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어리연꽃을 찾아서
상태바
[들꽃이야기] 어리연꽃을 찾아서
  • 이채택
  • 승인 2005.07.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노랑어리연꽃.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에서도 식물은 자란다. 수생식물은 모두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여름은 가장 많은 종의 풀들이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그러나 키 큰 풀들이 우거지면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꽃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모기와 뱀, 송충이 등 사람의 접근을 방해하는 것들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여름은 또한 수생식물의 계절이라 할 만큼 물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의 꽃이 핀다. 그중에서 꽃이 예쁜 것 중의 하나가 어리연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강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가끔씩 강변을 따라 다녀 보지만 소득이 없었다. 어느 날 물속에서 자라는 둥근 잎을 발견했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강에 노랑어리연꽃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는 풍문은 들었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강을 따라서 모두 탐사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중류에는 노랑어리연꽃이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어느 일요일 아침에 집 앞의 강가를 수생식물을 찾아서 산책 겸 둘러보았다. 키 큰 풀들을 가로질러 물가에 다다르니 노란색 꽃이 피어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번에 보았던 둥근 잎이 바로 노랑어리연꽃의 잎이었던 것이다.

바로 지척에 두고서 찾지 못해 애태우던 때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오염된 물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약한 피부가 오염된 강물 탓에 발적이 생길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자생지가 어디라는 안내를 받고 찾아가서 보고 오는 것보다는 무작정 헤매다 발견했을 때가 감동이 훨씬 앞선다. 흰색 꽃이 피는 어리연꽃은 자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변의 연못을 몇 군데 둘러보았지만 마름이 연못을 덮고 있을 뿐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다.

30분정도 차로 달려서 가끔씩 외식하러 가는 곳이 있다. 그곳에 제법 큰 연못이 두개 있다.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한번도 들려보지 못했던지라, 지난해 여름 그날은 작정하고 그 연못에 들렀다.

멀리서 보았을 때 물을 온통 덮고 있었던 것은 역시 마름이었다. 가장자리를 따라 다른 개체가 몇 개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어리연꽃이었다. 아쉽게도 오후 늦은 시간이라 꽃은 이미 시들고 있었다. 다음주 일요일 오전에 다시 찾아가 싱싱한 꽃을 담아올 수 있었다.

▲ 어리연꽃. 수련과가 아니라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오후에 꽃잎이 녹아버린다
2주전에 다시 그 연못에 들렀다. 다른 수생식물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곳의 다른 쪽 끄트머리를 들려보니 온통 어리연꽃으로 물을 덮고 있었다. 바로 옆의 또 다른 연못에 가보니 그곳은 더 많은 어리연꽃이 자생하고 있었다. 귀한 어리연꽃이 이곳에서는 너무도 흔한 수생식물이었다.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은 아침에 꽃이 핀다. 오후가 되면 꽃잎은 녹아버리고 꽃대는 물속으로 잠수해 버린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오후 2시 경이면 벌써 꽃잎이 녹아 버린다.

그래서 오전에 가야만 싱싱한 꽃을 볼 수 있다. 연꽃은 수련과 식물이지만 어리연꽃은 용담과 식물이다. 노랑어리연꽃은 줄기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서 번식한다.
어리연꽃은 잎 바로 아래에서 뿌리가 돋아나 새로운 개체가 된다. 따라서 두 종 모두 번식력은 아주 좋다.

지난해에는 8월이 개화 절정기였지만 올해는 더위가 일찍 온 탓에 6월에 이미 개화의 절정기를 맞이했다.

▲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개체의 어리연꽃이 연못의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