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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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다
  • 안재현
  • 승인 2015.07.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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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안재현 논설위원

 

대부분의 아시아 나라들이 봉건적 통치, 권위주의,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한국은 80년 광주에서부터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등의 찬란한 대중 저항으로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실현해왔다. 한국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세계의 민주국가들이 한국을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모범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아시아에도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는 세계적 자각을 이끌어 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계속 퇴보해왔다. 천문학적 돈을 낭비한 4대강 사업, 지난 대선에서의 국가기관에 의한 부정선거, 세월호 영령들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국가의 무책임이 빚은 메르스 감염과 죽음 등 일련의 사건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모양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대통령이 진퇴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정도로 엄중하다고 하겠다. 민주국가에서라면 당연히 지도자들이 책임을 지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도 그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이 더 고통 받고 있다.

굳이 한국의 언론자유와 인권마저도 후진국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권위주의. 봉건주의, 독재의 그늘이 다시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만큼이나 두려운 것은 “정의는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민주화 세력들은 지리멸렬하게 서로 싸우고 있다. 최초의 대통령선거 직선제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분들이 김대중, 김영삼으로 분열하여 크게 대중을 실망시켰다. 이후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이 대중에게 비친 모습은 실망을 하기에 충분한 모습들이 계속 연출되었다. 정당한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 간의 비방이나 사적인 이익을 위한 투쟁, 경쟁에서 서로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들, 심지어 상대방의 의견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기까지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모든 민주화 세력이 다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은 사실상 민주주의를 위해 그토록 헌신한 분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존경을 허물어트리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되돌아보면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한국이 아시아에서 앞서나가는 민주국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을 때, 민주화 세력들이 민주주의 리더쉽을 잘 발휘하여 사회를 이끌어 갔다면 계속되는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최소한 독재가 다시 발호할 수 없는 안정적 민주국가로 발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형식적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난 다음부터 민주화 세력이 오히려 더 비민주적이었는지 모른다. 이것이 민주주의 세력과 대중을 분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통한 공감, 대화와 타협, 민주적 결정에 대한 승복 등 민주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퍼져 나가고, 이런 문화가 경제적 민주주의로까지 확산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개혁과 진보를 이끌어 온 지도자들의 민주적 리더쉽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날카로운 공격부터 하는 풍토, 자기 조직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반칙, 대화와 타협은 기회주의라고 치부하는 풍토, 이론의 원리주의 등은 민주적 리더쉽의 반대쪽이다. 이런 문화는 폐쇄적이고 독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사회가 다변화되어 가고 개인의 가치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고, 의사소통의 과정도 빠르고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는 민주적 리더쉽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사회는 다양화되어가고 있는데도 독재와 권위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는 기형적인 정치와 문화에 대한 책임은 “개혁과 진보를 이끌었던 리더들에게 더 크게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나누고 공감할 줄 아는 풍토, 상대에 대한 배려와 믿음, 민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결정에 승복할 줄 아는 자세, 개인적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등, 투쟁가에서 사회적 지도자로서의 리더쉽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물론 민주적 리더쉽 하나로 사회를 다 바꿀 순 없겠지만, 이런 지도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민주적 리더쉽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흐름이 되어야 민주주의 선진국들과 같이 독재가 끼어들 틈이 없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이 정체되고 퇴보한다고 한탄하기 전에 구성원과 조직의 리더쉽과 민주주의를 먼저 되돌아보는 큰 각성이 필요할 것 같다. 민주주의 투쟁은 민주주의의 과정일 뿐, 민주주의는 계속 연마하고 체화하고 지켜내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현대치과 안재현 원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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