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아픔으로 인한 민중의 분신이 멈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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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아픔으로 인한 민중의 분신이 멈추길
  • 송필경
  • 승인 2014.01.0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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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송필경 전 공동대표

 

새해 첫날 ‘방콕’않고 기운차게 몸놀림하기 위한 첫 시도는 자전거타기였다.

겨울치고 바람이 차지 않고 볕은 가득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중무장해서 인지 땀이 많이 났다. 강변에서 중간 휴식을 취하며 틈틈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페이스북의 새해 첫 화두는 ‘분신(焚身)’의 희생자였다.

겨울답지 않게 야외 운동하기 멋진 날이어서 페달을 밟는 다리 근육은 경쾌했으나, 다리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엔진인 심장은 분신이라는 뜻밖...의 사건으로 불규칙하게 쿵쿵거리며 흥분했다.

정당한 분노를 나타내기 위해 제 몸을 태워 저항하는 행위를 분신이라 한다. 우리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1970년 11월 13일 무지렁이 노동자 전태일 분신이다. 열사의 마지막 유언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마라!”였다. 이로써 한국 노동운동사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는 7년 전 베트남 승려 틱 꽝 득의 분신과 유사했다.

 

1963년 베트남 사이공에서 미국의 꼭두각시인 지엠 정권의 폭정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불교 고승 틱 꽝 득이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하였다. 놀랍게도 온 몸이 숯덩이가 될 때까지 미동도 않고 명상하듯 가부좌 튼 자세를 꼿꼿이 유지하였다.

서구 언론은 경악했다. 갈릴레이와 함께 지동설을 주장한 중세시대 신학자 브루노 같은 사람을, 또는 KKK단원들이 흑인을 장작더미에 올려놓고 통닭구이 만든 경험은 있어도, 그들 역사에서 신념 때문에 스스로 몸을 불태우는 인물을 본 적이 없었다.

이 분신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미국이 감춘 베트남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사건으로 베트남 문제가 미국이 그토록 꺼려했지만 비로소 유엔에 상정 됐다.

현재 프랑스에서 국제 참여불교 운동의 지도자로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틱 낫 한 스님은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1963년 베트남 스님들의 소신공양(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침)은 서구 기독교적 도덕관념이 이해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좀 다릅니다. 언론들은 그때 자살이라고 했지만, 그러나 그 본질에 있어서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저항 행위도 아닙니다. 분신 전에 남긴 유서에서 그 스님들이 말하는 것은 오로지 압제자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고 그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베트남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불교 역사상 살신성인의 원조는 썽자오(僧肇 : 384~414)라는 중국 진(晉)나라의 승려다. 그는 공사상(空思想)을 대표하는 중국 선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중국 불교계의 최대 천재로 불린다. 그는 왕의 노여움을 사(요즈음의 반정부 사상으로) 교수형을 당하는데 멋진 시 한 수를 남기고 31세의 나이로 홀연히 사라진다.

四大元無主 사대가 원래 주인이 없고
五陰本來空 오음은 본래 빈 것이다.
將頭臨白刃 머리에 흰 칼날을 갖다 대어도
猶似斬春風 이는 봄바람을 베는 것과 같을 뿐이다.

四大(地․水․火․風)
五陰=五蘊(자기 몸, 즉 色 : 물질적 존재 受 : 감각 想 : 표상 行 : 의욕 識 : 사유)
몸 자체가 오온의 가합(假合)이므로 그리고 또 오온 그 자체가 또 공(空)한 것이므로 칼날이 내 모가지를 스쳐도 그것은 바람이 스치는 것과 같을 뿐이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고 경도대학 가지야마 유이치 교수는 평했다.
"여기에 묘사되고 있는 중관의 사상가들의 생애는 그들의 철학과 명상이 보여주고 있는 절대의 정숙(靜淑)과는 매우 다른 광란(狂瀾)에 넘친 생애들이다. 그들의 변증(辨證)은 그것이 전해주고 있는 공의 세계의 청명(淸明)함에도 불구하고 불꽃과 같이 치열한 논리였다. 이 세계를 꿈(夢)과 환(幻: 환영)으로 본 그들이 그들의 현실에서 본 것은 삼림(森林)의 한적한 생활이 아니었으며, 추악한 인간세의 악몽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결코 중관사상의 에센스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악몽의 아픔을 모르는 인간에게 어떻게 이 세계를 꿈과 환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추악한 민중의 악몽을 온 몸으로 불사른 베트남 스님 만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만세!

유사참춘풍(猶似斬春風)! 관세음보살…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 공동대표, 범어연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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