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옥잠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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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옥잠난초
  • 이충엽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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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록색 꽃의 모습
6월로 접어든지도 벌써 2주일이 훌쩍 넘었다. 산과 들은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히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랐다. 요즘은 야생동물 보호로 잡아가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지만, 작년에는 벌써 몇번이나 보았던 뱀을 아직 한번도 보질 못했다. 같이 다니는 후배는 산에서 한번인가는 보았다는데 나는 아직 한번도 뱀을 본 적이 없다. 남획당해 나같은 사람 눈에는 띄지도 않는 것 같다.

6월에 들면서 2번이나 산행에 실패했다. 여기서 실패란 목표로 한 야생화를 찍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실패만 거듭하던 날을 뒤로 하고 작년 사진을 뒤지다 옥잠난초가 피기 시작 할 것이란 감이 들었고, 6월 15일 새벽 후배와 함께 산을 뒤지며 앞으로 나아가다 드디어 옥잠난초를 보았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해 위로는 아직 꽃이 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시기가 조금 늦어, 지는 모습 밖에 못 찍었기에 훨씬 싱싱하고 나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놈의 옥잠난초는 꽃 색이 연한 녹색이라 포커스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바람에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꽃이 나오면 아래 잎이 흐려지고, 잎이 나오면 꽃이 흐려져 끝도 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촉박해져 오고 그렇게 수십장을 찍고 돌어와 컴퓨터 앞에 펼쳐보니 제대로 된 사진 몇장이 보인다.

▲ 난의 잎을 벌레들이 갉아먹은 모습이 보인다
아침의 기운을 마시며 산길을 거닐고, 좋은 야생화 구경도 실컷하고, 사진도 찍고, 땀도 흘리며, 산들부는 바람과 산새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은 유쾌,상쾌, 통쾌해진다. 누가 이 마음을 알 것이며, 누가 이 기분을 알 것인가!

그런데 아침운동을 나가라고 하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내가 야생화 찍으러 가자고 하면 벌떡 일어나 옷 챙겨 입고 사진기를 들고 나선다. 내가 생각해도 참 희안한 일이다. 요 몇주 제대로 찍은 야생화 하나 없어 실망을 하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던 터에 오랜만의 출사에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졌으니 기분 하나는 좋은 날이고, 오늘은 모든 환자에게도 느긋하고 점잖은 원장이 되고 만다.

그러면 오늘 올리는 옥잠난초에 대해 알기 전에 일반적인 난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자.

난은 식물학상 종자식물의 피자식물 중 단자엽식물인 난과식물에 속한다. 좁고 긴잎을 가지며 잎맥은 잎을 따라 평행으로 생긴다. 뿌리와 잎 외에 줄기에 해당하는 가구경(假球莖 또는 위구경; Pseudo-bulb)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구경은 영양저장고의 역할을 맡고 있다. 암,수술이 각기 분리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 꽃의 형태이나 난은 하나의 굵은 암술에 수술인 꽃가루덩어리(花粉塊)가 같이 있고, 암술의 밑에서 꿀이 분비되므로 곤충이나 벌레에 의해 수정(受精)된다.

이렇게 수정이 되면 한송이의 꽃에서 십만이 넘는 씨를 갖게된다 이러한 것들이 식물학상 진화가 가장 빠른 종류로 난과식물을 꼽게 되는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란은 새우란초, 복주머니난초, 병아리난초, 자란, 금난초, 은난초, 닭의난초, 해오라비난초, 나리난초, 옥잠난초, 나비난초, 방울새난초, 타래난초, 개제비난초 등 그 종류가 약 70여 종류에 이른다.

난의 우여 곡절에 관한 역사적 사실 또한 간단히 적어보자.

1910년대 우리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직후, 일본인들은 그때부터 우리의 난초를 채집해 가기 시작했고, 한 곳에서 좋은 난을 채집하고 나면 다시는 그런 것이 나지 않도록 산에다 불을 놓기까지 했다 한다. 충무 앞쪽의 용화사 뒷산이 지금껏 황무지가 되어 있는 것도 그때 일본인들이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 한다. 실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으며 일본인들의 콩알만한 속을 알아볼 수 있는 더러운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 꽃이 지면 이런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런가 하면 1920년도 초반에는 서울에 사는 일본인 실업인들끼리 애란회를 조직하고 제주도에 자주 다니면서 한란을 캐어 새 이름을 붙여 키우기도 하고, 더러는 일본으로 가져가기도 했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일부는 기록으로 남아 있기도 해서 일본인들의 치사한 면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일본 한란의 명품 중 "은하"와 "금기"같은 것들은 그때 손에 넣었던 사람들의 이름까지 밝혀져 한국의 난들이 일본란으로 둔갑했다는 증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후 해방이 되고 먹고 살기도 힘겨워 뜸하던 것이 70-80년대 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난은 다시 남획되기 시작해, 지금은 산에서 난을 보기가 정말 어렵고도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 혹독한 세월 속에도 아직도 숲 곳곳에 생명을 유지하며 남아 있는 것들이 우리의 눈에 들어와 이렇게 사진기 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난을 캐어 오지 않으니 이 또한 우리의 난을 지키는 길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 이제 오늘의 옥잠난초(Liparis kumokiri )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다년초로 높이 20-30cm이며, 위인경(僞鱗莖)은 지름 1-1.5cm의 란상구형(卵狀 球形)으로 흔히 지상에 나와 있고 마른 잎자루로 싸여 있다. 잎은 2개가 전년도에 난 줄기 옆에서 나오며 타원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길이 5-15cm, 폭 2.5-10cm로 둔두이고 가장자리에 잔주름이 있다.

꽃은 5-7월에 피고 담록색이지만 자색을 띠기도 하며, 화경은 높이 15-30cm로 곧추 서며 능선에 좁은 날개가 있고, 포는 란상삼각형으로 길이 1-1.5mm이다. 꽃받침은 좁은 장타원형으로 둔두이고 길이 5.5-6.5mm이며, 꽃잎은 가는 선형으로 꽃받침과 길이가 같으며 밑으로 처진다. 도감에서 찾아 본 것인데, 무신 말인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가 없겠다. 이럴 땐 사진 한 장이 더 확실할 것 같다. 

이충엽(울산 하얀이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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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택 2005-06-20 16:45:50
어찌 제눈에만 보인데요.
제가 뱀띠이긴 하지만 어릴때부터 뱀이 싫었습니다.
어제도 독사 한마리 만나고.
올해도 다섯마리 정도는 본 것 같네요.
그래도 전 땅꾼이 고맙네요.ㅎㅎㅎ
모기잡는 꾼들도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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