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X파일, 그리고 의료서비스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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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X파일, 그리고 의료서비스산업화
  • 소종섭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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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서 이익을 얻는가?

이 글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이 『참여사회』 8월호 기고한 글로, 최근 이슈로 떠오른 정·경·언 유착이 보건의료의 상업화와 어떤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지를 분석하고 있다. 본 보에서 원문 전체를 싣는다.    편집자

삼성재벌이 이회창 대선 후보측에 100억 원을 건네주었다는 '이상호 X 파일'이 세간의 화제이다. 그런데 정작 거론되는 것은 몸통은 빠져있다. 이번 사안에서의 핵심은 자본과 언론, 권력의 검은 유착관계이고 그 핵심이 삼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는 홍석현 대사의 자격과 안기부의 도청문제이다. 돈을 준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과 그 돈이 미친 영향력의 폐해는 거론되지 않는다.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도입 활성화를 말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웬 삼성? 이유가 있다. 이른바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의 몸통이 다름 아닌 삼성이기 때문이다.

'자식과 마누라 빼놓고는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90년대의 화두가 되었다면 '10년 뒤에 뭐 먹고살까'라는 이회장의 말이 바로 참여정부의 모토가 되어 있다. 국무총리가 지난 달 "이건희 회장이 5-10년 후에 평가받을 생각을 하고 정책을 펴 달라고 당부했는데 일리있는 말"이라고 발언할 정도이니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이 '10년 뒤'가 의료서비스산업화론의 핵심이다.

이제 제조업은 안되니 서비스산업에 눈을 돌리자는 것이고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사회적 공공서비스 분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400조원의 부동자금을 투자할 곳은 교육과 의료, 보육 등 사회공공서비스라는 것이고 사회복지재원을 민간자본으로 보충하자는 말씀이다.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과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사회복지분야의 생산성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10년 뒤'의 살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사회서비스부문이 선진국보다 생산성이 10%정도 낮으며 고용창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삼성과 정부가 말하는대로 사회서비스분야에 민간자본투자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국가의 사회복지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비교하자면 유럽국가들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50%가 국가예산이고 이 중 50%가 사회복지에 투자되는 반면 한국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15%만이 국가예산이고 이중 15%만이 사회복지에 투자된다.

정부예산으로 보건과 공공서비스 등의 사회복지인프라에 투자를 하고 이를 기초로 생산성과 고용을 창출한 것이 선진국의 현실이다. 이를 민간자본으로 대신하겠다고?

실제로 이렇게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결과를 보자. 한국의 민자역사, 민자고속도로를 보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자본이 이익을 쉽게 걷어가는 통로가 되었고 정부의 자산마저 잠식되었다.

이와 비슷한 정책을 취한 영국 등 유럽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회공공성과 자본은 양립 불가능하다. 자본이 투자되면 그 목적은 최대의 수익성이 되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공공서비스의 원칙은 설 자리가 없다.

사회공공분야를 자본투자처로 내주자는 것은 사회의 이익이 아니라 자본이 이윤을 얻을 곳을 찾느라고 나온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경우를 보자. 1997년 민간의료보험 수입료는 총 민간보험 수입료 49조원의 3% 정도인 1조원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2004년 민간의료보험 수입료는 11조에 가까운 돈으로 총 보험수입료 52조원의 무려 23%를 차지한다. 민간보험사의 전체수입은 오직 10조원의 민간의료보험증가분에 의존하여 증가했다. 2004년 공적 건강보험규모는 국고보조금을 제외하면 12조 정도다.

민간의료보험의 규모는 이제 공적 건강보험의 보충적 성격을 띠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충되면 바로 그만큼 민간의료보험의 시장이 줄어든다. 보험자본은 지금 자신의 이윤을 위해 공적 건강보험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요즘 TV 광고가 민간의료보험 광고로 도배 되다시피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이 보험자본의 거의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간보험사 중 가장 큰 기업이 바로 삼성생명

금감원은 이번 달부터 개인보장(실손)형 민간보험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금까지는 암에 걸리면 얼마 입원 하루당 얼마 하던 식의 민간의료보험이 아니라 개인이 실제로 병원에서 내는 본인부담금만큼 주는 민간보험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격적인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국민들이 공적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문제를 낳는다.

이미 국민들은 현재에도 공적 건강보험료로 1인당 3만3천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데 반해 민간의료보험료로 9만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상태이다. 공적 건강보험의 경우 건강보험료 100원을 내면 108원이 돌아오지만 민간보험의 경우 50원도 채 안돌아온다. 나머지는 보험자본의 몫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개인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출시되면 민간보험사와 병원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이다.

개인실손형 민간보험이 허용되면 병원비에 따라 보험지불액이 달라진다. 따라서 민간보험사가 병원의 진료비 심사를 하게되며 병원수익의 돈 줄을 쥐게 된다. 이 경우 일년에 50조원의 수입을 가지는 보험자본과 기껏해야 수십억원의 매출액을 가지는 개별 병원관계가 어떻게 될까? 돈 줄을 쥔 대형 민간보험사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소유하게 된다. 미국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최악의 시장화된 의료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의료시장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몇가지 제도가 필요하다.

첫째 개인의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한 개인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가 가지는 것이다. 이미 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이 건강보험공단 개인질병정보를 민간보험사에 공개키로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둘째 정부가 올해 내로 완결 짓겠다는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이다.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은 그 자체가 자본의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 병원의 최대목적이 주주들의 최대의 이윤배당이 된다. 의료비가 폭등한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주주들의 이윤으로 들어가게 되는 돈이다. 다른 한편 영리병원 허용은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매우 쉽게 한다.

한국의 가장 큰 사립병원체인은 다름 아닌 삼성의료원 체인이다. 이미 삼성의료원은 전국체인망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1차 의료기관까지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민간의료보험활성화의 핵심은 바로 삼성생명이다. 영리병원 허용주장의 핵심은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자본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산업화론은 바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기업연구소의 주장이다. '10년 뒤'에는 무얼 먹고사나 라는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공공서비스분야를 자본의 자유영업지역으로 하겠다는 삼성과 자본의 의지표현일 뿐이다.

병원이 주식회사 또는 이윤배당을 하는 기업이 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공적 건강보험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이 더욱 활성화 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사회의 의료체계는 더욱 더 시장위주로 재편된다. 지금도 개인의료비부담률이 50% 남짓으로 OECD 평균 19%보다 턱없이 높고 공립의료기관비율이 8%로 OECD 평균의 1/10에도 못미치는 현실에서 의료시장화정책은 재앙이다.

벌써부터 전경련은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여 의료비책정을 병원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병원이 마음대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결국 병원 영리법인화 허용의 귀결은 건강보험의 파산이고 최대수혜자는 병원과 보험자본이며 그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갈림길에 놓여있다.

삼성의 X 파일 파문을 보며 필자는 10년 뒤 자본의 앞날을 위해 삼성자본 하나가 대선에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현실에 전율을 느낀다.

우리도 10년 뒤 국민들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에 대한 통제방법을 마련하고 권력과의 유착을 막아야 한다. 조세개혁과 국방비 감축 등으로 재원을 모으고 사회복지를 확충해야한다. 당장 삼성과 그들의 의료서비스 산업화 정책,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활성화 정책을 막아야 한다.

기업으로부터 우리의 교육과 의료, 보육과 사회복지를 지켜야 한다. 자본으로부터 사회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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