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병원비로 생긴 11조 흑자, 어디에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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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병원비로 생긴 11조 흑자, 어디에 쓸까?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4.0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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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지난 해 9월까지 5조 5천억 흑자 사상 첫 누적흑자 10조원 넘겨… 시민사회단체, “보장율을 높여라” 피력

 

지난해 9월 말까지 건강보험 연간 흑자가 5조50000억 원을 넘어섰다. 4분기 결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당초 예상(2조8000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진료비 증가율이 최근 3년간 5% 이하로 떨어진 것이 대규모 흑자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흑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 간에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관계자는 7일 “작년 3분기까지 결산한 결과 5조5721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험료와 정부 지원금 등 수입은 35조2129억 원이었고 보험금 등 지출은 29조6407억원이었다. 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은 4분기에 1조 원가량 적자가 나도 사상 최대였던 2012년 흑자 규모(3조3216억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10년 9,774억 적자 이후 2011년 1조 5,023억, 2012년 3조 3,216억까지 누적 흑자는 총 11조 77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부터 국제 회계기준을 적용해 35일치 보험금 지급 예상분 5조 원가량을 부채로 잡은 뒤 나온 수치다. 과거 기준으로 하면 누적 흑자가 16조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이처럼 흑자 기조가 자리 잡은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건보공단은 2005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보험금 지급 증가율이 비슷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이 병원을 많이 찾아 보험금 지출이 늘고, 경기가 나쁘면 지출이 줄어 건보 재정 흑자폭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최근 3년간 황사와 신종플루 등 대규모 인원이 병원을 찾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고 2012년 시행된 약가 인하 정책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문학적인 건보재정 흑자는 앞으로 분배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이해 당사자별로 흑자분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재정 흑자 일부를 4대 중증질환 보장과 3대 비급여 부담 완화(상급병실료 차액,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국정과제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총파업을 선언한 의료계에서는 수가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건보 재정의 막대한 흑자는 의사들이 원가의 70% 수준만 받고 진료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진료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가 인하로 인해 매출과 수익에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제약협회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높은 병원비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지 못해 생긴 흑자는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준현 정책위원은 “국민이 낸 돈인 만큼 현재 63%에 불과한 보장률을 더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신중한 태도다. 급속한 고령화로 언제든 진료비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보 재정은 연간 소요 금액의 50%(약 20조원)를 준비적립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올해 10조원을 쌓아도 적립률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한편, 공단은 재정누적 흑자가 3분기까지 11조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는 보도에 대해, 연도 말 재정수지는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3/4분기 재무상태표 상의 누적흑자 11조 77억 원은 미회수된 보험료와 유형자산(토지, 건물 등)이 포함된 금액이며, 이중 ’현금성자산‘은 8조 6,890억 원이다.

공단은 "13년 3/4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수지는 총수입이 34조 4552억, 총지출은 30조 3419억으로 재정흑자는 4조 1133억 원"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특성상 상반기는 국고지원금 조기수납, 직장 연말정산 수납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보다 수입비중은 높고 지출비중은 낮은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보장성 강화 등으로 지출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2013년도 4/4분기 재정수지에 대해 적자 발생을 예상하고 있으며, 연도 말 재정수지가 감소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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