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된 민주주의에 영혼과 심장을 되찾자!
상태바
좀비가 된 민주주의에 영혼과 심장을 되찾자!
  • 안재현
  • 승인 2013.07.03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재현 논설위원

 

과거 독재시절에 국가 정보기관은 독재자의 권력유지와 민주화 인사에 대한 탄압을 주 목적으로 운영된 적이 있다. 이 시절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말하고 싶은 자유”를 행사한 것 만으로도 국가정보기관에 잡혀가서 고문으로 강요된 진술을 하고 간첩으로 몰려 몇 년간 옥살이하기 일쑤였다.

요즘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패륜적 행위를 과거 독재자들이 했다. 치욕스런 성고문에서 전기고문까지 인간의 본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행동들이다. 우리는 이런 야만의 시대를 민주화 운동으로 척결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 정보기관이 다시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온 국민이 애도하고 봉하에 수백만명의 추모인파가 몰리고 광화문 광장에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애도인파가 꽉 메웠다.

국가에서 공인된 국민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그 때에도 국가정보원은 불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흑색선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욕설에 가까운 용어를 사용하며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십억의 비자금이 발견되어서자살했다고 조직적으로댓글을 달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전 경찰청장 조현오가 이런 거짓말을 하여 명예훼손으로 구속된 사실에서 보듯이 경찰청과 국가정보기관이 유언비어를 막아야 할 본연의 의무는 버리고 도리어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장본인이었다.

심지어 고 김대중 대통령께는 “김대중의 조국은 북한이다”는 제목의 글을 달고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는 댓글로 국가정보원이 전직 대통령의 위신을 깎고 비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허위사실과 유언비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정보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사실관계를 날조했으니 국가를 전복하는 국가전복원이라 부를 만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주의를 뒤집는 국정원의 행동은 절정에 달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정보기관이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인터넷 상에 퍼트리는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검사의 기소에 의하면 이런 불법행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하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고 하였던가? 지난 대선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정원 여직원은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조작된 결과를 발표하게 하고 오히려 여직원 인권문제로 몰고 간 정보기관과 권력기관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 주소다. 지난 대선에서 당락을 가른 표차가 불과 3% 내외로 사실상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국가의 일급기밀을 정치적 목적으로 누설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는 대통령 기록물로 법적인 절차 없이는 열람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이것을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내용을 왜곡할 목적으로 발췌를 하였고, 지난 대선에서는 이 내용을 두고 이른바 NLL 공세로 정치권이 안보장사를 하게 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다고 한다.

이렇게 국가권력기관의 조작과 술책과 음모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진실, 정의와 절차가 어떻게 되었던 간에 투표로 승패가 나누어지고 나면 끝이다. 민주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정신인 “정의”가 없어지고 단지 투표행위만 남은 민주주의, 영혼과 심장이 없고 겉만 남은 좀비 민주주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이제 국가정보원을 사유화하고 주요 언론을 장악하여 사회적 문제를 힘의 논리로 왜곡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거대한 힘으로 바꿔버리고 은폐하면 된다는 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이것도 조작된 것인지 확인안되지만)이 공개되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 등 외국의 기자들은 내용의 진실을 먼저 파악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유주의적 대통령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과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기밀을 누설하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기사로 다루었다.반면 한국의 기자들은 자신의 지지여부에 따라 진실조차도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한국 주요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기술했다가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자 양비론을 내세워 진실을 묻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과 정의의 화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 정의가 무너진다면 파벌 싸움과 힘의 논리 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를 앞두고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무엇이 진실인가이며 그 이후에 보수냐 진보냐는 논쟁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고 있다. 진실과 정의가 없고 음모와 모략이 민주주의의 영혼과 심장을 갉아 먹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좀비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에 영혼을, 심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은 결국 시민 정신에서 나온다고 감히 말한다.

온갖 모략과 정쟁 속에서도 꿋꿋이 정의의 횃불을 밝히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정신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이었다.지금 전국 방방곳곳에서 정의와 진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대학생들, 고등학생,대학교수들, 의료인들, 예술인들, 종교인들 등 각계 각층에서 진리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철야 작업을 강요받던 미싱공, 가녀린 손에 돌을 잡았던 여대생에서부터 강제 징집 당한 청년들, 삼청교육대에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 광주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한 시민군, 6월 항쟁에 나선 화이트칼라, 십자가 대신 사회 정의를 잡은 신부님들, 현세 정토를 구현하고자 한 스님들……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친일 잔재와 독재에 저항하고 무너지고 다시 저항하면서 세운 것이 한국 민주주의다. 우리는 결코 저력이 없는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과 권력기관이 일시적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좀비로 만들고 있을 지라도 정의와 진실의 횃불을 든 시민들이 다시 나서서 민주주의에 영혼과 심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안재현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