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견문록] 드루 티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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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견문록] 드루 티엔 1
  • 이상윤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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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티엔(Drew Tiene)은 올해 52살로 주립대학인 켄트 스테이트 유니버시티(Kent State University)의 경력이 20년 된 정교수이다. 그가 가르치는 과목은 인스트럭셔널 테크날러지(instructional technology)라 하는 데 아마도 교육학 중에서 교수법과 관련이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 미국인들의 가계도를 밝혀주는 유료 웹사이트. 이런 유료 웹사이트들의 존재는 미국이들의 가계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부생도 가르치지만 주로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자기가 가르친 외국인 학생들 중 아프리카의 한 학생은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가 몇년 후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며 자랑도 한다.

드루 티엔은 아버지가 뉴욕근처의 롱아일랜드로 이사와 정착했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나서 대부분의 성장기간을 보내고, 미시간에서 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다시 돌아와 7년동안 11-12살짜리 6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후 텍사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하이오에서 대학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내가 미국인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조상이 언제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질문을 받은 미국인들이 내게 되물을 때도 있다. 어느 조상을 말하는데? 자기의 몇대 조상은 아이리쉬지만 누구는 저먼(German)이고, 누구는 슬라브고 또 조상중 어떤 할머니는 체로키인디안이라면서.

드루 티엔의 경우는 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자신의 증조할아버지부터 이민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이탈리안이지만 어머니쪽은 대부분 아이리쉬이고, 아버지쪽도 아버지의 어머니가 아이리쉬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루 티엔은 자신이 이탈리아성을 쓰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이리쉬계통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드루 티엔의 아버지의 어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드루 티엔의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아이리쉬 혁명때 영국군의 체포를 피해 여장(女裝)을 하고 탈출하여 미국에 이르렀다고 한다. 듣고 있다보니 소설같은 이야기다. 미국인들과 이런 얘기를 할 때 느끼는 것은 자기 조상들에게 대하여 생각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드루 티엔에게 어떻게 조상들의 가계도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나 물어보니 삼촌이 가계도를 좀 연구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어머니도 가계도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조사를 하다보니 드루 티엔의 어머니의 아버지, 즉 드루티엔의 외할아버지가 자신이 부모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는 65살(!)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허탈했을까? 어쨌든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조상과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드루 티엔에 따르면 1970년대에 텔레비젼 드라마로 유명했던 알렉시스 헤일리 원작의 ‘뿌리(Roots)’는 작가가 자신의 가계도를 조사하여 소설화 한 것인데, 그것도 미국인들의 가계도에 대한 관심을 이용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거꾸로 그것이 미국인들의 가계도에 대한 관심을 더 증가시켜 자신의 아저씨, 어머니로 하여금 가계도를 조사하게 하였고 자신의 누이도 가계도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이런 가계도에 대한 관심은 드루티엔처럼 인텔리계층에 속하는 사람만 가진 것은 아닌 듯 하다. 전에 내가 인디애나에서 치주과 수련을 할 때 환자중에 남편도 없이 자식들과도 떨어져 개한마리와 함께 사는 독일계의 캐서린이라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조상들 얘기만 물어보면 신이나서 떠드는 것은 물론, 평소에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인가 물어보니 자신의 가계의 역사에 대하여 책을 쓰는 것이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 새로 내 어시스트가 된 브렌다라는 할머니(아들 나이가 38살, 29살이고 손자가 14살이다)도 패밀리 바이블을 쓰고 있다 했다. 브렌다의 자식들도 그런가 물어보니 큰아들은 관심이 많은데 작은 아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브렌다에 의하면 처음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 그중에 특히 여성들이 패밀리 바이블을 써왔다고 한다. 그들이 써온 패밀리 바이블은 역사적인 자료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법적문서(legal document)로 쓰이기도 한단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가계도를 찾아낸다고 한다. 많은 인터넷사이트들이 유료로 자신과 조상들간의 관계를 찾아주는데, 특히 유타지역의 몰몬교도들의 웹사이트가 아주 잘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브렌다 말대로 인터넷 서치에 ‘genealogy’라 쳐보았더니 정말 주르륵 뜬다. ‘family tree’를 쳐보았더니 거기도 주르륵. 이렇게 많은 사이트들이 유료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 관심이 많기는 많은 것 같다.

우리처럼 한가지 뿌리에서 나서 점점 퍼져나가는 구조도 아니고, 동맥과 정맥이 만나는 지점에서 모세혈관들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 합치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듯 서로 다른 조상들의 갈래들이 얽혔다가 다시 갈라지는, 그래서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세히 조상들의 행적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게 보인다.

이상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치주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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