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이 나라 판 죄를 덮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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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이 나라 판 죄를 덮는단 말인가
  • 안재현
  • 승인 2015.11.05 17: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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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안재현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가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한다. “국사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유란다. 북한을 찬양하면 징역 7년이라는 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 나라에서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니 놀랍다. 한술 더 떠 국사학자 80%가 좌파라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교과서가 현 정부의 검정을 받았다는 것이고, 그 좌파라는 분 중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사 교과서 편찬위원장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존재까지 부정하면서 국사 교과서에 빨갱이 덫을 놓은 이유가 뭘까? 국사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해 놓은 부분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자극한 것이리라. 또한, 그 뒤에는 다시 역사의 전면에 서고 싶은 친일과 독재 후예들의 욕망이 감추어져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연일 자신의 부친이 독립운동을 했으며, 친일파라는 것은 좌파가 뒤집어씌운 죄라고 주장한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이 살아남은 흔한 논리이다. 매국을 단죄하자는 세력 모두를 ‘빨갱이’로 몰아 사회가 극단적 대립을 하게 하여 나라 팔아먹은 죄를 가리는 그 수법이 아직도 여전하다.

이 일을 어쩌랴! 대통령의 부친이 일제시대에 일본에 충성을 맹세한 혈서를 쓰고 독립군을 토벌한 만주군 중위를 지냈다고 하고, 여당 대표의 부친이 일제시대에 “자식을 기뻐하며 바쳐라”라며 일본 강제징집을 독려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일‧이인자가 모두 이러니 어떻게 국사 교과서가 곱게 보이겠는가?

친일파로 대변되는 이들은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다. 말하자면 친일파는 매국이 아니고 근대화를 이룬 주역들이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헌법이 명시한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이승만의 대한민국 수립을 건국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조선 이후에는 나라가 없었으니 매국은 없는 것이고, 오히려 친일파들이 주도하여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말이다. 조국의 광복을 건국으로 주장하는 이면에는 친일파들이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죄를 덮고자 하는 모략이 숨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나라를 팔고 일신의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이 다시 대를 이어 번영을 누리는 나라의 현실을 개탄하면 그것이 자학의 역사인가?

여당 대표의 부친이 신문에 “앞으로 징병을 보낼 반도의 부모로서 자식을 나라의 창조신께 기뻐하여 바치는 마음과…. 귀여운 자식이 호국의 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시어질 영광”을 외치며 제국주의 일본에 충성을 다하라 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잊는 것이 자학을 벗어난 역사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들은 매국행위가 “나라 잃은 상태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매국행위도 있지만, 공도 있으니 공과 과를 공정하기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어떤 공이 있어 조선의 어린 자녀들을 일본 제국주의에 목숨을 바치도록 강요한 죄를 덮을 수 있단 말인가? 강제로 가족을 빼앗기고 긴 세월 고통의 밤을 지새운 어머니의 마음을 덮을 수 있는 공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조선의 대중이 신음하고 고통 받을 때, 그 자녀를 바쳐라, 그 재산을 바쳐라, 심지어 독립군을 신고하고 고문하고 토벌하고 부귀영화를 누린 그 죄를 덮을 공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매국을 한 죄를 덮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켜 버리면 된다.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감정을 극한 상태로 만들면 된다. 바로 친일파들이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국사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는 증거는 없다. 국사학자 80%가 좌파라는 증거도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는 주장이 다다. 그냥 국사 교과서가 빨갱이라는 말이다. 아무런 이성도 합리적 사고도 없다.

그리고는 친일과 독재에 책임 있는 선친을 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결코 패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주장에 일말의 진심을 보이려면 최소한 선친의 매국행위와 독재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용서를 구한 뒤에 해야 한다.

이 나라가 언제부터 친일파들이 역사전쟁을 내세우는 나라가 됐는가? 통탄할 일이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이 내세운 역사전쟁은 그냥 역사전쟁이 아니다. 이들은 친일과 독재자들의 정치를 말하고 있다. 합리성과 이성이 마비된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애국주의를 내세운 독재정치이다. 증거도 없이 반대하는 사람을 빨갱이라 몰아세우는 이면에는 친일을 가리고 독재 뒤에 숨으려고 하는 과거의 그 행각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매국의 반대편에는 합리적 이성, 토론과 공론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있다. 친일과 함께하는 이름이 독재라면 그 반대쪽에는 빨갱이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있다! 비록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침탈당하고 교과서를 국정화 하더라도 그 도도한 민주주의 역사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보수 진보를 떠나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나설 때다.

글을 적는 사람은 글로, 예술을 하는 사람은 예술로, 시위할 사람은 시위로, 학자는 학문으로, 그리고 우리 같은 소시민은 SNS로 나서서 싸워야 할 때이다.

나라를 판 매국을 덮으려는 자들과 독재로 영구집권을 하려는 자들과 싸워야 한다. 작은 말 한마디라도 던져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현대치과 안재현 원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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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DH 2015-11-10 08:27:5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ㅎㅎ 2015-11-07 08:46:32
정말 속 시원하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양호 2015-11-06 16:26:5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속이 다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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