뚜렷한데다 이미 전문과목으로 지정된 보철, 교정과들이 개원가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한의계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졸속으로 처리된 전문의제도 경과조치를 시행했다가 신규과목 도입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비수련의인 개원의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한의계 관계자는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개원가에서 활용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한의계에서는 전체 한의계가 위축되는 원인이 됐다”면서 “개원가 비율이 높은 것은 한의계나 치과계나 마찬가지인데 개원가를 외면한 전문의제도는 해당 직역을 흥하게 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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