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미달 사태가 '인턴제'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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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미달 사태가 '인턴제' 때문인가?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5.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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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공론화…해법 찾기까지 산 넘어 산

'인턴제도 폐지'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공식 석상 도마에 오르면서, 지난 2003년 최종 시행령·시행규칙이 통과된 지 3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또 한번의 대 수술에 직면하게 됐다.

어차피 '8% 소수정예'라는 범치계 합의(제51차 대의원총회 결의사항)가 보다 많은 수련의를 확보코자 하는 수련기관들의 요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첫 전문의가 배출되는 2008년까지 그 모순을 풀기 위한 한차례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그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닥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행위 신호성 위원(치협 기획이사)은 "작년 '치과의사전문의제 인력수급에 관한 연구'(서울 치대 김명기 교수팀)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급히 공론화 될 줄은 몰랐다"면서 그러나 "인턴제 폐지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다 달라 최종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 왼쪽부터 신호성, 박영국, 장계봉 시행위원
작년 서울 치대 김명기 교수팀은 '인력수급 연구 결과'에서 "현행 인턴제도 폐지와 이를 대체할 GP Course 도입"을 위 모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당시 시행위에서는 이를 하나의 의견으로는 긍정적이나, 총체적 대안으로는 수렴되기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 초 전문의제를 시행하고 있는 11개 분과학회에서 '인턴제도 폐지'를 결의하고, 2대 대한치의학회(회장 안창영)가 이를 전체 분과학회협의회 결의사항으로 채택, 치협 시행위원회에 공청회 개최를 촉구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대한치과병원협회(회장 장영일)도 다음달 23일 롯데호텔에서 이와 관련한 주제로 공청회를 기획하고 있어, '인턴제 폐지 및 GP 도입' 문제는 올 하반기 치계 핵심 이슈로 부각할 전망이다.

그러나 치의학회가 제시한 "외국의 경우 대부분 부재하고, 의과도 2007년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당위성'에도 불구, 실제 '인턴제 폐지'가 현실화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와 부딪치는 이해관계는 산적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지난 11일 열린 시행위원회에서 이러한 치의학회의 건의에 대해 시행위원들의 수많은 난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서울대치과병원 장영일 원장은 "(인턴제 폐지가) 현실화되려면, 학부 4학년 과정에서 '서브인턴제'가 완벽하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서브인턴제'에 대해 교육부 등에서는 아직 충분히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장 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인턴제 폐지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대체 수단으로 'GP 도입' 보다는 '서브인턴제'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재봉, 김명래 시행위원
서울 치대 이재봉 교수도 "인턴제가 있든 없든 구강내과나 외과, 방사선과 등의 전공의는 미달될 수밖에 없다"면서 때문에 "이 문제는 협회에서 나서서 해결할 사항이 아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즉, 치과병원 측에서는 인턴제 폐지에 긍정적 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판단된다.

종합병원 치과를 대변하고 있는 대한병원치과의사협회 양병호 사무국장도 "지금 인턴제 폐지를 논의한다고 해서 (대량미달 사태의)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면서 "지방병원 등은 당장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치과병원들은 인턴제 폐지로 인해 줄어드는 1년의 수련의 수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영일 원장은 "인턴제가 폐지되면 4년의 수련기간이 1년 짧아지며, 그만큼 전공의가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는 8% 소수정예라는 원칙 때문에 (수련의 수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그만큼 병원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인턴제 폐지로 직접 레지던트를 선발함으로 인해 1년의 레지던트가 겹치게 되는 문제의 해결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치의학회에서는 "시험은 동시에 수행하되 기수는 분리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이 또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대 임상치의학대학원 김명래 원장은 "인턴제 폐지 이후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완책 마련과 조치가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면서 "(인턴제 폐지) 전에 과도기적으로 인턴정원을 느슨하게 선발해서 모든 과에서 레지던트 미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원장은 "단순히 법에서 관련 조항 하나를 뺀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법 전반을 손대야 하는 문제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풀어나갈 것"을 건의키도 했다.

반면 전민용 치무이사는 "인턴제 폐지가 왜 이렇게 다급하게 제기되고 다뤄지느냐를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문제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공청회에서 인턴제 폐지와 연관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보다 구체화된 대안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행위원회에서는 '인턴제 폐지'와 관련 첫 논쟁이 이뤄지는 자리였던 만큼 준비된 대안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달로 예상되는 공청회 자리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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