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동' 위해 다함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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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 위해 다함께 나서야
  • 편집국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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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 공동기획 (4)노동보건안전투쟁의 의미

이제 현장의 모습을 돌아보자.
정규직은 언제 잘려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일하고 있고, 잘린 사람은 비정규직으로 다시 현장에 배치된다. 생산라인 돌아가는 속도는 빨라졌으며 인원이 줄어드는 바람에 업무량은 더 늘어갔다. 할당된 업무를 끝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다 사고로 죽든, 사무실에서 매일 야근하다 과로사로 죽든 어쨌든 매일 8명씩 죽어간다. 관리자에게 제기해도 소용없고 혹은 그럴 분위기도 안 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더욱 열악하다. 이들은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못한 곳에 배치되기 일쑤고 기본적인 보호장비도 지급 받지 못한다.

IMF 뒤 '규제완화'로 재해 급증
현장의 노동자 건강권 침해는 오래 전에 이미 도를 넘어섰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다'는 기대는 누구도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나마 있는 보호 장치마저 없어질 판국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건강권 쟁취투쟁을 다짐해야 한다. 노동자 건강권문제는 이미 노동운동 전반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고, 자본의 신자유주의는 노동자 건강권 영역부터 치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는 지난 1997년 각종 규제를 풀었다. 경기침체를 타개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유롭고 적극적인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자본의 오랜 요구가 IMF 경제위기를 맞아 현실화된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 건강권이 크게 침해되었고, 한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이상 5년 미만의 장기요양환자가 2001년 한해에만도 전년대비 24.9%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건강권 쟁취 투쟁이 최우선에 배치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건강권을 지키는 투쟁은 우리 노동자들이 현장통제권을 장악하는 과정이 된다. 작게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이 있고, 크게는 정부와 자본에 맞선 투쟁이 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 가야하고, 이를 박탈하려는 자본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으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은 동료를 묵묵히 떠나보내는 아픔 대신 살아있는 동지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산재노동자 대 일반노동자'의 분리구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전반적인 노동자 건강권 문제로 이해하기보다는 일부 산재환자의 문제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노동조합 안에서도 한 부서의 사업으로 국한되기도 했다. 산재노동자 재활과 현장복귀를 위한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와 현장의 괴리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나 '일반노동자 대 산재노동자'식의 분리는 결국 자본이 추구하는 노동시장의 분절로 귀결될 수 있다.

'건강권 쟁취' 이젠 중심과제로
그동안 사회적으로는 단 한번도 노동자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와 이윤추구라는 흐름에 가려 밑으로만 가라앉아 있었다.

'노동'과 '일자리'를 이야기 할 때 그것은 건강한 노동과 일자리여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하지 못한 일자리는 결국 소수의 이윤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라도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는 투쟁은 이제 노동운동의 중심과제로 만들어야 한다.<끝>

이서치경(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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