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자회사가 의료계 참사 낳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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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자회사가 의료계 참사 낳는 ‘4가지 이유’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4.06.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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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변·보건연합, 16일 기자설명회서 위헌·위법 근거 밝혀…사실상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이유 설명도

 

참여연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3개 단체가 오늘(16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병원 영리부대사업 확대와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의 문제점과 위법성에 대한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보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서는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5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민변 정소홍 공공의료팀장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의 의료법 위반 내용’을 설명했으며,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과 이상윤 정책국장이 ‘정부 의료법 시행규칙 및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민변 송기호 변호사가 ‘영리목적 자법인 허용 가이드라인의 법체계 및 내용상의 불법성’을 설명했으며, 마지막으로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노동팀장이 시행규칙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보건복지부 및 법제처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낭독했다.

▲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장
이찬진 위원장은 “부동산 임대업 등 병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을 포괄한 정부의 ‘6/10 발표’ 내용을 검토 한 결과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이 상위법인 의료법과 시행령을 위반한 ‘6/10발표’가 국민 건강권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취지를 밝혔다.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효과

먼저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과 이상윤 정책국장이 ‘6/10 발표’가 가져올 악영향에 대해 설명했는데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조치는 사실상 영리병원 설립과 동일하고, 의료법인 뿐 아니라 전체 병의원에 영향을 미쳐 의료비 폭등과 지역불균형, 의료체계 왜곡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한국 의료체계와 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첫째, “사실상 영리병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유석균 위원장은 “의료자회사를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하게 되면, 외부투자가 가능해지고, 이윤배분도 가능해진다. 도대체 영리병원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영리병원이 아니라는 정부의 논리는 궤변일 뿐”이라고 피력했다.

둘째, “의료비 폭등” 관련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사립병원이 90% 이상이다. 개인병원이 너무 많다보니 그나마 공공성을 가지게 하기 위해 의료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돈벌이가 안되니 의료법인을 영리화 하자고 한다. 의료법인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국민의료비 부담이 연 0.7조~2.2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비 상승률은 OECD 1위다. 5년전 수치가 그 정도인데, 향후 의료민영화를 통한 의료비 증가는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6/10 조치가 현 의료법인에만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지금까지 개인병원이 세금이 훨씬 적은데도 법인으로 못간 이유는 상속이나 사고팔기가 안됐기 때문”이라며 “영리자회사를 두면 상속이 가능해지고, 사고 파는 걸 넘어 자회사끼리 인수합병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
특히, 그는 “상법상 주식회사이고, 심지어 사모펀드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론스타 투자자가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는 것처럼, 누가 투자자인지 밝히지 않아도 되는 펀드가 사모펀드”라며 “정부는 운영자와 외부투자자가 연계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데, 사모펀드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그것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는 공립병원이 5%, 의료법인 27%, 개인병원 55%, 나머지 대학·특수병원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은 개인병원 55%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병원들이 대거 의료법인으로 변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넷째 이유는 개인병원들의 대거 의료법인 전환으로 인한 폐해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병원의 20%, 즉 전체병원의 6.8%만 영리병원으로 전환돼도 지역병원 66개~92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환자만 보면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돈을 대줬다. 방벽을 세워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갖 군데에 투자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너도나도 뛰어들면 잘되는 병원도 있겠지만, 잘 되다 망하는 병원도 생긴다. 자회사가 경영이 잘 안되면, 축소를 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최근 치과계 불법네트워크치과로 인한 폐해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극단적 이윤을 추구하는 불법치과가 한 곳 들어서면 주위 동네치과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지역사회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전한 중소병원들이 상업적 의료법인에 환자를 뺏기고 문을 닫는, 즉 동네의원의 양극화, 의료체계 왜곡, 지역불균형 심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보건연합의 입장.

우 위원장은 “나아가 병원이 상속가능하고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고, 병원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침해되며, 의료복합기업으로서의 의료법인은 주변 상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한국 의료제도의 한 축인 비영리병원제도의 붕괴로, 전국민건강보험제·당연지정제도 한꺼번에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민변 송기호 변호사
비의료인 돈벌이 길 터주는 꼼수

이어 민변 송기호 변호사는 영리자법인 허용 ‘가이드라인’의 법체계상, 내용상 불법성에 대해 설명했는데, “복지부 장관에게 특정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부대사업 회사 설립을 허용하거나 금지시킬 권한은 없다”면서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의료기관의 비영리성에 반하고 ▲의료기관을 본점의 주소로 하는 비의료법 회사의 설립을 규정함에 따라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할 때 영리를 추구해선 안된다는 ‘의료법 시행령 20조’를 위반하고 있고, ▲자회사로 하여금 부대사업을 독점하게 하는 ‘차별적 취급’으로 ‘공정거래법 23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내용상 ▲자회사에 대한 의료법인 지분 30% 이상 ▲자법과의 임대·위탁계약 모순 구조 ▲상속제법 및 증여세법과 무관 등의 불합리를 안고 있다.

송 변호사는 “정부는 의료법인이 지분의 30% 이상을 갖도록 해 자회사를 지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만약 지분 35%를 갖는다고 지배할 수 있는가”라며 “나머지 출자자들이 합하면 65%다. 비의료인들이 얼마든지 연합해서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정말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지배토록 하려면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만들었을까”라며 “주주들은 경영권과 배당이익을 원한다. 비의료인이 자법인을 지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이다”고 피력했다.

‘임대·위탁계약’ 모순과 관련 송 변호사는 “현행법 상으로는 일부 부대사업에 대해 3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고, 계약을 의료법인이 매우 유리하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자회사 계약을 의료법인에게 유리하게 하면, 자회사의 영업비용을 증가시키고, 영업이익을 저하시켜 결국 출자자들의 배당이익을 감소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리자법인! 왜 위헌·의료법 위반인가?

‘6/10발표의 의료법 위반 내용’ 설명에 나선 정소홍 변호사는 “의료기관은 고유목적사업이 비영리 사업이고, 몇가지 예외는 한정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발표는 위임의 범위를 너무 벗어났고, 결과적으로 상위법을 위반한 것임이 너무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의로법에서 시행규칙에 위임한 사항은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휴게음식점 등에 준할 것 ▲그 법인이 의료기관에서 개설한 것일 것 ▲공중위생에 이바지하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 민변 정소홍 공공의료팀장
정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발표는 위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규율했다고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여행업, 국제회의업, 외국인 환자유치, 종합체육시설업, 건물임대업 등은 큰 규모와 시설을 요구하고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와는 무관한 영리·상업사업”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행정입법인 시행규칙으로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위헌·위법임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면서 “나아가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에게 건물 임대하는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함으로써 소규모 개인병원을 차별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평등권, 직업의 자유 등 다른 헌법질서마저도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이드라인으로 자법인 설립’ 관련 정 변호사는 “자법인이 상법상 회사로 설립되는 한 상법에서 규율한대로 영리를 위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어, 자법인 행위에 대한 제한 등은 상법과의 충돌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때문에 자법인의 행위제한을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아닌 의료법 등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자법인이 의료법상 부대사업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면 ‘법률’인 상법을 ‘지침’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으로 무력화시키는 법치주의 위반이 아닐 수 없다”면서 “자법인에 대한 감시감독 등 불이익한 행정행위를 법률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경우 이는 당연히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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