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텔, 멈추지 않는 의료민영화 ①
상태바
메디텔, 멈추지 않는 의료민영화 ①
  • 이은경
  • 승인 2013.06.17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사연 이슈진단 의료관광의 본질은 국내 규제 철폐와 민영화

 

새로운 의료민영화


의료민영화는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모습은 항상 새롭다. 당연지정제 폐지나 영리병원 전격 허용과 같은 상징적인 대표 정책은 관철하지 못했지만 실질적 내용은 대부분 달성되어 의료의 상업적 행태는 심각한 상황이며 자본은 새로운 과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쇄와 같은 기초적인 공공의료영역의 민영화도 막지 못해 의료공공성은 더욱 축소되는 사이 의료를 산업화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세력들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정부의 지원이다. 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융합기술의최대 수혜주는 보건의료 산업이다. 기술발전을 통한 창조경제라는 명목 하에 의료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과 규제철폐를 앞 다투어 약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현재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의료관광과 유헬스케어 산업이다.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미래 성장동력산업"이라는 명목 하에 의료관광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스마트케어, 유헬스케어라는 이름하에 각종 진단기기-병의원 기록전산화-원격진료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차원의 의료서비스를 홍보한다.

 

산업화 핑계로 규제철폐와 민영화 도입

의료관광 주장의 속내는 의료관광을 핑계로 국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발표한 메디텔이나 영리병원 도입, 외국인환자 유치, 보험회사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등은 의료관광을 내세워 국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반면, 유헬스 사업은 통신업체-전자기기업체-IT업체-건설업체-병원 등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고자 하는 자본 쪽의강력한 요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규제마저 없애고 의료영역에 시장을 도입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이를 위해 올 6월 국회에서 입법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관련 내용은 1) 보험회사 외국인 환자 유치 알선 허용 2) 메디텔 허용 3) 원격진료 허용 4)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 등이다.
 

일단 외국인 환자는 현재도 의료법에 의해 유인 알선이 가능하다. 단 보험회사, 상호회사,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 중개사 등에 한해서는 외국인환자의 유치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는데 이를 풀어주는 것이다. 이는 외국 보험회사와 연계해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명목 하에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서비스에 개입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메디텔이란 현재 관광진흥법 규정상 ① 관광호텔업, ② 수상관광호텔업, ③ 한국전통호텔업, ④ 가족호텔업, ⑤ 호스텔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메디텔이라는 규정을 따로 두어 의료+호텔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주로 의료관광을 명목으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라면 뒤의 원격진료허용과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는 유헬스를 위한 정책방안이다. 이번 글에서는 의료관광을 위해 허용하겠다고 하는 메디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메디텔 과연 무엇인가??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대통령령으로 메디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발을 우려해 보도 자료도 내지 않은 채, 국회통과도 필요 없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대통령령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법안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요내용
 가.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의료호텔업 신설(안 제2조 제1항 제2호 사목, 안 제13조의2, 별표1 제2호 사목)

1) 의료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하도록 취사시설을 갖추고, 의료관광객의 출입이편리한 체계를 갖추도록 함
2) 의료호텔업이 의료관광객 체류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임을 감안하여, 의료호텔이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인근에 위치하도록 함
3) 일정수준 이상의 의료관광객 유치 실적으로 가진 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유치업자가 의료호텔업을 운영토록 하여, 의료호텔업 목적에 맞는 운영을 유도함
4) 의료법상 의료법인도 관광숙박업인 의료호텔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함

다시 말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을 소유하거나 사용권이 있는 자에 한해 반경1키로 이내에 의료호텔 개설을 허가한 것이다. 일정 조건이란 전년도 신고 외국인 환자가 3천명이상인 기관(의료법인)이나 개인, 1천명이상 유치실적이 있는 유치업자이며 다수가 공동으로 개설해도 가능하다.

 

메디텔, 무엇이 문제인가

메디텔은 ‘메디신(medicine)’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의료기관과 숙박시설을 겸한 형태를 말한다. 이미 2009년 병원의 부대사업으로 숙박업이 허용되어 의료기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법 개정은 현재 5가지 호텔업에 메디텔 분류를 따로 넣어 의료기관이 숙박업소를 직접 설립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호텔 내 병원이나 병원 내 호텔은 존재한다. 대부분 호텔 내 의료기관을 유치한 경우가 많은데 호텔 내 작은 의원급이 입주한 경우에서 대규모 검진, 성형, 미용, 임플란트, 한의원 등 고가 클리닉이 동시 입주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의료기관이 지을 수 있는 일반 관광호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공용시설의 부담과 주민들의 반발로 호텔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새로운 규정을 갖춘 메디텔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의료호텔이 허용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나 쉽게 개설할 수 있는 의료호텔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호텔을 개설할 수 있는 조건에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를 포함시켰다. 일정규모이상의 외국인환자 유치실적이 있는 의료법인, 개인의료기관, 외국인환자 유치업자 모두 개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6월 국회에 같이 올라온 법안인 보험업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법안이다.

너무나 공교롭고 우연찮게도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가 의료호텔을 개설할 수 있는 법안과 보험회사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법안이 같이 올라온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장벽이 또 제거된다. 의료호텔은 외국인 환자 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보험회사는 외국인 환자 유치업을 할 수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이 있는 보험회사는 의료호텔을 개설할 수 있다.→의료호텔은 내국인 수요가 훨씬 많다”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의료호텔을 매개로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가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생긴 것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 이용을 위해 의료호텔을 이용하는 내국인 환자대상 보험 출시, 상호 정보 공유 등 현 내국인 환자 알선 유치를 금지한 법 테두리 밖에서의 사실상 유인알선, 정보공유가 충분히 가능해지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일부만 가능한 규제에서 몇 가지를 뺀 전부 허용

기존 의료기관의 부대시설은 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를 정해놓은 포지티브리스트였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개설한 의료호텔에서는 안 되는 사업 리스트를 정해놓은 네가티브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술집, 도박장, 게임업소 등 사행시설을 제외(이하학교보건법운용)하고는 모든 시설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놀이시설, 백화점 등 판매시설, 스파나 헬스장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익사업이 전부 가능해진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대부분의 부대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 등 필수 사업 외에 환자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사업을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의료호텔에서는 위의 사행성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가능하다. 여기에 사업자는 엄격한 의료법의 규제를 받는 의료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병상이 부족해 의료호텔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스파, 헬스장, 판매시설 등을 통해 수익을 내거나 병원 수익의 일부를 의료호텔을 통해 전용하는 행위들이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숙박시설?

일단 정부에서 이유로 들고 있는 외국인 환자 숙박시설 부족을 보자. 현재 외국인을 위한 숙박시설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광객 수요는 동일본지진, 엔고현상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여기에 늘어난 관광객 수요를 위해 이미 적극적 정부지원을 하고 있어 2014년이면 공급과잉이 발생한다.

2012년 7월 정부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한시적으로 호텔 건립 시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 용적률 기준을 확대하고 자금지원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게 발맞춰 대규모의 객실확충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의“서울 호텔시장 동향·수급전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말부터 2017년까지 계획·추진 중인 서울지역 호텔은 128곳으로 2017년까지 객실 2만7639실이 늘어나 2011년 말에 비해 110%가 늘어난다. 이는 2014년에 이미 수요가 3만1899실, 공급은 3만2348실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출처 : [성장 호기 맞은 호텔업계]자고 나면 ‘쑥쑥’…5년 내 100개 들어서_매경이코노미제1674호(12.09.12~09.18 일자) 기사

이미 해당 업계에서는 객실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앞 다투어 짓고 있는 관광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이 과당경쟁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메디텔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집중으로 병상부족을 심하게 겪고 있는 대형병원과 입원 관리가 잘 안 되는 강남 중심의 고가 클리닉이 이해가 결합되었다. 의료+휴양+웰빙+영업+관광을 묶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의료영역을 파고드는 것이며 여기에 대형병원+고가 특화 클리닉+보험업계+호텔업계의 이
익이 서로 협조하고 있다.

의료호텔이 허용되면 주로 어떤 호텔이 들어서게 되나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전년도 3천명이상, 유치업계는 1천명이상 유치실적이 있어야 개설이 가능하다. 2011년 기준 1천명이상 진료 실적이 있는 상위 의료기관 3.5%가전체 외국인환자의 56.9%인 69,545명을 진료해서 조건을 충족하는 기관이 일견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복수의 병의원이나 업체가 합계해 개설이 가능하도록 해주어 지금 당장 조건을 충족해 개설할 수 있는 곳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은 2012년 기준 가장 많이 본 세브란스 병원이 8,196명, 3위인 청심국제병원이 6천명을 넘어 기준을 쉽게 충족할 수 있다. 일단 가장 많은 일단 병상이 부족하고 근처 가까운 숙박시설이 별로 없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앞 다투어 메디텔을 짓게 될 것이다. 이미 삼성병원은 2012년 호텔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지 못해 중단된 상태이다.

여기에는 환자 보호자, 입원이 필요 없는 검진이나 경증 환자들이 주 타깃이 될 것이며 수도권 대형병원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방 병의원이나 동네의원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며 대형병원과 의료호텔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의료비는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강남 등 건강검진, 성형, 임플란트, 한방 등 고가 클리닉이 밀집된 곳에서 공동으로 메디텔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보험회사와 연계해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숙박, 항공, 관광까지 패키지로 연계한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관광의 취지에 가장 부합한 모델이 될 수도 있으나 국내 지방 환자들의 서울 나들이 비중이더 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의료기관과 호텔, 보험회사 등은 돈을 벌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사회 의료 모순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도 지나치게 과도한 성형, 건강검진, 라식, 임플란트 등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비 지출 두 측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형병원과의 경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동네의원들은 필수 진료를 포기하고 비치료적 영역으로 진출한다. 동네에서 간단한 수술이나 감기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지고 검증 안 된 시술과 검진이 증가하는 추세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보험회사, 관광회사 등이 직접 개설하는 경우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준도 의료기관은 3천명, 유치업자는 1천명으로 규제도 더 완화해주었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복지부에 등록한 기관은 의료기관 2,285개 (2012년말기준) 유치업체 324개소이다. 이 유치업체에서는 바로 의료호텔을 개설할 수 있는데 보험회사와 다수의 소규모 의료기관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경 (새사연 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