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흑자 13조, 치과 본인부담금을 확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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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흑자 13조, 치과 본인부담금을 확 줄이자!
  • 김형성
  • 승인 2015.04.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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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건강보험 곳간에 돈이 넘친다.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을 보면 흑자가 엄청나다. 2014년말 기준 당기흑자 4조 6천억, 누적 적립금이 12조 8천억 원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규모는 50조를 넘어섰는데 만약 사업이라면 10%에 육박하는 연 수익률로서 웬만한 기업 수익률을 훨씬 상회한다.

문제는 이 흑자를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건강보험재정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이 박근혜 정부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당기 흑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2012년부터인데, 2012년 3조, 2013년 3조 6천억, 2014년 4조6천억이다. 여기에 국고보조 미납금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 7조가 국고미납금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모두 합하면 약 20조의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계속 되고 있다. 이렇게 큰 재정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리거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보험 누수를 걱정하는 복지긴축 정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복지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은 재정적으로는 2018년까지 평균 3500억 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연간 0.9%P 보험료율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건강보험 흑자재정을 손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복지부는 장기입원환자의 본인부담율을 높이겠다는 건강보험시행령 개정을 내놓았으며, 의료급여환자들을 마치 복지재정을 축내는 양 ‘의료급여 진료비용 경고서비스’를 도입하고, 의료급여환자의 본인부담금 지원금을 입원이 한 달을 넘을 경우 삭감하는 ‘줬다 뺐는’ 긴축정책도 실시하기로 했다.

예상컨대, 20조의 흑자액이 쓰이는 길은 정산의무규정이 없는 국고미납금 7조를 내놓지 않는 것, 2016년 만료되는 국고지원금의 대폭 축소, 의료기기업, 거대제약회사, 대형병원들의 손아귀로 미끌어져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치과로 돌아와 보자. 치과 의료비 규모가 급증했다고 하나 약 8조 수준이다. 이중에서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는 것이 약 1조 7천억으로 2조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보장수준은 낮다. 최근 노인틀니, 스켈링, 치아홈메우기 등 보장성 확대로 치과급여비가 상당히 증가하긴 했지만 턱없이 낮았던, 그리고 부족한 치과보장성을 고려할 때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의료급여 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비상식적인 공격적 건강긴축정책들을 보면서 치과의료급여환자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지난 2009년~2013년 의료급여환자 청구건수의 평균증가율은 -1.2%이다. 치과 보장성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최근부터 반등세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료급여환자를 치과에서 만나는 일은 드물다. 같은 시기 건강보험환자 청구건수의 평균증가율은 3.7%이다.

치과보장성 확대의 리스트는 상당히 늘어났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치과의사들의 노력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부담율을 더 줄여주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가난한 환자들에게 치과 문턱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당장 의료급여 환자들의 작은 본인부담금부터 없애고, 노인틀니처럼 비상식적인 50%본인부담율을 더 빨리 인하하면 좋지 않을까. 당장 보철이나 교정은 못하더라도 문턱에 막혀 병을 키우던 이웃들은 상당히 사라지지 않을까. 건강보험 흑자 재정이 13조인 상황에서 말이다.

 

 

김형성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국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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