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배제·망각의 블랙딜, 의료영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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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배제·망각의 블랙딜, 의료영리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8.25 18: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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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특별기획] 일반인이 본 의료영리화① 『블랙딜』 이훈규 영화감독

 

정부가 지난달 3일 영리자법인 허용 등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의료영리화 추진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치과계를 비롯한 의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야 3당 등 사회 각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의료영리화를 향한 현 정권의 집념은 불도저와 같다.

그렇다면 의료계나 시민사회단체와 상관없는 일반 국민들은 실제 정부의 의료영리화 추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설립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의료영리화에 대한 타분야 인사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첫 인터뷰이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던 시점 개봉한 『블랙딜』의 이훈규 감독을 만나 봤다.

블랙딜은 “당신의 공공재는 어떠십니까?”라며 의료영리화를 코 앞에 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화다.

참고로 이훈규 감독은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반대시위 다큐멘터리 영문자막 번역 작업을 하면서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에도 꾸준히 유럽사회포럼 등에 참가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다큐 『잘려나간 평화, 데이지 커터』와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한 『위험한 정사, vol 2004』, 스크린쿼터제와 한미FTA의 문제의식을 담은 『146-73=스크린쿼터=한미FTA』를 제작했다.

이번 블랙딜 영화에서는 의료영리화가 빠졌다. 그래서 섭섭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빠진 이유가 뭔가?

(웃음) 그런 질문 많이 받았다. 사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의료부분도 서치(search)했다. 다만 다른 민영화 분야들(수도, 전기, 철도)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논리구조가 맞지 않아 의료영리화를 함께 다루긴 힘들었다.

왜냐면, 의료의 경우 블랙딜(암거래)의 층위가 좀 더 정교하게 분포하고 있는 데다 이미 한국의 의료는 영리화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즉, ‘의료공공성’이 필요한 이유와 만약 의료가 산업으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부분에서 더욱 공익성이 확보돼야 하는가. 그 가치를 두고 질문을 다시 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엔 (의료영리화가) 빠지게 됐다.

이와는 별도로 열 받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조사과정에서 의협(대한의사협회)과 접촉했었다. 당시 원격의료 이슈로 파업을 결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결정난 게 없다고 취재 자체를 거절하더라.

자신들이 의료영리화 반대의 주체로 정부와 협상할 것처럼 언론플레이 하고서는 그 의사결정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되는가? 뭔가 정부와 주고받을 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거 블랙딜인데!라는 생각에 빼버린 측면도 있다.

 

▲ 이훈규 감독

블랙딜이 기존의 다큐멘터리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사다큐의 정통적 방식은 “우리가 옳다”는 식으로 집회나 투쟁현장을 보여주고, 한쪽 편 입장에 서거나, 피해자 중심으로 바라보며 “고민해 봅시다”라고 결론 짓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딜을 기획하면서 이미 다른 나라에서 30년이상 진행된 민영화를 다루기에는 이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해 봅시다”가 아니라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이다. 한국은 현재 민영화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즉 중간단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블랙딜 제작‧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단순히 민영화란 무엇인지 그 폐해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것을 넘어선 것 같다.

처음 기획부터 정서적 울림을 주자는 것이 목표였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보고 ‘민영화는 바로 우리 문제구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요즘 관객들은 워낙에 똑똑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고발’하고 끝인 다큐가 아니라 각자가 궁극의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보고 나면 누구나 질문과 고민 하나씩은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블랙딜’은 무엇인지를 깨닫고, 질문을 계속해서 논쟁으로 토론으로 확장시키길 바라는 의도다. 토론을 해야만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노조가 ‘담론’ 만들기에 실패했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대중으로부터 지지도 받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딜이 담론을 만드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다.

맞다. 시민단체와 노조가 실패한 것이 ‘담론’ 생성을 하지 못해서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지금 공공성 포럼(문화연대 주최)’에서 중요하게 지적됐던 것 중 하나도 ‘민영화 반대 퍼포먼스만 하지 말자’였다.

많은 조합비를 걷고, 파업비로 억 소리나게 쓰는 모 노조가 있다. 사실 영화 제작하면서 그런 노조나 단체들이 많이 붙었었다. 그런데 그들이 ‘이 정도면 이런 다큐멘터리도 한번 제작해줘야지’, ‘이제 파업 한번 해야지’ 하는, 파업 및 모든 것을 업무로 처리하려는 그들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많은 돈을 쓰고 대대적인 파업을 하면서 얼마만큼 대중에게 의료영리화 정책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가 됐는지,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유인이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다.

80년대 이후 노동조합들이 생기고, 민주노총이 생기면서 노조들이 자리를 굳혔다. 문제는 15년이 지난 지금 노조는 매너리즘에 빠져 80년대 투쟁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방향성도 상실하고,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현 시점에 맞는 새로운 노조활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조활동에 대한 비판의식이 의료영리화 저지 투쟁에도 적용되나?

의료에 관한 블랙딜을 만들 때도 분명 빠뜨리지 않고 노동운동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담아낼 것이다.

쟁점을 드러내는 것은 담론이 아니다. 담론은 우리가 어떤 가치에 대해 이 가치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고, 질문하고, 적용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단체와 노조는 담론이 아니라 ‘쟁점에 매몰’돼 있다. 의료민영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료의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이유, 그것이 공공재로서 어떻게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지 그 궁극적 목표에 대한 ‘사상’을 확대시켜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80년대처럼 ‘우리가 이번 투쟁으로 임금 몇% 인상을 이끌어냈습니다!’ 하는 숫자놀음, ‘쟁점’에만 매몰된다는 것이다. 큰 담론을 계속해서 얘기하고 끄집어내는 싸움으로 가야한다.

결론적으로 이런 투쟁은 연대와 연맹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공병원이 멀리 있다면 이와 연계해서 환자들에게 어떻게 교통편의를 제공할 것인가 ‘연계’해서 생각하면 결국 연맹싸움인 것이다.

각자의 이익이 목적이 아니라 ‘가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 역할로서 어떻게 사용돼야 할지 설득하고, 그것을 획득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

정권이 자꾸 쟁점만 던져주고 그것에 매몰되게 하는데, 그것도 일종의 노조를 해체하기 위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사실, 일본의 철도민영화도 80년대 나카소네 정권이 ‘노조해체’를 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철도 노조를 해체해야 사회운동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철도노조가 붕괴되고 다른 노조들도 다 같이 망가졌다.

▲ 이훈규 감독

의료 블랙딜은 어떤 식으로 구상하고 있는가.

첫 블랙딜은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듣는 방식이었다면 의료영리화는 목표를 두고 하는 저널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 의료영리화가 진행됐으며,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하지만 우리는 찾아내겠단 식의 구조이다.

다른 민영화와 현상은 다르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하나하나 증명하고 점검하면서 취재하고 현장을 통해 설득시켜 나갈 것이다.

의료라는 게 인간에게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며, 공동의 생각이 이게 좋을 것 같다는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또 영국의 보건의료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와 미국의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를 보고 싶다. NHS가 어떻게 의료 공공성을 지켜내고 있는가. 반면 미국은 왜 그런가. 두 나라 사이에서 한국의 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질문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정부에 의료공공성과 시스템 개발을 위해 어떤 의제도 던져주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이다. 담론은 고사하고 의제도 던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꾸 로비받은 쪽의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임을 역설하고자 한다.

치과계에서는 ‘기업형 사무장 치과’ 문제로 의료영리화가 전면화 됐을 때의 폐단을 이미 한 차례 겪었다. 치과계 사례가 의료영리화 다큐를 만드는데 참고가 될 것 같은데?

미국 PBS방송사에서 만든 ‘달라스 앤 덴티스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미국 네트워크 치과가 어떻게 돈벌이를 하는지를 현장취재를 통해 보여주는 내용이다.

치과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만들게 하고 할부로 치료비를 결제하게 만드는데 나중에 청구된 금액을 보면 1000만원 가까이 나온다. 그와 반대로 양심적 치과의사들이 봉사 진료 활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기업형사무장치과들이 미국과는 어떻게 다른 식으로 돈벌이를 하는지 조사 중에 있다. 또 치과에서의 의료공공성이 어디까지 확대되고 보장되느냐 역시도 의료 블랙딜을 다큐를 만드는 데 좋은 참고 내용이 될 것 같다.

의료영리화 블랙딜!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안되는 것을 풀어가는 게 다큐멘터리의 묘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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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nker 2014-08-26 11:22:52
인터뷰가 아주 좋은데요. 안기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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