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대로 ‘종식 선언’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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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대로 ‘종식 선언’ 적절한가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11.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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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째 환자 사망에도 정부 무책임…국가 방역체계 부실‧격리기준 미흡 등 총체적 난국

 

세상에서 이처럼 외로운 죽음이 얼마나 있을까.

서울대병원 본관 3층 39병동. 일명 메르스 80번째 환자가 근 반년 간 격리되다가 35세의 젊은 나이로 임종을 맞이한 곳이다.

지난 해 전남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한 김병훈 씨는 지난 25일 메르스 격리치료 중 악화된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곧바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 빈소가 마련됐으나, 보건당국의 메르스 환자에 대한 장례규정에 따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화장 절차를 마쳐야 했다.

보건당국이 규정에 따라 메르스 감염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현재 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월경부터 의료진이 환자의 전염성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보건당국이 격리 조치를 해제하지 않아 림프종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논란이 불거지자, 보건당국은 전염성이 낮다는 것이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염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결국 보건당국이 환자의 전염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확실’의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80번 환자의 이번 사망은 메르스 감염 진단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5월 27일 폐렴증상으로 메르스 14번 환자가 머물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감염됐지만, 사흘 뒤 메르스 의심 증세로 병원을 재방문해 검사를 요청했을 때는 환자가 메르스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면서 진단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의 '2m 이내, 1시간‘이라는 접촉자 관리 지침이 잘못된 규정이라는 것은 이미 수차례 입증된 사안이다.

결국 6월 8일경에야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김 씨는 그 사이 재발된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격리치료에 집중돼야 했다. 그러나 그나마도 삼성서울병원에 음압병실이 없어 격리만 된 채로 한 달간 대증요법만을 받아야 했다.

김 씨가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했을 때는 감염자 접촉 시기로부터 한 달을 훌쩍 넘긴 7월 2일. 이 곳에서 김 씨는 일반 암환자가 받는 CT나 MRI 같은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음압병실을 벗어난 다른 병동으로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메르스 감염자 관리 수칙이 적용된 사안이라, 부득이한 조치라 할 수 있었다.

명확한 근거 없는 격리치료 온당했나

그러나 유가족의 진술에 따르면, 8월 경 메르스 음성 반응이 나오면서 병원이 당시로써 사실상 김 씨에게 전염성이 없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 씨는 보건당국의 기준인 ‘음성반응 24시간 간격 2회 연속’이라는 격리 해제 규정에서 3회 연속 음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격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메르스 객담검사에서 음성과 양성이 번갈아 나오면서 다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염력이 없다는 소견이 계속 나왔지만 항암치료는 지체되고, 림프종 병세는 악화됐다. 당시 림프종 때문에 메르스를 잡지 못한다는 언론보도가 계속 됐지만, 유가족은 오히려 메르스 때문에 림프종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결국 보건당국은 다시 김 씨에게 ‘음성반응 2회 연속’이라는 규정을 적용하되, 객담검사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도 유가족은 환자에게 객담검사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 김 씨는 10월 1일에서야 격리 해제됐으나 열흘 뒤 고열이 발생해 집 근처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찾았다가 메르스 객담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받고 또 다시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당시 가족들은 “환자가 음성과 양성을 오가고 있고, 다시 양성이 나와도 감염력이 없는 특수한 경우라는 걸 질본이 알고 있다”며 격리 해제 기준을 다시 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질본과의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10월 26일, 김 씨의 양성판정으로 격리됐던 모든 사람이 ‘무증상’으로 격리 해제되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아내 역시 항체 검사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또 한 번 가족들은 보건당국에 전염력이 없음을 호소하고자 했으나 그 때부터는 연락이 닿질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메스컴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그제야 격리상태에선 불가능하다던 CT 촬영과 방사선치료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미 합병증이 발생해 항암치료를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김 씨의 상태가 나빠졌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도 취소됐다.

끝내 마지막 환자 사망으로 ‘종식 선언’

지난 20일에서야 처음으로 질본과 면담자리가 마련됐지만, 그때도 격리해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질본은 그간 김 씨 가족들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해 놓았다고 밝혀 가족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이유는 보건당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가족들을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림프종 병세가 악화된 김 씨에게는 23일부터 연명치료만이 진행됐고, 25일 오전 3시경 끝내 사망했다.

유가족들을 더욱 기가 막히게 한 것은 이 때부터다. 김 씨가 사망한 지 두어시간 만에 보건당국은 언론을 통해 ‘메르스 종식’을 예고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전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했고, 치사율이 20%를 넘어선 사안임에도 유가족들에 대한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었다.

언론에는 ‘메르스 종식’, ‘메르스 제로’를 타이틀로 한 기사가 넘쳐났고, 심지어 ‘치료비 정부 지원’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그나마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장례비 외에 메르스 사망자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현재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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