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3년…의료상업화 '가속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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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3년…의료상업화 '가속화' 됐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3.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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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부문 FTA 협정 맞춰 의료법 개정 불사…“건강권마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 한미FTA 발효 3년 평가 및 TPP 전망 토론회

“한미FTA는 공공성이 강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민영화와 상업화를 초래하는 협정”
“일단 한 번 민영화‧영리화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만들었다”
“경제위기의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며,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3년 평가, TPP 전망 토론회’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의 발언이다.

2012년 3월 15일을 기해 한미FTA가 발효된지 3년, 보건의료분야는 정부 주도하에 급물살을 타고 법 개정 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TPP) 가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한미FTA 추진과 보건의료계 정책지형 변화의 연관성, 그리고 협상을 앞두고 있는 TPP 체결 시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먼저 우 위원장은 “한미FTA의 효과는 자발적 민영화를 통해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협정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2014년과 2015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병원영리자회사 허용,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규제완화, 신의료기술 및 의약품 규제완화, 임상시험 규제완화 등의 의료영리화 내용들은 한미FTA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고, 직접적으로 한미FTA 협정문에 언급된 내용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9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전면 확대했고, 이 중 일부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영리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허용했다”면서 “문제는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조치가 시행되면 정부의 의료법 관련한 모든 규제가 한미FTA 투자규정에 적용을 받게 돼, 영리자회사는 외국인의 투자도 허용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한미FTA 부속서Ⅱ 보건의료분야 미래유보조항에도 불구하고, ‘최소기준대우’ 및 ‘수용 및 보상’ 관련 의무는 빠져있어 나중에 의료법을 되돌리려 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즉, 한번 영리화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지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한미FTA 부속서Ⅱ 보건의료분야 미래유보조항은 한국정부가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이나 아래, 아래 내용과 같이 경자구역 및 제주도의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에는 적용되지 않는 맹점을 가진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규정된 의료기관, 약국 및 이와 유사한 시설의 설치와 그 법률에서 특정하고 있는 지리적 지역에 대한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한미FTA 부속서Ⅱ 보건의료분야 미래유보 내용)

이를 반증하듯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중국계 싼얼병원을 '투자개방형 영리 병원' 1호로 들어오려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바 있다.

싼얼병원은 이미 2013년 '응급상황 대처 미비'와 '줄기세포 불법 시술'등의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승인을 반려했으나, 지난 2014년 정부가 나서 6차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싼얼병원 설립을 재추진 했다.

우 위원장은 "싼얼병원 모기업인 CSC그룹은 이미 부도가 났고, 정체도 투자계획도 모호한 줄기세포 전문병원이라는 것을 보건연합과 언론이 밝혀냈다"면서 "정부는 영리병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싼얼병원 유치를 추진하려다 결국 싼얼병원의 제주도 유치를 포기하는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연합 우석균 정채위원장

이어 우 위원장은 TPP 체결시 이러한 의료민영화 정책의 문제가 더욱 첨예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3년 11월 위키리크스가 유출한 95쪽의 TPP 지적재산권 챕터에 따르면 치료방법 특허의 도입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수술법, 진단법을 사용하려면 기기뿐만 아니라 특허사용료까지 내야한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한 의료비인상은 계산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에 따르면 한미FTA에서는 투자자가 ‘기대하는’ 이익에 정부 규제가 손해를 끼치면 이를 정부의 몰수라고 간주해 정부가 보상하도록 하는 ‘간접수용규정’이 포함돼 있으나, 투자자의 기대는 규제가 덜한 부문보다는 규제가 심한 부문에서 합리적일 가능성이 낮다고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TPP의 경우에는 공기업, 중소기업, 규제수렴 등에 대한 장이 추가됐고, 투자에 대한 규정 또한 기업에 유리하게 강화됐다.

특히, 우 위원장은 퍼블릭 시티즌 자료를 인용하며 “TPP는 공기업 전체의 민간상품과의 경쟁을 무역장벽이라 보고 있는 듯 하다”면서 “이러한 규정은 공적건강보험과 민간건강보험을 경쟁자로 간주해, 정부의 공적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나 재정절감 노력을 TPP 협정 위반이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호주공중보건협회 TPP 건강영향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호주공중보건협회는 TPP로 인해 특히 의약품‧담배‧알코올‧식품 부문에서 정부의 국민건강 정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공중보건협회는 TPP로 인해 ▲국민 약값 부담 상승으로 취약계층에 사망률 증가‧의료비 증가 ▲담배광고 규제 및 제한 규정 능력 제한으로 흡연자 및 청소년 취약계층의 건강 위협 ▲알코올 접근, 마케팅, 음주경고 등 라벨링에 의한 규제 제한으로 알코올 관련 질병 증가 우려 ▲식품 라벨‧표시 정책 제한으로 해로운 식품 규제 및 비만 관련된 건강 위협이 우려됨을 밝혔다.

미국발 자본 중심으로 국내법 개정…누굴 위한 정부인가?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의약품 접근권과 관련해 가장 악명높은 독소조항으로 그동안 약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의약품의 특허권을 가진 사람이, 이미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없어 판매가 허가되거나 허가될 제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약품의 허가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제도다.

이는 미국 및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만 존재하는 ‘특수한’ 제도로, 한국의 경우 미국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른 재협상 등으로 3년간 유보됐다 다시 시행하게 됐다.

거기에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서 한미FTA 이행사항이 아닌 ▲생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에도 허가-특허연계 적용 ▲제네릭 독점권 9개월간 인정 등이 포함됐다

보건연합 우석균 위원장은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허가-특허연계제도 도입은 한미FTA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포함시킨 것에는 미국대사관의 영향력 행사에 따라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주한 리퍼트 미국대사가 지난달 17일자로 정 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서한을 제시했다. 아래는 서한 내용의 일부다.

“우리의 대화중에 우리는 한미FTA 협정의 18.9.5조항(허가-특허연계제도)에서의 의무사항에 대해 논의하였다. 다음과 같이 나는 당신에게 한미FTA 협정 허가-특허연계 조항 이행이 생물학제재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는 협정에서 강제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싶다…(이하 생략)”

우 위원장은 “결국 한미FTA 이행법안을 만듦에 있어서도 미국정부는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한국 의약품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라며 “이는 한미FTA가 미국정부가 자국 제약회사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지속적 통로라는 점을 재확인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 남희섭 변리사는 ‘허가-특허연계제도’와 관련해서 TPP 협정 시행시 나타날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먼저 남 변리사는 “위키릭스에 유출된 TPP협상문안에 따르면, TPP에서 미국은 할리우드와 제약사의 이해만 편향적으로 반영했으며, 또한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의 보호와 사회적 이용간의 균형을 무시한채 자국의 지재권의 일방적 보호만 강조했다”면서 “미국사회 내의 특정 집단의 이해가 국가간 협상이란 공적 프리즘을 통해 협정문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오픈넷 남희섭 변리사

이어 “특히 미국은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특허법(방법특허만 인정해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성분의 약을 제조할 수 있음) 무력화 조항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의약품 지재권 강화 2종세트인 ‘자료독점권제도’와 ‘의약품 허가-특허연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 변리사에 따르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 임상시험 자료를 독점하도록 하면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는 후발 제약사가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임상 시험을 중복으로 해서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제출해야만 한다.

남 변리사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일단 보급 후 특허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고 합의해 본들 임상시험 자료를 만든 원 제약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제약사 백신허가에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미국은 TPP에서 바이오 의약품에 대해 12년의 자료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의약품 독점 2종세트가 다른 TPP 협상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데, 잘 사는 나라는 이 제도를 수용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협상문 부록에 포함된 비공식 문서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2년 후 이행의무가 발생하는 국가로 분류된다. 이와 동일한 제재를 받는 국가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석균 위원장은 “경제 위기 시기의 자유무역협정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동될 것”이라며 “이미 한미FTA만으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국민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더 이상의 FTA, 나아가 TPP 가입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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