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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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를 존경한다
  • 안재현
  • 승인 2014.09.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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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안재현 논설위원

 

세상이 멀쩡히 쳐다보고 있는 두어 시간 동안 어린 학생들은 물속으로 그냥 그렇게 가라 안고 있었다. 자식 가진 부모들은 모두 가슴이 메어졌다. 한동안 말을 잃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던가? 우리 모두가 죄인이고 우리 모두가 아이를 잃었다.

이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정치인, 사회 지도층, 모든 여론이 당연히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어 버렸나?
자식의 죽음을 부둥켜안고 부모가 소리 내어 울고 사회가 울고, 다시 보듬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약속했던 그 언약은 어디로 갔나?

자식 잃은 설움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대통령은 민심을 안는 마음으로 이들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이건만, 되레 싸늘하게 내쳤다. 어찌된 일인지 어린 아이를 잃은 부모는 자기 나라 대통령과 지도자들에게 위로받지 못하고 저 멀리 유럽에서 내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사회적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죽은 자녀를 가슴에 채 묻기도 전에 그 분들은 단식과 농성, 청와대 행진을 하고 있다. 그 분들의 고통을 온전하게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일 것이다. 그런 고통을 가슴에 담고 다시 사회에 저렇게 절박하게 호소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사나워진 것일까?

고통을 가슴에 담고 채 풀지도 못한 부모들이 “왜 우리아이들이 죽었는지 이유를 알자! 보상이니 뭐니 하는 것 필요 없고 진실을 확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 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아이 잃은 부모들의 단식에 “폭식투쟁”으로 조롱하는 사람,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부모를 빨갱이라고 모독하는 사람, 유언비어를 퍼뜨려 세월호 가족들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람들을 한편으로 사회의 인심이 사나워지고 있다.
 
주요 언론과 권력은 이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겁박과 회유를 하는듯한 양상까지 보인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폭식투쟁 후원한 사람을 기획위원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다 이제 막 정규직이 되었다는 보통사람 “유민 아빠” 김영오는 딸아이 잃은 마음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절대 권력에 방해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김영오 주변을 사찰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받았다. 보통사람인 희생자 부모들을 이제 반정부 세력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음모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민 아빠” 김영오는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라는 딸 아이 잃은 아버지의 마지막 가치를 두고 40여 일간 단식을 했다. 그리고 이 가치 만은 절대 놓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우리 사회는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중립은 없다”고 하셨다. 아이 잃은 부모들이 그 고통 속에서 길거리에서 헤매며 “진실”을 외치고 있다. 사회는 마땅히 고통 속에서 진실을 요구하고  진실을 가리려는 자들과 싸우고 있는 이들을 존경해야 한다. 역사는 이런 분들의 희생을 통해서 인권의 신장과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유민 아빠”가 들고 있는 그 가치는 지금 비록 고통 속에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안전한 한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 잃은 부모들에게 준 그 고통에 대해 부끄러워지지 않으려면 그 고통을 지금 나눠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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