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메꽃, 나팔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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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메꽃, 나팔꽃이 아닙니다
  • 이채택
  • 승인 200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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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의 줄기를 감고 있는 메꽃으로 늦 여름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벌써 여러해 전의 일이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 근처 선배 집에 들렀다가 이름모르는 덩굴성 식물을 하나 얻어왔다. 그 집도 단독주택이었는데 마당에 흙을 채우면서 따라온 몇 종의 야생화가 있었다. 옮겨심은 다음해에 꽃이 피기는 했으나, 번식이 너무 왕성해 좁은 꽃밭을 모두 점령할 기세였다. 하는 수 없이 모두 뽑아내고 말았던 그 풀이 나중에 알고 보니 메꽃이었다.

▲ 꽃이 여러개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주변의 나대지에서 촬영한 것이다
나팔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들에서 자생하는 메꽃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의식주를 포함해 삶의 주변 환경이 모두 서구화되고 우리 것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지속된 게 이미 오래전이다. 물론 꽃들도 우리나라 자생종은 몰라도 팬지, 시클라멘, 칼란코에 등 도입된 외래종은 아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가끔 애들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서 많이 놀란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준이 높고 우리 것에 대한 내용이 많이 보인다. 식물도 세부적 내용이 깊이가 있고, 주로 다루는 종류가 이 땅의 자생 야생화로 나를 기쁘게 해준다. 어느 학년에서는 과제로 명아주 잎이나 뿌리를 채취해 오라고 하는 학교도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명아주를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준비해 가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메꽃은 덩굴성 식물이다. 덩굴성식물은 주변의 다른 풀의 줄기나 물체를 감으면서 자란다. 종에 따라 감는 방향이 다르다. 오른쪽으로 감는 식물도 있고, 왼쪽으로 감는 식물도 있고, 또는 경우에 따라 좌우 상관없이 양방향으로 감는 식물도 있다.

메꽃은 메꽃, 애기메꽃, 선메꽃, 큰메꽃, 갯메꽃 등의 종이 있다. 주로 보이는 것은 메꽃과 애기메꽃으로 쉽게 잎으로 구분이 되지만, 두 종의 특징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개체가 대부분으로 도감의 설명과 완전히 일치하는 애기메꽃은 보기가 쉽지 않다. 드물게 흰색 꽃이 피는 개체도 있다. 대부분의 식물은 기본적인 꽃 색깔에 관계없이 흰색 꽃이 피는 개체가 있다고 보면 된다.

▲ 흰색 꽃이 피는 것은 아주 드물다. 잎의 하부가 메꽃과는 달리 뽀족하게 결각이 형성되어 있다
나팔꽃도 물론 메꽃과에 속하며 열매를 맺는 한해살이풀이다. 반면 메꽃은 열매를 맺지 않고 뿌리줄기가 땅속에서 뻗으면서 군데군데 줄기가 올라와 번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의 모양이 흡사하면서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기 때문에 이름에 “갯”이 들어가는 종들이 많이 있다. 메꽃과에도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갯메꽃이 있다. 잎의 모양이 메꽃과는 달리 둥글며 접시모양으로 약간 말려있다.

메꽃은 6월부터 8월까지 계속 꽃을 볼 수 있다. 자생지는 산속이 아니라 주변의 풀밭, 논밭 근처, 개울 근처 그리고 공터에서도 심지어 도심의 화단에서도 보인다. 주변을 살펴보고 나팔꽃 비슷한데 꽃 색깔이 나팔꽃이 아니다 싶으면 메꽃이니, 한번쯤 둘러보고 찾아보는 건 어떨까.

▲ 바닷가 모래땅이나 자갈속에서 짠물을 맞아가면서 자란다. 바닷가뿐만 아니라 일반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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