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눈으로 본 의료윤리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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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눈으로 본 의료윤리 담론
  • 양정강
  • 승인 2016.01.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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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정강 논설위원

지난봄 의료윤리연구회 모임에 ‘의학전문기자가 바라본 의사사회’라는 제목으로 김철중 기자가 발표한다기에 의협회관 3층을 찾아갔다. 이후 흥미 있는 주제를 따라 몇 차례 참석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의사하기’라는 주제로 울산의대 인문사회학교실의 이재담 교수가 알려주는 적나라한 의료계 상황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최은경 교수(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의 ‘의사 환자 관계의 역사적 변화’에서는 의사의 역할과 사회적 위상의 변천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Practice란 무엇인가? 실천으로서의 의술’이란 제목으로 철학이 전공인 카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김수정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아하, 철학을 공부하면 무심히 듣고 쓰던 ‘Practice’라는 단어 하나도 참으로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얼마 전까지 연세대 치대생들을 가르치던 강의에서 “다시 치과의사를 시작한다면 전공으로 구강보건학을 택해 교수, 가능하면 행정부에서 보건영역을 담당하고 싶다. 능력이 되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되어 보건관련 입법을 하고 싶다"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김수정 교수의 강의 덕분에 ’철학‘공부도 참 재미있겠지 싶었다.

2000년 8월부터 6년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심사위원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사회의 큰 흐름이 온통 상업적으로 흘러서인가. 2000년 1월, 내가 몸담은 치과보험학회 창립 기념 학술행사에 첫 번째 강연으로 강명신 교수(강릉원주대)의 ‘치과의사의 직업정신과 윤리’라는 강의를 선정한 바 있다.

이밖에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 모임에도 관심이 가면서 ‘의료윤리’가 눈에 들어오다 보니 ‘의료윤리 연구회’가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더불어 치과의사로는 강명신 교수가 유일하게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료윤리학회‘가 18년 된 것도 알게 됐다.

잠시 의료의 상업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이는 지난 해 6월 15일 자 서울대 총동창신문에 실린 기사 ‘양심을 걸고 ‘1인 치과’ 운영하는 000 동문'의 몇 부분을 옮겨 본다.

“1인 치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치료의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예약, 상담 심지어 수납까지 혼자서 한다.”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 해서 그의 치과를 찾아오는 손님 대부분은 비싼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형편이거나 다른 치과에서 받은 견적이나 치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소문 끝에 찾아온 사람들이다.” “금니나 임플란트 치료는 하지 않는다. 대신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이나 레진 치료를 권하는 편이다. 만일 치아 상태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금니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상태가 어떤지 등을 상세히 알려준 뒤 다른 치과를 권한다.” “이렇게 양심적인 치과의사, 서울대인답지 않나. 00에 사는 동문들은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00서울치과를 방문해 보시길.”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한 서울대인 답지 않아 보이는 글인데, 의료윤리 차원에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

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김수정 교수의 강의 끝 부분을 전달한다.

의료인, 의료 공동체의 책무: 환자의 안녕. 각각의 의료 제공자가 자기 환자의 옹호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 전문직은 전체로서 자신의 환자들을 옹호하는 책무를 가짐”

의료는 도덕적 기획: 구성원들이 공통의 도덕적 목표로 묶여 있는 도덕적 공동체. 의료는 공유된 도덕성의 원천, 즉 의료의 목적과 목표 및 행선지와 일관된 도덕적 삶을 정의할 일련의 기본적인 규칙, 원칙, 품성 특질에 의해 인도되어야 함”

의사의 성품: 좋은 삶을 사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고대 의료윤리의 지시사항들과 금지사항들은 의사의 성품이야말로 환자의 안녕을 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며 또한 전문 직업적 기준실무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기대”

외국문헌(Virtues in Medical Practice, 서문, Oxford University Press, 1993.)을 번역 요약하다 보니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의료인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 의료계, 특히 치과계는 바람직하지 않은 여러 일이 있으나 그래도 반가운 것 중 하나는 서울치과의사회 조영탁 이사를 비롯한 여러 임원이 ‘의료윤리연구회’에 참석하는 모습이다.

부디 의료윤리를 비롯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대학교육에서부터 강조되고 치과계의 자정 역할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빌어본다.

 

(사람사랑치과병원 원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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