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뽑는 가족사'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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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뽑는 가족사' 연재를 시작하며…
  • 이주연
  • 승인 2005.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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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의학 120년 "역사가 보인다" ①-서문

언제부턴가 난 한국 근․현대 치의학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나 서사적 영상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용은 남한 치과의료체계 형성사이다. 전통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도 변방에 놓여있던 한국인들의 구강병 치료가 120년만에 한국인 제1의 만성질환인 충치를 치료하는 치과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나를 살펴보는 것이다.

즉, 한국인들은 어쩌다 이가 많이 썩게 되었고, 남한 치과의사들을 어떻게 전문서비스직으로 성장했는가를 보자는 것이다.

그 중 시류와 함께 하거나 불화했던 선배 치과의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그들의 사람냄새를 맡아보고, 그들이 갈등과 고뇌 속에 무엇을 선택해 우리에게 남겼는지 밝히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일명 ‘이뽑는 가족사’라고나 할까.

흔히 사람들의 삶을 규정짓는다는 3요소인 민족, 성별, 계급보다 더욱 절대적인 제약요소는 ‘시간’이다.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도 끝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앞의 시간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만약 치과의사 한 사람이 죽으면 몇 사람이 그를 추억할까. 가족과 친구, 동기동창, 지역치과의사회, 그리고 환자 몇몇이 그의 빈소를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죽은 이의 행적과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할 것이다. 개인의 추억들은 가끔 역사적 사건과 연류된다.

개인의 시간은 시대나 시류라는 형태로 외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대나 시류를 잘 타고 나면 당대에 부와 명성과 사랑을 얻지만, 시류에 어긋나면 빈소 역시 쓸쓸할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류에 편승하거나, 맞춰 살아가려고 한다. 그것이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개인과 집단의 이상과 기대치는 시류와 어긋나기 십상이다. 왜냐면, 사람이 지닌 이상이나 기대는 현실에서 결핍된 것을 향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비굴하거나 속되게 살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실 속에 당당하지 못하면 조용히 살길 바란다.

하지만 생존은 적은 재화나 가치를 나눠 갖는 문제이고, 항상 주도권이나 권력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한 시대 속에는 앞서거나 뒤서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빚어내는 갈등과 승리, 좌절의 이야기들이 생겨난다. 그 결과 많은 역사물들이 한 시대는 역사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나 걸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기록되어져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요즈음의 역사는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삶의 평균치나 미시적인 사실들을 중심으로 다시 기록되고 있다.

게다가 역사 속 시간들은 일회적인 개인들의 삶의 제약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민족과 계급과 세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기도 한다. 일면 인과관계에 충실한 것 같기도 하지만 때때로 시류를 거스르며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서사물들이 개인이나 집단의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현재의 욕망을 재구성하며 탄생하지 않았던가.

한국 근․현대 치의학사 속 사람과 사건들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현재 읽는 이들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연대기별로 몇 가지 사건과 인물들을 뽑아 이러한 작업을 함으로써 여러분들께 말걸기를 하고 싶다. 솔직히 나를 가장 사로잡는 이야기는 다음 두 선배의 이야기다.

해방 당시 경성치과전문학교 학생회장이었던 윤철수와 조선학도 때 치전대장을 맡았던 선우양국은 서로 우정을 느꼈으나 이념적 차이로 이별했다. 선우양국은 윤철수를 떠올릴 때마다 회한과 안타까움, 미안함이 교차한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남북 치과의료체계의 분화와 재회의 문제로 형상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해방 이후 치계의 남북분단 이야기는 전전세대들이 함구하고 있어 더욱 궁금할 뿐 아니라, 서로의 차이가 역사적 실험을 거쳐 어떻게 통합 발전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하지만 이 연재물에서 이들간에 얽힌 사건과 추억들을 간단히 소개될 것이다.

지금 치의학계와 관련해 기획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사안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가령, -개화기 조선에 치과의술을 전래해준 서양인 선교의사나 일본인 치과의사, 입치사들은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였나 아니면 제국주의의 앞잡이였나.

- 최초의 한국인 입치업자는 한국인 치과의사들의 선배인가 아니면 식민지형 과도기적 치과의료업자인가

- 일제 식민지배는 한국 치과의료의 근대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 미군정기의 경성치과전문학교의 국립서울대편입이나 입치사의 한지치과의사 면허 부여는 올바른 것이었나

- 일제하 한국인 치과의사들의 모임인 한성치과의사회의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가

- 첫 번째 한국인 치과의사 함석태의 조선연합치과의사회 임원활동은 매국적인 것인가

- 미군정기 보건부 자문으로 활동하다가 도미하여 미국 보철학회장을 역임했던 정보라의 자유분방한 삶은 무엇인가

- 대한민국정부 수립시 의․치 일원화와 구강과명칭개정 운동의 발흥과 실패는 한국인 치과의사들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 박 정권의 순회진료차 기증과 국가주도형 의료보험의 실시 등은 한국인 치과의사들의 자율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 치과의사 주도의 치과대학 6년제 연장과 정부 주도의 치의학대학원 실시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등등이다.

그 외 한국인의 구강건강관리 습관의 변화는 우식성 식품인 설탕과 청량음료등의 수입과 식생활의 변화, 국민들의 구강병 치료욕구등의 변화를 중심으로 사적으로 다루려 한다.

어쨌든 이번 연제가 ‘이뽑는 가족’에 대한 의미있는 성장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자 한다.

건치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리플을 부탁드린다.

이주연(서울 세브란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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