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몰 '불법 유인·알선' 방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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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복지몰 '불법 유인·알선' 방치 왜?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06.19 16: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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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 제휴한 B사 의료복지몰 승승장구 ‘가입치과만 7백여 곳’…진료비 수수료 차감 등 의료법 위반 소지 다분

 

“B업체 ◯◯◯ 과장입니다. 저희 사이트에서는 최소 3백만원부터 1천만원까지 예치하고, 해당 금액을 포인트로 전환해 블로그 관리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수수료는 5~10%가 차감됩니다. 기업 내 폐쇄몰 홈페이지에 배너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도 있습니다.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

경기도에 치과의원을 개원 중인 원장 J씨는 최근 수상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 첫 줄만 얼핏 보고 흔한 대출 상담 스팸이려니 지나치려다 ‘병원 제안서’라는 제목에 혹시나 열어봤더니, 말로만 듣던 ‘의료복지몰’ 홍보 메일이었다.

한동네에서 수십 년 째 개원의 생활을 해오면서 나름 이 지역의 터주대감이 된 A원장에게도 잠시 불안감이 스쳤지만, 이내 날로 상업화 돼가는 개원 환경에 탄식만이 나왔다.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으며, 내가 원장인 것, 또 전화번호는 어찌 알고 어제 만난 지인인양 전화를 하겠단 건가 싶은 불쾌감은 이제 떠오르지도 않았다. 개원의 30년 차 A원장에게 쏟아지는 스팸 메세지의 첫줄은 늘 “원장님!”으로 시작하기 때문, 낯설지 않다.

S사 임직원 알선 유혹에 ‘솔깃’…치과 제휴 봇물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런 의료복지몰로부터 제안 전화나 이메일을 받은 병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 굴지의 대기업인 S기업과 제휴를 맺은 의료복지몰 B사의 경우 치과 가입기관만 691곳에 달해 의료기관 중에서도 치과 가입률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치과병원 가입 유치에 성공한 B사의 홈페이지는 온통 제휴 치과의 배너광고로 넘쳐나고 있으며, 현재 6월의 특별행사로 스케일링 제휴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의료복지몰에서는 제휴사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지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제휴 기업 및 의료기관 수를 확장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과 제휴를 맺은 의료복지몰은 치과 분야에서만 하루 평균 1개 기관 이상 가입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향후 의료기관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홍보 전화를 받았다는 원장 K씨는 “바로 옆 치과병원에서 해당 의료복지몰에 가입을 했음에도 우리 병원에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지금은 의료기관 유치 단계지만 이대로 의료복지몰의 입점병원 수가 늘어나게 되면 역으로 병원들이 복지몰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덤핑치과에 고용된 치과의사들이 진료비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듯, 치과 의료기관 자체가 상업화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알선 수수료 ‘의료법 위반’ 명백…안전장치 시급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피해가 환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의료복지몰에서는 ‘주치의와 같은 의료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복지몰을 거쳐 가는 모든 환자의 의무기록사본을 총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 모 의료복지몰의 의료실비 청구도면
의료복지몰이 진단서를 직접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 의료실비 보험의 대행청구 때문, 단연 민간보험 가입환자의 과잉진료가 우려되는 구조이다. 더구나 환자 중개 수수료 역시 비보험 진료비에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복지몰에서는 의료기관에 비보험 진료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의료복지몰에서는 실비보험 대행 청구까지 맡고 있다 보니 손해보험사 및 생명보험사와도 협약을 체결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진료비 할인 등 여타 시스템보다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수수료 차감에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를 소개해주고 그에 따른 진료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면 이는 의료법 상 환자 유인‧알선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면서 “환자 알선을 통해 대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3자의 진료기록열람에 대한 처벌이나 의료광고 위반 단속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료기록 열람의 경우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사전동의가 이뤄질 시 문제가 없는데다, 광고의 경우 주로 기업 내부의 폐쇄형 임직원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있어 단속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

이처럼 의료복지몰 가입 치과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애매한 태도와 협회 차원의 안전장치 미비로 개원가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고영훈 사업국장은 “중개업체의 배만 불리다 결국은 치과계에 칼날이 돼 돌아올 의료상업화의 전형적인 한 형태”라면서 “명백한 의료법 위반 소지가 보이는 만큼 복지부가 하루 빨리 실태조사에 나서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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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6-24 02:58:44
복지몰 병원가자네요

군대... 2013-06-20 01:55:29
삼성전자라는 얘기가 있는데...맞나요? TV랑 에어콘이나 잘 만들지...이게 돈이 많이 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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