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의 ‘사회적 우선순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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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건강의 ‘사회적 우선순위’ 높이자!”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4.01.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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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이 만난 사람들]②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배광학 교수

 

1981년 경상남도 진해시에서 시작돼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공중구강보건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첫 시행 후 급격히 확산되다, 생태주의자 등 반대론자들의 장벽에 막혀 정체 및 퇴보를 거듭하다, 현재는 고작 전국 25개 정수장에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수불사업 확산의 한줄기 희망도 보인다.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불소시민연대’(이하 불소시민연대)가 지난해 8월 10일 공식 출범한 것.

3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불소시민연대는 단지 수불사업 확산을 통한 ‘구강건강 향상’이란 목표를 뛰어 넘어 ‘구강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기에, 출범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불소시민연대 출범을 위해 물밑에서 온갖 궂은 일을 다해가며 구강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가치를 추진해온 한 공중구강보건학자가 있다. 『전민용이 만난 사람들』 두 번째 인터뷰어로 지난달 21일 신도림 부근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힘들지만…그래도 ‘수불사업’이다

전민용(이하 전) : 오늘 배광학 교수를 만난 건 불소시민연대 때문이다. 지난 8월 출범 이후 조직정비 등은 잘 되고 있는가?

배광학(이하 배) : 2012년부터 창립준비모임을 10여 차례 했고, 창립총회 하기 전 김미희 의원실 후원을 받아 국회의원회관 별관에서 심포지움을 하기도 했다. 사회각계 단체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고, 40여개 단체들이 모였다. 그 뒤에 창립총회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창립총회 다음에 방향을 못잡고 있는 상태다. 출범을 하면 조직구조가 생긴다. 불소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원광 치대 이흥수, 건치 고승석 공동대표, 한양여대 치위생과 황윤숙 교수,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강주수 대표 4명인데, 공동대표만 세웠지 각 참여단체별 운영위원 추천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운영위원회가 구성이 돼야 공식적인 역할분담도 하고 사업도 추진할텐데, 운영위원 추천부터 막히니 막막하다.

전 : 어떤 사업이든 열정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초기 주도한 사람들이 주축이 돼야 하지 않을까?

 
배 : 수불사업에 대해서 그냥 인식하는 것과 실천적으로 운영위원을 파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연히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단계에서 난항에 빠지니까 대표들도 혼란을 겪는 것같다.

“전문가들조차도 피로감이 누적된 게 수불사업 추진 부진의 원인. 누적된 피로감 타개할 새로운 동력 필요.”

준비했던 분들이 일단 모여 1차 운영위원회를 한번 하긴 했다. 그런데 울산 수불사업 중단 문제가 터지고 해서, 논의가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까지 가지 못하고 유야무야 끝나버렸다. 그 뒤 내가 실무위원장 비슷하게 역할을 하라고 얘기를 들어, 1차회의 결과를 정리하면서 2차 회의 날짜를 조율했는데, 회의 일정 맞추기부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많이 고민이 된다.

전 : 울산은 어떻게 되고 있나?

배 : 울산건치와 김진범 교수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청회를 한번 했고, 잘 마무리 됐다고 얘기는 했는데, 울산시장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걱정이다. 내년 예산이 아예 안잡혀 있다. 이후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단될 위기다. 인천도 설문문항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현재로선 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 : 불소시민연대가 결성 이후 지지부진해진 이유가 뭘까?

배 : 내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근본적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것 아닌가 싶다. 전문가들조차도. 일단 무언가 단기적 목표를 갖고 사업을 시작하면 동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같은데, 현재의 정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

연말이 지나고 불소시민연대 운영위원회가 정상화 되면, 수불사업 의무화 내용을 담은 구강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도 구강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 : 해외도 반대론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는가?

배 :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반대론자들로 인한 어려움 보다는 더 확대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같다. 이미 12세 아동의 DMT(우식경험영구치 수)가 많이 떨어졌고, 미국의 경우 중심지역은 대부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확대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퇴보하는 것도 늘어나는 것도 아닌 것같다. 비슷하게 정체된 상황이다.

전 : 수불사업 의무화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2004년에도 장향숙 의원이 추진했다 폐기된 적이 있는데…. 약간 무리한 내용이 아닐까?

배 : 첫째는 지역사회 주민들로 하여금 수불사업 시행 여부에 대한 자기 지역의 결정(여론조사 등)을 진행하는 것을 의무화 하자는 것이다. 즉, 안하는 지자체가 있을 때 최소한 하도록 하게끔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 주민의 여론수렴이 됐을 때 주민들의 인지도와 찬성율이 어느 정도 이상이라면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개발의 경우 지역주민의 80%가 찬성하면 하도록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불사업에 대한 여론수렴을 할 수 있는 절차 등이 법에 명시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수불사업 실시를 의무화를 말하는 것이지, 무조건 수불사업을 실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 : 조금 화제를 돌려보자. 수불사업이 참 어려운데, 운동의 중심을 아동·청소년 치과의주치의제나 예방항목 보장성 확대 등으로 옮길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배 :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고, 또 하나는 경제성과 형평성이다. 전략의 중요성으로 치면 효과·경제성인데, 여기에 ‘형평성’이란 가치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수불사업만한 정책을 찾기는 힘들다.

한 예로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제를 살펴보자. 현재 서울시가 하고 있는 수가수준으로 했을 때 전국적으로 하면 7천억~1조원 정도가 들더라. 실제 서울시의 경우 4학년 한 학년만, 거기다 6개구에서만 하는데도 10억 원 내외의 돈이 들고 있다. 반면 수불사업을 하게 되면 10개 정수장에서 실시하는 비용이 처음 설치비 등 20억이 들고, 뒤에는 약품비 밖에 안든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효과·경제성 뿐 아니라 ‘형평성’이란 가치까지 고려하면 수불사업만한 정책을 찾기는 힘들다.”

비용 뿐 아니라 효과성 측면에서도 수불사업은 지금도 여러 요인을 고려해도 30~40%의 효과가 꾸준히 나온다.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수불사업을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형평성’ 문제를 놓고 보자. 주치의제 같은 사업은 안내문을 받은 아동의 부모가 치과로 데려가야 하한다. 그런데 맞벌이 부부나 조부모만 있다거나 이혼부모라든가…치과에 안데리고 갈 가능성이 크다.

주치의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의지’가 중요한데, 여러 사회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불사업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천에 아무런 영향을 안미친다. 특히, 수돗물을 먹는 인구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많아진다.

이렇듯 비용과 효과성,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봤을 때 수불사업만한 사업을 찾기는 힘들다.

많은 분들이 치과보장성 확대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현재 노인틀니 본인부담금 50% 등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실제 국민 구강건강 향상에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하는지는 더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수불사업을 다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치협 내 ‘과학위원회’ 설치 시급

전 : 여전히 수불사업은 국민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효과적인 공중구강보건사업임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예방치과’란 학문이 일선 개원가와는 아직도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일반 개원의들도 실천할 수 있는 ‘예방진료’를 개발·보급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배 : 예방치과라는 학문은 크게 실험예방, 기초예방, 임상예방, 공중구강보건학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내가 전공한) 공중구강보건학을 하는 교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대는 김현덕, 진보형, 백대일, 한동헌, 배광학 5명의 교수가 있는데, 임상은 아예 하지 않고, 역학과 정책연구들이 중심이다. 개인적으로 임상예방과를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역학 공중보건학 전문의가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전 : 그래도 임상예방 등에 대한 교육연구는 필요하지 않을까?

배 : 맞다. 교육연구의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교육연구 필요성이 있다고 특화된 전문의가 돼야 하는가는 좀 다른 문제다. 임상예방과가 없어서 안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소아치과는 논문들 상당수가 예방 관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교정과도 브라켓에 생기는 문제 때문에 케어를 하고 있다. 타 전문과목에서 ‘예방’이 트랜드다. 점점 예방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높아질 것이다. 물론 예방치과에서 더 열심히 할 수는 있겠지만….

“복지부 내 사무관급 이상 예방의학 전공자만 30명이 넘고, 주요정책 입안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개입할 여기자 많다. 그러나 사무관급 이상 치과의사 출신 공문원은 단 2명뿐.”

전 : 화제를 좀 돌려보자. 공중구강보건학의 중요성에는 동의한다. 또 전문연구자들이 희박한 상황도 안타깝다. 그게 원인인지 메디칼에 비해 대정부 영향력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배 : 예방의학 쪽은 교수 대부분이 역학·공중보건학을 전공한다. 교수들의 제자들 중 공직 근무자가 꽤 많은데, 복지부의 경우 사무관급 이상만 최소 30명 이상이다. 때문에 주요정책이 결정되는 중심 논의구조의 과장, 국장 등이 상당수 제자들이다. 즉, 메디칼은 주요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교수 등 전문가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또 다른 측면을 얘기하자면, 최근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서울 의대 교수로 갔다. 그만큼 자리를 서로 오고가며 긴밀한 관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치과는 어떠한가? 현재 복지부 내 사무관 이상 공무원 중 치과의사 출신은 김주심 사무관과 최종희 서기관 단 2명 뿐이다.

구강건강 관련 정책의 경우 과거 문혁수 교수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었는데, 충분히 소화했었다. 공중구강보건 분야는 최소 1~2명만 왕성하게 활동해도 감당이 될 정도로 입지가 적은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

전 : 건치신문에서 줄기차게 떠들고 있듯, 구강보건 전담부서도 없고, 공궁구강보건사업 예산도 미미하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배 : 결국 정책분야에서 설움을 많이 받으면서 느끼는 것이 구강건강이라는 부분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비중 있는 이슈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강건강 분야가 사회적으로 비중 있는 이슈로 자리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연구주제를 잡고 있는 부분이 ‘삶의 질’, ‘전신건강과 구강건강의 관련성’ 등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치주염이 전신건강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논문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확산시켜 나가고, 그런 근거들을 계속 개발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구강건강에 대한 사회적 우선순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전 : 사회적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맞다. 그러나 공중구강보건학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같다. 범치과계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텐데…

배 : 치협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인데, 치협 산하에 과학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임상연구를 정리해서 근거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의 경우 ‘즉시 임플란트’가 이슈가 된다면. 관련학회와 위원회를 구성해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건보공단에서 만든 근거에 끌려가고 있다. 거기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근거에 근거한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치협은 그런 부분이 너무 약하다.

치과진료는 표준진료지침이 전혀 없는 상태다. 나도 연구하다 궁금하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찾아서 쓴다. 최근 구강건강검진도 파노라마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관철시키려는 작업을 했는데, 그 때도 질병관리본부에서 요구하는 것이 근거를 달라는 것이었다.

 
“정책을 관철시키려면 근거에 기반한 표준진료지침, 가이드라인은 필수다. 그러나 치협은 그런 부분이 너무 약하다.”

그런데 치과계에서는 한번도 그러한 작업을 한 적이 없다. 때문에 구강건강검진 항목에 파노라마가 포함됐을 때,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지 여부 등에 대한 에비던스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상태다. 그것도 미흡해 생애전환기 중 40세에 한번만이라도 포함시키자고 수정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해보고 느낀 것이, 치과진료 전 분야의 주요 토픽에서 이러한 근거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 : 구강건강의 사회적 우선순위를 높이기 위해 범치과계 차원에서 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배 : 구강생활건강과 과장을 만났을 때도, 협회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얘기했던 게, 구강보건홍보협의체를 69제 한번 하려고 구성하고 만나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협의체 산하에 위원회도 만들고, 펀딩도 만들고, 실행위원회도 만들고…. 구강건강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을 슬로건화 하고, 또 집중적으로 일관화해서, 사회적으로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이가탄·인사돌의 효과가 과도하게 포장된 부분을 반박하려는 리포트가 나와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역량은 치협 내 그런 리뷰를 낼 수 있는 과학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또 치협에서 나온 리포트가 홍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과진료 패러다임! 이젠 ‘예방 중심’으로

전 : 수불사업에 대한 신념, 구강건강의 사회적 우선순위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치협 차원 과학위원회 신설 및 표준진료지침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등의 고견 잘 들었다. 이젠 화제를 돌려 살아온 얘기를 좀 들어보자.

배 : 경상남도 창녕 근처 밀양이 고향이다. 브니엘고와 서울 치대를 졸업하고, 공보의 마치고 부산대에서 2년 교수생활 하다가 서울대로 왔다.

전 : 왜 예방치의학 전공을 선택했는가?

배 : 내가 91학번이다. 선배님은 무슨 90년대 학번이 학생운동이냐고 말씀하시겠지만, 나름 학생운동에 관여를 했다. 전대협 세대였고, 내가 본과 1학년 때 한총련이 출범했다. 현대철학연구회에 들어가서 서클 활동을 했고, 농활도 10년을 한번도 빠짐없이 갔으며, 노동조합 지원활동 하는 곳도 갔었다.

학생회 일도 계속 했었는데, 예과 때는 회장, 본과 때는 사회부장을 했다. ‘진보적 사회진출’? 이런 고민도 했다. 그런 학생운동의 경험 때문이었달까? 내가 졸업할 때 선택을 고민한 진로가 서울대 보존과와 예방치과, 외부 보철과 3곳이었는데, 고민을 하다가 예방을 선택하게 됐다.

전 : 학생운동을 했다는데, 왜 건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을까?

배 : 내가 본과 4학년 때 현 건치 대표님이신 정달현 선배가 건치 학생분과여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건치 여름 학생한마당에 참가해서 건치에 가입을 했고, 당시 처음으로 현 치협 정책이사인 김철신 선생을 만났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건치활동을 열심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방치학교실 처음 들어갔을 때 (건치 회원임에도) 정세환 교수도 그렇고 대부분이 외부활동은 권장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대학원에 집중해라’ 뭐 그런 분위기랄까? 나도 전공분야 공부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래서 건치와 멀어지게 된 것같다.

전 : 여러 학자들의 로망이지만, 서울대 교수가 되기란 쉽지만은 않다. 히스토리가 듣고 싶다.

배 : 나는 집이 부산에 있기 때문에 처음 부산 치대에 갔을 때 정말 서울대로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서울대에서 TO가 났을 때 원래는 미시간대학 교수를 초빙하려고 했었고, 내가 오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판 그 분이 못오겠다고 했다.

이런 저런 복잡한 사정이 있어 1~2년 시간이 흘렀는데. 여러 선배들은 자격요건이 안되거나, 요건이 되도 오기 싫다고 하거나 한 선배도 있고, 그렇게 차일피일 시간이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TO가 없어질 상황이 돼 버렸다. 그래서 김진범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내가 가게 된 것이다.

전 : 아까 잠깐 문혁수 교수님 얘길 했는데….

배 : 1997년 대학원 입학한 이후 문 교수님 밑에서 조교 생활을 했으니, 매우 가까울 수밖에. 2001년 쓰러지시기 전까지 모셨다.

한가지 일화를 말하자면, 내가 군대 갈 때까지만 해도 공보의를 시험 쳐서 갔는데, 문 교수님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경기도 연천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일단 경기도로 가려면 시험성적이 좋아야 했다.

나는 당연히 문 교수님이 알아서 연천으로 빼주실 줄 알았는데 ‘너가 알아서 연천으로 오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정말 입시보듯 열심히 공부했고, 2등을 했다. 그런데 경기도 중 연천으로 지원하니 모두들 미친놈이라 떠들더라..

 
전 : 결혼은?

배 : 무용을 전공한 아내와 결혼해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말 정말 안듣는다. 아내는 회사 연구소 소장으로 근무 중이고,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한다. 가정은 크게 문제가 없다. 말 안듣는 자식 말고는….

전 : 바쁘신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향후 치과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배 : 원래는 개업을 하고 싶었다. 당시 일반 치과가 아닌 예방과 계속관리를 하는 치과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치과가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에 절실해졌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당시 생각한 개업 방식은 ‘조합치과’처럼 회원제로 운영하는 치과였다. 비급여를 계속관리 하는 식으로 해서 경영이 가능한 형태랄까? 그런데 학교로 오게 돼서 접었는데...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예방치과를 전공하는, 1호 예방치과 전문의가 될 조현제라는 친구가 있다. 여러 곳에서 그 친구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가 예전에 그런 형태를 꿈꿀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예방치과전문의가 팔리는 시대가 됐나보다.

이젠 많은 치과들이 예방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같다. 대표적인 분이 CDC어린이치과병원 이재천 원장님이다. 또한 조선대치과병원을 비롯해 전문가 치면세정술 등 계속관리를 효율적 치과경영 수단으로 삼는 치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젠 치과라는 곳이 환자들을 지속 관리하면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예방진료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가는 시기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수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충치 수도 굉장히 많이 줄었다. 과거와 같은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예방을 중심으로 주민과 밀착해서 치과를 꾸려가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범치과계 차원에서 고민돼야 하는 시점이고, 그렇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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