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직선제 치과의사 대중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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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직선제 치과의사 대중운동으로
  • 안재현
  • 승인 2013.01.3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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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안재현 논설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서 이번에 낸 전문의제도 개선안은 회원 다수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안을 내는 과정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이(비록 치협에서는 공청회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갑자기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을 들고 나와서 치협의 대안이라며 밀어붙였다.  

심지어 치협 전문의제 개선안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안이라고 주장하며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면 따르라고 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치협이 회원을 대상으로 협박까지 한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치협의 전문의제 안이 각지부의 대의원총회를 거치면서 회원다수가 반대하는 안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치협이 회원들에게는 독선적이면서 보건복지부의 국장에게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치협 대의원총회에 보건복지부 국장이 나서서 “의료법 77조3항은 위헌이 확실하다”며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이 법안이야말로 치과의사들 대다수가 찬성하고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만든 법안이다. 이 법안을 대의원총회에서 치과의사회가 똑똑히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보건복지부는 행정기관으로 국회라는 입법부가 법안을 마련하면 그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행정기관에서는 미리 예단하여 헌법에 불일치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법을 바꾸려 하는 것은 월권에 가깝다. 또한 이는 치협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와 같은 법, 규범이 있고 이런 것이 헌법에 불일치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보건복지부에 알려서 정책적 동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난 대의원총회가 떠오른다. 대의원총회 안건에 치협 직선제에 대한 회원 여론조사를 하자는 안건이 있었다. 직선제를 하자는 안건도 아니고 회원들의 의견을 알아보자는 안건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안건이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될 수 있을까?

회원들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고 치협은 노련한 몇몇 지도부가 결정하면 회원은 따라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런 인식이 결국 이번 전문의제 개선안을 만들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일전에 대한치과의사개원의협회(이하 치개협)에서 치과의사회관 앞에서 치협 직선제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고 한다. 치개협은 비록 임의단체이기는 하나 많은 젊은 치과의사들이 참여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서 치협 직선제를 요구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오히려 치협은 이런 행동을 문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에 대한 회원 여론조사도 거부하고 회원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원이 직선제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전부터 직선제를 반대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직선제를 하면 건치 같은 강성 조직에서 회를 장악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번에는 “치개협인가?” 묻고 싶다. 회장을 선출하는 제도는 어떻게 하면 회원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과 회원이 명실공히 회의 주인이 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중점에서 벗어난 의견들은 사족이고 핑계일 뿐이다. 누가 직선제를 주장하는 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왜 직선제를 해야 하는 가?” 에 대해 답할 때가 왔다.

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등 의료단체는 치협 만 빼고 모두 직선제이다. 이들 단체는 초기에 직선제로 인해 혼란한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들 단체는 민주적인 훈련을 계속 쌓아가면서 직선제를 정착시켜가고 있는 반면에 치협은 아직도 간선제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문의제 안에서도 상명하달식 의견수렴을 시도하다가 회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만일 직선제하의 치협이라면 이번 전문의제 개정안과 같은 방식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치협 회장 선출방법은 치과의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현재의 대의원으로 선출하는 체육관 선거는 마땅히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이다. 이런 이유로 대의원에 선거인단을 추가하여 선출하자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직선제는 돈이 많이 들고 혼란을 유발하고 회원 전체의 투표는 기술적으로 힘들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런 의견이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넘을 수 있는 주장인가? 의료인 단체 중에서 가장 숫자가 적은 치협이 직선제를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의료단체에서 직선제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치협 직선제가 아닌 어떤 제도도 꼼수라고 생각한다. 회원 한명 한명이 회의 주인이고 회는 회원으로부터 권한이 나온다는 신심이 없는 한 치협 직선제는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 이런 신심을 가진 대의원이 소수이기 때문에 대의원총회에서 자발적으로 직선제를 통과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다른 의료단체들 같이 대의원총회가 스스로 직선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치과의사 대중운동으로 직선을 쟁취할 수밖에 없다. 치협 직선제를 갈망하는 치과의사 회원들이 뭉치고 힘을 합쳐서 회원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안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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