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약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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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약에 대한 단상
  • 양정강
  • 승인 2015.02.03 11: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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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양정강 논설위원

 

며칠 전 모 일간지에서 시간(時間)과 공간(空間) 그리고 인간(人間), 그 사이에서 좋게 지내자는 내용의 ‘사이좋게 지냅시다’라는 글을 공감하며 읽고 나니 문득 사이가 좋지 않은 일 하나가 떠올랐다.

오래 전부터 온갖 매체를 통해 자주 보고 듣는 ‘잇몸약’ 광고(매출의 40%)가 바로 그것인데, 사실 그 속내를 잘 아는 치과의사인 탓에 그다지 좋게 볼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수십 년 전부터 ‘인사돌’은 ‘국민 잇몸약’ 행세를 하며 그 제약회사의 효자 상품이 된 후 동일한 성분으로 타 회사 제품들이 여럿 뒤따르더니, 최근에는 다른 성분의 ‘이가탄’이 제2의 ‘국민 잇몸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미국의 유명한 치주학교수가 강의 중 ‘인사돌’에 대한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답변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인사돌’은 이미 수년 전 건강보험 급여항목에서 퇴출 되었으며, 근래에는 원조격인 프랑스에서 의약품 자격박탈 소식이 들리더니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약효를 재확인하라는 지적을 받아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긴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 어르신들께 효도용 선물로 광고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 ‘약품’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인사돌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동의보감까지 거론하며 광고모델도 다양화하면서 그 옛날의 화려했던 명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이가탄’ 역시 원조인 일본에서 ‘재심의’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 며칠 전 유수 일간지의 ‘소비자가 뽑은 신뢰 브랜드’란에 “꾸준히 사랑받는 잇몸약, 함량 2배 보강” ‘이가탄F' 라고 회사에서 불러주는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이는 기자의 글이 실렸다.

성분부터 차별화하였다는 주장은 기존 ‘인사돌’과의 차별화로 보이는데, 그 네 가지 성분이란 비티민 E와 C, 염증을 줄인다는 ‘리조짐염산염’(실은 염증 증상 중 하나인 부종 완화제) 그리고 지혈 역할을 하는 ‘카르바조크롬’이다. 붓고 시리고 피나는데 효과가 있다는데, 과연 시린 이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성분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경쟁 잇몸약을 따라 ‘100캡슐 33일분’으로 포장을 소개하는 것이다. 일반 비타민과 달리 지혈제와 부종완화제를 장기 복용하라는 것엔 전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인사돌, 이가탄… 아무 소용없습니다. 이런 약 먹어서 나을 수 있다면 치과가 왜 그리 번성하겠어요?”, “영양제 먹는 것과 다름없다”, “절대 치료약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더러 있으나 효과를 보았다는 글도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명 일간지에 “잇몸약만 믿었다간 염증 더 악화… 꼼꼼한 칫솔질이 진짜 ‘藥'”이나 “하루 세 번 이만 잘 닦아도 오복 중 하나 굴러들어와”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참 반갑다.

이처럼 잇몸약 광고엔 ‘치과치료를 병행하면서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는 문구가 들어 있으나 치과계 전문지, 특히 치주학회나 협회 기관지에도 지속적으로 광고가 실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궁금하다.

 

 

 양정강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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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nker 2015-02-10 20:36:36
매주 치의신보에서 전면광고를 보고 있으니 우울할 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은퇴 치과의사 2015-02-05 14:47:25
미국같으면 환자들이 피해를 본후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해서 회사가 망할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이 그런 수준이 아니라 피해를 보고만 있는 거지요. 치과의사들이라도 문제제기를 해야합니다. 특히 치주과 선생들 가만히 계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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