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산재보험 총체적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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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산재보험 총체적 개혁 필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7.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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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50주년 맞아 시민단체 한 목소리…모든 노동자에 적용‧근로복지공단 강력 개혁‧기업살인법 제정 등 촉구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사망률 수치가 OECD 평균의 무려 세 배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은 지난 1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재보험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기념식에서 공단 관계자는 “산재보험은 산재근로자의 안정적인 치료와 생계 보장에 도움을 주었다”면서 “또한 사업주의 위험 분산을 통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단의 이러한 입장과는 달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산재보험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산재보험이 산재노동자와 안전한 작업장 환경 개선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929명이고 부상자는 9만 명이다. 또한 작년 말 기준 화물운송, 학습지 노동자, 텔레마케터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은 9.83%에 불과했으며, 최근 5년간 정부가 적발한 산재은폐 건수는 9,013건에 달한다.

보건연합은 “재해 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 요율을 최대 50%까지 감면‧인상할 수 있는 ‘개별실적요율제’는 기업들이 산업재해를 은폐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실제로 최근 5년간 2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2년 보험료가 전년 대비 27억4천9백만 원의 할인혜택을 받았고, 2014년 현재 73명의 직업병 사망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역시도 ‘무재해 사업장’으로 지정돼 20개월간 약 300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 받기도 했다.

또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산업재해 신청 불승인률은 2008년 56.8%, 2009년 60.7%, 2010년 64.2%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동자가 행정소송 등을 통해 승소한다 해도 공단이 항소를 남발하거나, 내부규정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2012년 기준으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율은 72.8%에 달했다.

보건연합은 “공단은 최근 5년간 5조원의 흑자를 냈는데, 여기에 사업주 부담의 산재보험이 아니라, 사업주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건강보험으로 처리해 생긴 부당이익도 있다”면서 “기업의 산재보험료는 감면해주면서, 그 부담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공개된 고용형태공시제의 기업별 정보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연합은 “업무의 위험도가 높은 작업장일수록, 그 위험을 ‘외주화’하는 경향이 높다는 뜻”이라며 “산재발생의 책임비용보다 인건비와 안전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보건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안전과 규제완화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노동에서의 안전과 규제는 자본의 이윤논리 앞에서 끊임없이 희생됐다는 것이 산재 50주년 오늘의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마지막으로 보건연합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그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면서 “기업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생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이하 건강과 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산업과 고용구조는 빠르게 변해왔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산재사고도 다양해졌다”며 “그런데 현재 산재보험은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산재임에도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탄식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산재보험 대상이 돼도 그것이 산재노동자의 치료, 재활, 사회 복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를 개편하고 관련 서비스 등을 개선하는 과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날 코엑스 앞에서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12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산재보험 50년,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보험개혁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동행동이 발표한 ‘산재보험개혁 10대 요구안’은 ▲모든 산업재해에 대한 산재보험 처리 ▲산재보험 신청 간소화 ▲산재보험 대상 확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입증 책임 ▲산재보험 심사·승인체계 개혁 ▲산재 치료비 전액 보장 ▲상담·재활치료·산재노동자의 직장복귀 법제화 ▲산재병원 공공성 강화 ▲대기업 산재보험료 감면 제도 삭제 ▲산재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출연금 약속 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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