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치의 ‘틀’ 고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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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치의 ‘틀’ 고민해야 할 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8.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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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건치 광주‧전남 지부 기획 ③] 광전건치의 미래를 논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이하 광전건치)가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꾸밈없이 이야기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금호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정태환‧정성국‧우승관 전 대표들과 10여 명의 광전건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건치의 새로운 틀을 고민해야 할 때

이금호 : 지금까지 건치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오셨는데, 지금까지의 광전건치의 활동을 자평해 보신다면?

정태환 전 회장

정태환 : 지금까지 성과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건치는 어디 내놔도 괜찮은 조직이고 성과 역시 그러하다. 모두가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건치가 가진 고민, 사업 내용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들만 어떻게든 해 온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지역 내 역할을 고민하거나 찾아본 게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식만 가졌지 실천하지 않았다.

우승관 : 광주 전남이라는 지역이 중심이 된 지부이기에, 무엇보다 학생 때부터의 꾸준한 인연들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 중심에는 87항쟁, 이후 1990년대의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단절됐는데, 그것은 건치가 다양성과 대중성을 추구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전의 인연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나 (총회 자료집에) 발전방향 등을 보면 사실 그 모든 고민들이 한해 두해 이어진 것이 아니라 꽤 오래된 고민들이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건치가 시대에 맞게끔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전건치가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가고 있지만, 변화에는 좀 둔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금호 :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나눠 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 문제를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얘기해 봤으면 좋겠다.

우승관 : 진료봉사를 예로 들면, 과연 그것이 건치의 대중성에 대해 얼마만큼 기여를 하고 있는가 물어야 한다. 이주노동자진료만 봐도 계속 벅차하면서도 그것을 계속 끌고가는게 보이고, 틔움과 키움 사업도 초기엔 그렇지 않았는데 현재 진행 과정을 보면 진료봉사 수준에 멈춰 있다.

예전 건치가 전체 진보운동 내에서의 위치를 상당히 중요시 여겼다면, 이제 건치는 사회 진보에 어느 정도,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광전건치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지역에서 구강보건과 건강한 광주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가 뭘 할 것인가)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상근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예를 들면 선광학교 봉사의 경우 몇 년 지나다 보니 치료해야할 사람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러면 진료봉사 끝인가? 아니다. 이를 토대로 진료 통계를 내고, 지역의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뭔가 정책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위해서는 상근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정태환 : 사실 돌아보면 건치회관건립사업이 엎어진 게 많이 아쉽다. 다른 시민단체들 보면 임대료 문제 등등으로 활동공간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만일 건치가 회관건립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면, 지금과는 (사업의) 내용과 질이 충분히 달라졌을 것 같다.

이제 와서 다시 짓자는 게 아니라, 이제 건치는 회원 수가 느는, 성장하는 단계가 아니라 기존 인력을 가지고 어떻게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다져낼 것인가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광전지역에서 광전건치가 주축이 돼 ‘공공치과병원’을 세우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말로만 주장하던 공공의료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모한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과 은퇴를 앞둔 선배들을 활용해 그림만 잘 그려낸다면 가능하리라 본다. 오랫동안 건치를 지켜온 선배들이라면 건치의 가치를 어떻게 남기고 전파할까 생각하고 의의만 있다면 동참할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건치의 ‘정형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성국 :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 안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큰 틀은 지역사회의 미래와 치과계의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있다.

지역사회는 진료사업, 연대 사업을 통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거기에 특히, 치과의사 사회에 대한 고민은 더더욱 안하고 있다. 신규 치과의사들의 경우 개원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 그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우리 조직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부분에만 골몰하고 있는 게 문제다.

김기현 회원

김기현 : 조직도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건치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건치는 성장기를 넘어 이제 성숙해야하는 시점에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사업, 새로운 사업방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고방식, 즉 ‘건치 2세대’에게 우리가 무엇을 물려줘야 할지 생각할 시점이란 거다. 다음 세대를 위한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선배로서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건치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금호 : 건치가 앞으로 가져야 할 지향이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승관 :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민주주의’란 가치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 전망이나 현실을 짚어보면, 중산층은 사라지고 최하층 부분의 비율이 많아진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면 그것은 결국 건강불평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여전히 민주주의란 가치는 유효하며, 더 중요해질 것이고, 더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안전망인 건강, 구강보건을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지킬 것인가, 건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대안, 이슈를 만들어 내는 브레인 집단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신재 : 지금 광전건치의 다양한 문제나, 부서간의 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치가 하나의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과의사 사회에 새로운 헤게모니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치협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양민철 : 신입회원 문제는 안달낸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건치의 정신, ‘건강’,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사업이 캘린더처럼 반복되는 것만 있어 보이지만, 사실 집행부에서 보면 이것도 버겁다. 그래도 이것 자체도, 잘 버텨내고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금호 : 지난번 광전연합 장화동 전집행위원장과 인터뷰 할 때, 그는 헌법에 명시된 ‘건강권’이란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 즉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지역사회에 전파하는 역할의 선봉에 건치가 나서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승관 전 공동대표

우승관 : 아까도 말했지만 건강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다. 과거 인의협, 건약 등과 연대활동에 열심을 쏟았다. 그러나 실제 활동 등에서 같이 논의할 기회나 의제가 현실적으로 부족하고, 수동적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의료민영화 반대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의 ‘장점’,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을 추구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기현 : 지금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유는 다름 아닌 건치를 처음 만들었을 때 추구한 가치, 거대 담론이었던 민주주의의 추구라는 그 정체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란 생각이 든다.

정태환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있다. 건치 구성원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구체적인 활동목표는 건치는 아니다. 건치 활동 이후의 활동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건치 실무 일만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건치는 부문운동이기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는 당연한 것이고, 개인으로 돌아와서 보면 지역사회에서 뭘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원 개개인으로 보면, 실질적인 개인의 가치 실현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그런 것들이 건치 활동과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조직적인 성취, 개인으로서의 운동과 삶의 성취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건치 정체성의 고민과 함께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도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

밖에서 보면 건치는 친정같은 곳이다. 건치라는 제대로 자리 잡은 조직을 토대로 개인이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건치적 마인드를 가지고 실현했으면 한다.

이금호 공동대표

이금호 : 개인의 실현이 꼭 지역은 아닐 수도 있다. 개인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떤 분야가 됐든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잘 활약할 수 있는 양분을 주고, 관계를 맺고 시작하는 곳이 건치였으면 한다.

치과계 내부 문제에도 관심 가져야

정성국 : 지금 우리 사회가 격차가 너무 큰 것이 문제다. 우리 치과의사 사회도 내부적으로 그렇다. 실제로 기존 치과의사들은 기득권층이지만, 신규 개원의들에게는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이 사회적으로 이뤄지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치 내에서 신규 개원의들을 위한 모범 사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일전에 나눔치과 사례도 있고…

이상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도 좋지만, 우리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면서 신규 치과의사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들어보는 간담회를 갖는 것을 제안한다. 서로 이야기 하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내부에서의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성국 전 공동대표

정태환 : 정성국 선생님 의견에 동의한다. 신규 개원의들을 위한 건치의 모델을 만드는 일이나, 은퇴하는 선배 치과를 물려받는 것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건치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정길 : 벌써 건치에 들어온지 10년이 됐다. 보통 신규 회원들은 전남대나 조선대 졸업생들이 선후배 관계를 통해 들어왔는데, 치전원제가 되면서 그런 것이 없어졌다. 정성국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 공보의 쪽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해서 지속적으로 건치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체질개선으로 세대교체 이뤄져야

우승관 : 세대교체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방식은 체질개선의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진단을 하지 않은 조직들은 무너지게 돼 있다. 실직적 변화를 우리 스스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는 다른 건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 이 사람들 그대로 10년 뒤에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들은 상당히 의미 있고, 다른 지부에서도 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는 계속 변해왔지만 건치가 필요한 이유가 계속 있었고, 10년 뒤에도 있을 것이기에, 그런 건치를 이끌어 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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