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텔, ‘병원-보험자 모델’을 허용해 주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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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텔, ‘병원-보험자 모델’을 허용해 주려는 꼼수
  • 정형준
  • 승인 2013.06.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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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지난 5월 31일 문화관광부가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이 시행령은 ‘메디텔’로 불리는 의료숙박호텔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행령이다. 

재미 있는 점은 같은 날 정부는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 보험회사가 유치알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이에 대해서는 작년에 이미 ‘의료관광’이 가져올 의료영리화의 위험성을 본지 기고문에서 필자도 경고한 바 있다. 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40 한국에서 의료관광이 의미하는 것)

사뭇 달라 보이는 2가지 법안이지만 실제 이 법안과 시행령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 크게 보면 두 법안 모두 의료영리화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병원-보험자’ 연계를 사실상 허용하려는 시도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메디텔’ 허용안을 보면 ‘메디텔’은 병원뿐 아니라 유치업자도 세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유치업자란 외국 의료관광객을 일정 수 이상 유치한 모든 기업을 포함한다. 원래 의료관광의 유치알선을 모든 기업에 풀어주려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시도되었으나,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보험업자만 제외된 바 있다. 즉 보험업자는 안타깝게도 외국인 환자의 유치,알선이 현재까지 막혀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풀어서 사실상 보험업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5월 31일 발표된 법안과 시행령의 공통의 목표로 보인다.

이전에 밝혔듯이 보험업의 환자유치알선은 외국인이던, 내국인이던 많은 문제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간 옳게도 제한되어 왔다. 오랜기간 토론과 논쟁으로 정리된 문제를 계속 법안상정과 같은 방법으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이제 ‘메디텔’의 설립요건과 관련된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더욱 명확해 진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업자가 ‘메디텔’과 같은 의료숙박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의료숙박업을 매개로 병원과 결탁해서 사실상 선진국 대부분에서 금지된 ‘병원-보험자 모델’을 허용하게 되는 효과가 난다. 병원과 보험업의 결탁은 환자의 정보유출, 보험업의 이익증대, 병원의 영리화 등의 문제점으로 이미 허용되었던 외국(미국)에서 조차 철회가 논의 중이다. 한국은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이나,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어 의료영리화가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메디텔’로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효과가 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메디텔은 내국인도 숙박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내국인 대상으로 유인, 알선을 허용한 꼴이다. 정말 대단한 꼼수가 아닌가? 원래 지금의 논의는 마치 외국인 대상으로 환자유인알선만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는데 대한 것인데, 이 법안이 ‘메디텔’ 허용 시행령과 만나면 내국인 대상 환자유인알선이 허용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나름 고도의 술수를 써서라도 ‘병원-보험자’ 모델을 구축하고 싶은 것이 현재 한국의 민간보험사의 목적일 것이다. 정말 보험사는 이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험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건강전체를 통제하고 병원에 사고파는 이윤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물론 보험업자의 유치알선 대상이 외국인에 한정된다 해도 매우 위험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의료서비스는 영리적으로 하기 보다는 필수의료서비스에 준하여 인도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외국인들의 건강을 상품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되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 독일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우호적 의료시스템이 되는 것이 그 나라의 품격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 같은 법안에서 외국인에 한정되어 시작된 의료영리법안이 내국인까지 확대된 경우는 빈번하다. 즉 외국인에 한정된다는 문구조차 보험업의 환자유치알선을 최초로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도입될 수 있으므로, 원칙적인 차원의 금지는 유지되는 것이 합당하다.

마지막으로 병원만이 ‘메디텔’ 같은 의료숙박호텔을 세우는 것도 문제다. 병원이 진료 이외의 부대사업인 숙박업 등에 치중하게 되면서, 본연의 임무인 진료에 등한시 할 공산이 크다. 또한 이러한 숙박업소는 ‘피부미용’ 같은 비보험진료나 ‘건강검진’ 같은 필수의료 외의 진료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어 의료공급의 왜곡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특히 ‘메디텔’은 외국인환자를 일정 수 이상 유치한 병원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병원은 현재 한국의 대형병원들이 대부분이다.

현재도 의료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이 조차도 빅 5병원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병원의 숙박업인 ‘메디텔’ 이 허용된다면 의료 지역 불균등,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단 하나의 법안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두가지 안을 마치 다른 것처럼 둔갑시켜 한번에 통과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진주의료원 폐쇄와 같은 공공의료정책 포기정책은 수수방관하면서, 보험회사의 영리적 성공을 위해서는 두가지 법안을 동시에 허용하는 꼼수까지 쓰는데 황당할 따름이다. 이제 어찌되든 온갖 꼼수로 보험업의 배를 불려주고 의료영리화 재추진을 천명한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닥칠 국민들의 분노를 어찌할지가 궁금할 뿐이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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