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느니’ 노동자 구강건강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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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느니’ 노동자 구강건강도 악화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3.03.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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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구원 학술집담회서 신보미 교수 4기 국건영 조사 분석결과 발표…여성·비정규·육체 노동자 일수록 구강건강 나빠

 

우리나라 성인 노동자들도 직업군별로 구강건강 불평등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이나 전문직보다 일용직, 서비스업 종사자의 구강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구강건강 상태가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경제불황과 신자유주의 정책 전면화, 서비스업 확대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성인 노동자들의 구강건강 수준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릉원주대학교 치위생학과 신보미 교수는 지난 30일 열린 (사)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사장 김진범 이하 산구원) 2013년도 1차 학술집담회에서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전국 예방치과학교실 및 치위생과 교수 등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연세대치과병원 6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서는 한국 성인 근로자의 구강건강 현황을 살펴보는 2개의 발표와 종합토의가 진행됐다.

먼저 신보미 교수가 ‘제4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한 노동자 구강건강 분석’을,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임준 교수가 ‘2013년도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현황 및 과제’를 발표했다.

김진범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생애주기 구강검진 중 40세 항목에 파노라마 촬영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성인 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현재 관련부처에는 노동자 구강건강을 전담하는 인력조차 없는 등 매우 열악하다. 정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부터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 신보미 교수
비정규직 급증→구강건강 악화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보미 교수는 지난 2007~9년 조사결과를 취합한 4기 국민건강영양조사(이하 국건영조사) 자료를 이용해,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19~64세 성인 중 구강검사와 건강설문조사를 모두 완료한 7,67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30~50%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환경은 질병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고, 특히 구강건강에 관련된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직업수준을 1차로 남성과 여성, 2차로 정규직과 자영업, 임시직, 일용직으로 나누고 3차로 서비스업, 전문직 등 5개군으로 분류해 ▲치아우식증 유병률 ▲치주질환 유병률 ▲1일 3회 미만 칫솔질 실천율 ▲정기구강검진 미수진율 ▲1년 이내 치과병의원 방문율 ▲저작불편호소율 ▲주관적 구강건강인지율 연관성을 상호 비교했다.

먼저, 치아우식 유병률은 남성에 경우 별 차이가 없었는데, 여성의 경우 일용직과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들의 치아우식유병률이 타 직군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32.3%였는데, 일용직 여성은 45%로 13% 가량 뚜렷하게 높게 나타났다.

▲ 직업수준에 따른 치아우식유병률(직업1-6 :순서대로 단순노무, 기능원, 농림어업, 서비스및판매, 사무직, 관리자및전문가)
치주질환 유병률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았고, 직업분류에 따라서는 남성은 단순노무와 기능원 등의 직업군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평균 이하의 유병률 수준이었다.

여성의 경우 사무직과 관리자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평균 이상의 유병률을 나타냈는데, 일용직이 평균인 23.7 보다 0.9가 높은 28.6으로 나타났고, 직업군으로도 단순노무와 농림어업 숙련 노동자들이 평균보다 높았다.

▲ 직업수준에 따른 치주질환유병률
칫솔질 실천율의 경우 육체직과 비육체직 간 15~20% 정도의 뚜렷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여성은 단순노무와 농림어업관련 노동자의 실천율이 크게 낮은 등 직업군에 따라 차이가 컸다.

▲ 직업수준에 따른 1일 3회 미만 칫솔질실천율
정기구강검진 미수진율의 경우 남녀 모두 종사상 지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는데, 남성은 평균 66.9%, 여성은 평균 67.3%로 대대분 높게 나타났다.

▲ 직업수준에 따른 정기구강검진 미수진율
1년 이내 치과병의원 미방문율은 남성은 57.3%, 여성은 53.8였다. 다만 남성노동자의 경우 2008년 근로자 구강보건의식행태조사 결과인 39%보다 20% 가까이 높아져 지표가 크게 나빠진 것은 주목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직업수준에 따른 치과병의원 미방문율
주관적 구강건강인지율은 남녀 모두 47.3%였는데, 2008년 조사 남성 29.3%, 여성 33.3%에서 남성이 인지율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의 경우 직업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여성의 경우 일용직이 현저히 높았다.

▲ 직업수준에 따른 저작불편 호소율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해 신보미 교수는 “직업 관련 환경은 개인의 소득,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치와는 달리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및 보호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규제로 인한 복지제도 및 환경의 변화는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신 교수는 “추후 노동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고용조건에 따라 구강건강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직업군 또는 산업군 내 취약 계층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계층간 구강건강의 차이를 매개하는 관련 요인을 확인해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의 노동자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노동자 산재 ‘압도적 세계 1위’ 왜?

‘노동자 건강권 개념과 한국의 현실’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임준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자 산재의 심각성을 밝히고, 그 이유가 무엇이며, 향후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산재가 너무도 심한데, ‘전세계 1위’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업고, OECD 평균의 3배”라며 “우리나라는 나름 잘 살고, OECD에서도 상당한 국력을 가진 나라인데, 왜 그럴까? 이는 전체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됐는데, 법 제정 이후에도 노동자 산재문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외국은 관련법이 만들어지면 그 후 산재가 10%대로 줄어드는 게 일반적 결과다.

임 교수가 제시한 첫 번째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건강의 사회정치적 성격이 ‘포디즘 체제’의 구축 과정에서 왜곡됐다는 점이다.

▲ 임준 교수
임 교수는 “보통 포디즘 체제는 보건의료복지 등 사회서비스 발전과 함께 구축된다. 때문에 해외는 포디즘 체제가 구축되며 오히려 건강권이 좋아졌다”며 “그러나 우리는 수출주도 중공업 전략과 급속한 성장을 위해 중심부와 주변부 노동의 분화, 비정규 서비스 부문의 저임금 구조화 등 희생이 강요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IMF 위기 이후 ▲저임금 구조화를 위한 노동유연화 전략 ▲각종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지배담론들이 우리나라에 전면화 됐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노동과 건강의 분리 ▲사업장 내 안전보건의 분리 ▲안전보건체계의 분리 ▲위험의 외주화가 전면화 됐다.

그렇다면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산재 퇴치운동’이 아닌 ‘노동자 건강권운동’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체계의 대당 개념 ▲산업적 노동관계적 측면에 집중한 활동 ▲유해인자별 안전보건에 초점을 맞춘 활동 ▲제조업, 건설업, 직접고용, 중규모이상 ▲노동조합, 이를 지원하는 활동가와 전문가 등에만 집중한 한계가 있엇다.

임 교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대당 개념으로서 전체 노동자의 건강문제가 모두 관심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특히, 취약노동자(비정규, 이주, 여성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직업안전보건 문제를 환경, 인권 문제와 포괄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임 교수는 산재의 개념을 악화된 노동환경과 연관시키지 않고 ‘손상’이라는 물리적 문제로만 국한시키는 관점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산재보험의 모형이 바뀌어야 한다. 직업병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 질환도 직업관련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외국은 구강관련 산재가 많이 인정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구강건강을 산재로 접근하기 힘들다. 질환으로 하더라도 업무관련성과 관련한 역학적 연구가 많이 돼 있지 않다. 구강질환과 직업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임 교수는 “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육체노동자 등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구강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치과가기도 쉽지 않다”며 “현재 우리나라 보건소는 노인과 영유아만 관리하는데, 노동자 구강건강도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 구강건강 향상의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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