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카드 이야기] 적립카드, 넌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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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드 이야기] 적립카드, 넌 정체가 뭐냐?
  • 한동헌
  • 승인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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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적립카드들.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물건을 사거나 음식, 음료를 먹을 때 적립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기해 했던 경험이 있다. 매번 다른 종류의 카드를 챙겨서 이용한다는 게 귀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적립을 하면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에 내가 갖고 있는 적립카드를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나도 꽤 많은 적립카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표적으로 항공사 적립카드부터 시작해 음식점, 찻집, 아이스크림집, 미용실, 영화관 등등 카드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갖고 있는 적립카드만 해도 수 십장에 이르는 것이었다.

아마도 적립제도는 오래 전부터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겠지만, 본격적인 적립카드의 시작은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가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제도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아시아나클럽’이라는 우대제도를 운영해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제도는 한 항공사의 비행기를 계속 이용해 여행할 경우 일정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일종의 적립금 제도다. 각 항공사별로 여행 거리에 따라 일정한 기준을 정해 두고, 그 기준에 맞춰 여행객에게 마일리지를 제공해 준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제도를 실시해 항공여행을 자주 하는 여행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동시에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즉 항공사 마일리지제도는 상용고객우대 제도이자 판매촉진 프로그램이다.

▲ 항공사 마일리지카드. 적립한 마일리지를 쓸 수는 있을까?
마일리지제도는 1981년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이 ‘AAdvantage’라는 이름으로 상용고객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항공사는 동네 가게에서 단골손님이 물건을 살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고 일정한 양의 도장을 받으면 경품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AAdvantage’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1978년 항공요금 책정규제가 풀리면서 항공사 간에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마일리지제도는 신용카드와 결합해 신용카드 사용금액의 일부를 마일리지도 돌려받는 제도도 생긴다. 그러나 현재는 누적 마일리지의 규모가 방대해져 항공사의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이에 개개 항공사는 기존의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고 있는데 최근 비씨카드와 대한항공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비씨카드는 현재 대한항공으로부터 1마일당 평균 12원 안팎의 돈을 주고 마일리지를 사들여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개별은행들에게 마일리지를 직접 판매할 경우 단가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 단가를 올리려는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비씨카드에 제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따라서 두 회사가 원만히 타협하지 못할 경우 6월부터 비씨카드 회원들은 스카이패스를 이용해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없게 된다. 비씨카드는 대한항공 제휴 카드 회원들에게 신용판매 사용액 1500원 당 1마일을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비씨카드는 마일리지 구입을 위해 대한항공에 연간 250억원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 마일리지는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해외여행이 최근까지 자유롭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적립제도의 등장은 OKcashbag부터가 아닌가 싶다. 90년대 말 김혜수가 나와 오케이캐쉬백 세상이 이렇게 넓어졌다고 좋아라하는 광고가 있었다. 그 후 2001년 소지섭과 전지현이 나오는 광고를 기억하시는지?

소개팅 자리에서 식사후 소지섭이 계산하려 하는데 오케이캐쉬백을 모르는 소지섭.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렇게 외쳐댄다.

▲ 2001년 1월 30일 오케이 캐쉬백 광고. 오케이 캐쉬백을 모르면 원시인 취급을 받아야 할 것 같았던 광고
왜 몰라 ~
오케이 캐쉬백.
몰랐군! 몰랐어! 오케이 캐쉬백.
세상사람 다아는데 너만 왜 몰라.
사람들이 뭘쓰나 신경좀 써봐.
쓸 때마다 돈 쌓이는 오케이 캐쉬백.

그전까지 조신하게 있던 전지현이 소지섭에게 한마디 한다. '오케이 캐쉬백 모르면 안되지' 오케이캐쉬백 모르면 여자 만나는 게 힘들어질 거라는 암시를 하며 다시 전지현은 광고를 보는 대중에게 물어본다.
'여러분은 쓰고 계시죠?’

SK는 고객이 "OK 할 때까지"라고 외치며 광고를 했고, 소위 포인트 제도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이용해 기존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오케이 캐쉬백 포인트 제도”가 바로 그것인데 SK그룹이 관련 계열사인 통신업과 주유업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해 지금은 패션,식품,관광,서비스업 등 비관련 계열사까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오케이 캐쉬백 제휴카드만 해도 무려 7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SK와 관련 계열사인지 헷갈리는 곳도 캐쉬백 포인트 가맹점 표시를 달고 있다. 소비자들은 관련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또한 오케이 캐쉬백 쿠폰제도를 이용해 식품 구입시에도 붙어 있는 쿠폰을 이용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오케이 캐쉬백 포인트를 높게 받기 위해 더 많은 물품을 구입해야만 하고 오케이 캐쉬백 포인트가 적립되는 상품만 사야 하며, 이를 적립하기 위해 따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해 '포인트'라는 명목으로 경쟁사 제품에 대한 선택 권리를 박탈한다는 불만도 있다.

▲ 도시를 누비면 꼭 눈에 띄는 로고
오케이 캐쉬백 포인트 제도 이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할인점의 경우 마일리지카드 공세로 고객몰이에 나서기 시작한게 2000년, 롯데마트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래 이마트, 홈플러스 등이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신용카드 광고의 경우 항공사 마일리지 서비스 이외에 ‘주유시 리터당 00원 할인’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버거킹, 파파이스 등이 적립카드를 발급하고 패밀리레스토랑은 베니건스, 파파존스, 카후나빌, 칠리스, TGIF, 피자헛, 미스터 피자 등이 의류는 지오다노, 아이겐포스트 등이 음료는 할리스, 커피빈, 자바시티, 자바, 이디야, 로즈버드, 네스카페, 스무디킹 등이 영화관은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MMC 맴버쉽이 서점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도 적립 카드가 있다. 그 외 미니골드라는 귀금속 판매점은 스마일리지(Smileage=Smile+Mileage)라 하는 마일리지 적립카드가 있다. 블루클럽 외 다수 미용실도 적립카드를 발급한다.

적립카드는 어쩌면 기업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조삼모사식 상술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21세기 초입에 등장, 한 시대를 특징짓는 여러 소재들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첫 글이라 적립카드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느라 딱딱한 글이 되었지만, 다음 글부터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혹시 적립카드와 관련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같이 글을 만들어나가도 좋을 듯하다.

한동헌(서울치대병원 구강악악면방사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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