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갖고 치과계 문화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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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갖고 치과계 문화 바꾸고 싶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1.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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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원장실] 미소를만드는치과 박창진 원장

 

‘환자가 없을 때 다른 원장들은 원장실에서 뭘 할까?’

본지는 치과의사들이 자투리 시간에 원장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엿보기 위해 미소를만드는치과 박창진 원장을 찾아갔다.

박 원장의 치과는 합정역과 홍대 사이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단독주택을 개조해 1층은 치과 2층은 까페 ‘이누’가 함께 있다. 치과 위에 카페라니! 누군가에게는 로망이 아닌가!

치과는 단독주택, 홍대라는 특성이 맞물려 얼핏 보기엔 카페처럼 보였다. 하지만 좀 가까이에서 보면 통유리를 통해 즐비한 유닛체어가 보여 치과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카페는 치과와 내부 계단으로 연결돼 있었고, 또 대기실에서부터 뻗어 올라간 나무가 두 공간을 잇고 있었다. 피아노, 벽난로가 있는 대기실은 흡사 별장 같은 느낌도 주었다.

▲ 미소를 만드는 치과 입구
▲ 대기실은 벽난로 등으로 꾸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다.

박창진 원장은 1995년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무악재에서 첫 개원해 10년간을 보냈고, 이곳에 정착한지는 6년이 됐다. 치과 뿐 아니라 한국반려동물문화봉사단(KSHAB) 회장, 동물들을 트레이닝 시키는 한국클리커트레이닝 센터 대표, 구강위생용품 도소매 및 세미나기획과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는 P.K.Production 대표도 겸하고 있다. 아울러 교정‧치과디지털‧경영‧의료윤리 등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강연도 나가고 있다. 현재 본지에 『엄마아빠는 치과의사』라는 아동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과상식 웹툰을 조성민 원장과 함께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치과, 봉사활동, 강연 등 원장실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박 원장은 남는 시간 동안 원장실에서 치과위생사 관련 임상 교육 자료를 정리하거나, 강연준비, 원고마감, 쇼핑몰 관리 등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이번 기획에서는 예방치과에 관한 박 원장만의 생각과 철학을 들어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치과진료의 윤리적 틈새시장을 만드는 것

박창진 원장은 첫 개원하고 10년은 오직 교정치료만 했다고 한다. 그 외에 미백, 스케일링, 신경치료 등은 전부 다른 치과로 환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건강검진을 받으러간 보건소에서 구강검사를 띄엄띄엄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아 ‘이런 식으로 구강검진을 하면 치과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질 것 같다’란 생각에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강검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동안 교정을 해온 환자들에게도 정기검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 5~6년 전부터 논문 등을 참고해 가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 치과에 맞는 검진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또 이를 토대로 지난 2014년부터 본격 강의에 나섰다. 그러나 교정만 전문적으로 하던 사람이 예방관련 강의에 나선다고 하니 좀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윤리적 틈새시장을 만들기,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했다. 이후로 계속 예방치과 관련 강의와 프로토콜 등 하나의 흐름이 잘 정착됐으면한다"

▲ 박창진 원장

박창진 원장은 “교정치료가 주기 때문에 오전엔 환자도 적어 치과의사로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구강검진을 하고 있다”며 “여기서 한번 설명을 듣고 간 환자는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 좀 더 거부감이 적다. 그렇게 되면 나에게 당장 치료받지 않더라도, 치과전체로 봤을 때 파이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장에 구강검진을 하는 게 이득은 없어보이지만, 환자가 소소한 검진, 치료에 동의만 하면 주치의 같은 형태로 환자를 계속 만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윤리적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해 강의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의 구강검진 과정은 굉장히 꼼꼼한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박 원장은 자신의 치과에 맞는 CAMBRA(치아우식 위험도 관리 문진표)를 만들어 직접 내원객에 작성토록 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전체 치열궁 촬영, 각각의 치아를 완전 건조시킨 다음 구강카메라로 치아의 각 면을 찍는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치아 상태부터 치열‧교합 상태, 식습관, 우식 및 치주질환의 발생기전 등에 관한 상담을 진행한다. 환자들이 좋아하는 건 물론이다.

▲ 강의용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환자의 구강, 치아 사진을 보면서 상담을 진행한다.

이에 박 원장은 “대부분 자기 얘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치아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 해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환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주로 진단할 때 CAMBRA와 ICDAS를 이용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해서 환자가 정기검진을 받도록 설득하는 것, 임상에서 응용하는 방법을 강의한다. 다행히도 예방치과학회 쪽에서도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강의라고 평가했다. 비전공자이기에 물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나의 작은 움직임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ICDAS는 International Caries Detecion and Assessment System 의 약자로 치아우식 진행 정도에 따라 코드 0부터 6까지 나눠 놓은 기준표이다. 기존 치과치료는 대개 3 혹은 4단계부터 임상적 치아우식으로 분류해 치료에 들어간다. 하지만 박 원장은 예방치과의 개념으로 코드 1부터 관리 및 검진을 시작 한다.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의 자가관리 즉, 칫솔질이다.

박 원장의 자신의 강연의 목적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먼저 강의를 시작하면 누군가 이를 응용하고 개선해 강의를 한다던가, 하면서 점점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쉬운 컨셉의 예방치과 강연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는 치과 문화를 바꾸는 촉발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치과진료에 있어 확고한 원칙주의자

아울러 박 원장은 진료스탭과의 협업에 대해 확고한 신념도 밝혔다. 그는 구강검진 이후의 약한 정도의 치아우식은 불소도포, 양치 등의 진료가 대부분으로 치과위생사가 할 수 있는 영역임을 설명하면서, “치과위생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일반직 직원을 채용해 분업을 하고 있다. 일반직 직원은 주로 데스크 업무와 진료 후 유닛체어 및 기구 소독 등을 담당한다. 그렇게 되면 치과위생사는 진료실에서 주어진 예방진료 업무를 하면 된다”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 치과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덴탈 어시스턴트를 양성해 나가고 그에 따라 치과위생사가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환자가 치료비를 지불할 때 전체 비용과 건강보험에서 차감되는 금액을 꼭 이야기 해준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예를 들어 근관치료의 비용이 5만원이라면, '오늘의 전체 치료비용은 5만원입니다만 건강보험 혜택으로 13,700원만 내시면 된다' 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환자에게 근관치료의 비용이 5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그도 너무나 적은 비용이지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굳이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통해 어떻게 혜택을 보는지 환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권 안에서 치과의 파이를 늘려가는 일이 수월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햇살이 들어오는 진료실 내부

“건강한 치과의사, 좋은 치과의사가 많아지면 저절로 치과와 치과의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은 좋아질 것. 치과라는 도구로 다른 사람이 온전한 한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박창진 원장은 ‘치과의사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확고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치과의사, 치과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좋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분명해 보였다.

요즘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의 단연 화두는 ‘윤리’다. 직업 윤리에 관한 강의도 겸하고 있는 박 원장은 “현재 예방치과 강의에서 오전 내내 윤리강의만 한다. 예방치과에서의 윤리적 진료, 윤리적 수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그럼에도 나는 윤리가 트랜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기독교인과 같은 거다. ‘저 사람 교회 다니는 데 참 사람도 좋고, 제대로 살고 있어’라는 인식을 주는 게 교회 가서 열심히 예배드리는 것 보다 더 큰 전도효과를 내는 것처럼, 저 사람은 치과의산데 동물관련 자원봉사도 하고, 동네에서 치과의사로 열심히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치의신보를 비롯해 몇 군데서 칼럼을 쓴다. 자신의 주장이 확고한 만큼 반대의견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계속 칼럼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이유는 “치과계에도 문제는 있으며 다 알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밖이 아닌 집단 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칼럼을 쓰는 이유도 바로 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네 치과 원장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 박창진 원장

특히, 박 원장은 지난 2006년 아버지 이자, 개원의였던 박재석 원장의 은퇴식을 진행하면서, 치과계의 대국민 인식을 좋게 하는 첫 단추는 바로, 한 동네에서 30년, 40년 꾸준히 치과의사로 주민의 구강건강을 담당해 온 ‘동네 원장선생님’을 발굴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아버지 은퇴식 이후에 다른 개원의 선생님이 은퇴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진 못했다. 어쩌면 지역의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노력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소명처럼 생각해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치과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은퇴식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후배 치과의사에게 치과를 양도하는 기획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개원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후배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배에게는 은퇴 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변호사, 회계사가 한 팀을 꾸려 법률‧회계‧장비와 자산에 대한 객관적인 자산평가가 제1순위로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박 원장은 “치과의원의 양도양수는 객관적 자산평가를 기반으로 한 ‘계약관계'가 되어야 하며 친분관계로 이루어지는 계약은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후배가 일정 기간 동안 지분을 늘려가고 선배는 그 동안 기초를 만든 사업장에 대한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양도양수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아직은 이런 문화가 성숙되지 않아 당장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창진 원장은 행동조절학을 응용해 치과에 공포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강연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치과진료에 대한 공포는, 2차 감정으로 획득된 감정이기 때문에 교정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공포를 가진 환자를 수면마취 등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환자가 이를 극복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이는 결국 치과라는 도구를 통해서 한 사람이 공포감을 이겨내고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갖춰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예방치과도 문제상황을 환자와 소통하면서 혼자서도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치과의사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치과로 들어가는 입구, 진료실이 보이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 치과 위 까페 내부
▲ 치과아래 차고. 벽화는 박창진 원장과 조성민 원장이 함께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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